논설주간칼럼
[행림회춘] 삼성전자, 실적과 거꾸로 가는 국제 평판
  • 성철환 논설주간(cwsung@sisajournal-e.com)
  • 승인 2017.09.21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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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초일류 경영성적 불구 사회적 책임 순위 추락…'비재무적 가치'도 한국 대표할 기업되길

삼성전자가 전세계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한 '사회적 책임(CSR) 평가'에서 순위가 뚝 떨어졌다는 소식은 착잡함을 느끼게 한다. 미국의 기업평판 컨설팅업체 '레퓨테이션 인스티튜트(RI)'가 얼마전 발표한 올해 CSR 평가 순위에서 삼성전자는 100점 만점에 64.5점을 받아 89위​로 순위가 추락했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20위에 랭크되는 등 수년동안 이 수준을 유지했는데 1년사이 69계단이나 밀려났으니 가볍게 넘길 일이 결코 아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해리스폴이 발표한 기업평판지수에서도 49위로 전년보다 42계단이나 떨어져 10위권 밖으로 단박에 밀려 났다. 이번에 또다시 국제적 이미지 실추를 보여주는 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면서 이재용 부회장이 사법처리되는 상황에 처한 것이 영향을 미쳤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삼성전자의 국제적 평판 추락은 사상최고 기록을 연이어 경신하는 빼어난 경영실적을 고려할때 더 아쉽다. 삼성전자는 올들어 분기마다 사상최고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 이번 3분기에도 매출이 62조원에 육박하고 영업이익도 14조원을 웃돌아 전분기 사상최고 기록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반도체 수퍼호황과 스마트폰 판매 호조에 힘입은 이런 탁월한 경영성과는 내년이후에도 기세가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제적 평판 추락은 이런 잔치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나 다름없다. 기술과 제품, 이를 무기로 한 재무적 성과에서는 세계 초일류기업으로서 손색이 없지만 지배구조의 건강성이나 사회에 대한 책임 등 비재무적 측면에서의 경쟁력은 미덥지 못하다는 현실을 드러내는 것에 다름 아니다. 재무적 경영성과만으로는 이미지를 끌어올리는데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평가는 기업이 마땅히 추구해야할 ​법령과 윤리를 준수하고 사회와 환경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활동을 중점적으로 살펴 점수를 매기는 것이다. 연말이면 등장하는 불우이웃돕기 성금 기탁이나 쪽방촌에서 임직원들이 연탄을 배달하는 모습 등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는 사회적 책임의 작은 부분을 구성하는 행위에 불과할 뿐이다. 

 

사회적 책임을 따지는 것은 기업에게 돈벌이와는 무관한 도덕교과서에 나오는 윤리적인 존재가 되라는 뜻이 아니다. 반짝 생존하고 사라지는 것이 아닌 지속가능한 존재가 되려면 성장성과 수익성을 갖추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사회의 구성 요소로서 사회와 환경, 근로자와 소비자에 대한 책임을 다 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기업이 환경(E)을 대하는 태도와 관리 능력, 노사관계·일과 삶의 균형 등 사회(S)와의 관계, 대주주 전횡과 불법행위 여부 등 지배구조(G)와 같은 사안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국내에서도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ESG 평가와 관련이 깊다.

 

사실 국내 기업중 삼성전자보다 우리 국민이 더 자부심을 갖는 기업은 찾기 어렵다. 다른 업종에서도 경영실적이 빼어나고 혁신성이 돋보이면 '~업계의 삼성전자'라고 불릴 정도로 우량기업의 대명사로 자리를 굳힌지 오래다. 세계 어디를 가든 번화가에 당당히 자리한 삼성전자의 광고판은 한국인으로서 어깨를 으쓱 거리게 한다.

 

이런 삼성전자에 대한 평판이 추락했다니 우리 국민의 자존심에도 상처를 입히는 일이다. ​돈 버는 실력에 비해 건강한 가치를 추구하는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형편없이 뒤떨어진다는 평가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레퓨테이션 인스티튜트의 이번 평가에서 1위에 랭크된 ‘레고 블록’으로 유명한 덴마크의 어린이 장난감 업체 레고를 눈여겨 볼만하다. 레고의 지난해 매출은 52억 달러(5.8조원 ), 순이익은 94억달러(1.1조원)로 숫자로는 삼성전자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레고는 어린이와 사회, 지구환경에 대해 각별한 책임의식을 보이면서 이를 실천하고 있다. 올해 내놓은 '2016년 사회책임보고서'에서도 어린이야말로 대주주 등 어느 누구보다도 최우선 고려대상임을 되풀이해서 강조하고 있다. 직원들에게도 최고의 근무여건을 제공함으로써 96%가 만족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산재율도 거의 제로에 가깝다. 건강한 지배구조는 최고경영자와 대주주, 직원 등이 형사적 책임을 질만한 일에 조직적으로 연루되는 일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법처리되는 지경에 이른 것은 뼈아픈 사건임에 틀림없다. 50세가 채 안된 국내 최대 기업집단 총수가 1심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받고 다시 구치소로 돌아가는 모습은 안타깝기 짝이 없다.우리 국민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의 선전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한편에서는 찜찜함과 아쉬움을 떨쳐내지 못하는 이유가 뭐겠는가. 삼성전자는 레고가 자신보다 형편없이 덩치가 형편없이 작다고 깔볼 일이 결코 아니다. 

 

삼성전자는 오래도록 살아 남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도 화려한 재무적 성취와 평판과의 극심한 불균형을 조속히 바로 잡아야 한다. 삼성전자가 뼈를 깎는 쇄신으로 지금 겪고 있는 불행한 사태에서 벗어나 기술과 재무적 성과만 초일류가 아닌 사회와 환경과의 건강한 관계, 지배구조에서도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할만한 기업으로 새롭게 서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그렇게 됐을때 삼성은 비로서 세계적인 초일류기업에 걸맞은 깊은 존경과 신뢰를 국내외로부터 온전히 누리게 될 것이다. 

성철환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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