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사퇴는 소상공인 이해 부족서 비롯”…‘상생경제’ 기반 제안·정책 가능한 장관 필요

 

15일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1층에서 김동규 을살리기운동분부 조직국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사진=차여경 기자

중소벤처기업부는 일자리 창출이라는 막중한 사명감을 얹고 등장했다.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소상공인들의 지원을 늘리겠다는 사명 하에 중소기업청을 승격시켰다. 문제는 중기벤처부를 이끌 수장이었다. 창업가라는 조건을 갖고 있으면서도 주식 백지신탁라는 장애물을 통과할 인물을 찾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청와대는 지난달 포항공대 교수이자 포스텍 기술지주 대표였던 박성진 교수를 중기벤처부 장관 후보자로 추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박 전 후보자는 역사관과 정치관, 정책적 경험 부족 등으로 잡음이 불거졌다. 

 

을살리기운동본부는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박 후보자 자진사퇴 1인 릴레이 시위를 시작했다. 을살리기운동본부는 전국 중소영세 사업자들이 모여 목소리를 내기 위해 탄생한 단체다. 


박 전 후보자는 결국 자진사퇴를 밝혔지만, 을살리기운동본부의 일은 끝나지 않았다.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소상공인을 모두 아우르는 차기 장관 인선이 하루빨리 이뤄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15일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1층에서 김동규 을살리기운동분부 조직국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 후보자가 결국 사퇴했다. 구체적으로 반대했던 이유가 뭐였나.

중소상인들 입장에서 박 후보자는 중소기업이나 영세상인 분야에 정통한 사람이기보다는 금융 투자 전문가라고 평가한다. 역사관이나 정치관 논란은 부차적인 문제다. 중기벤처부 장관으로서로의 능력이나 경험이 중요한데, 그 부분에서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더불어 대한민국 국민이 가져야 하는 기초적인 역사의식이 미비한 것도 (장관으로서) 기초 자격이 없는 것 아니겠는가.

사퇴를 예상했나.

전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시위하기 전, 박 후보자 사퇴 성명서를 냈다. 박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 결과를 기다리겠다며 버티기를 하고 있었다. 박 후보자 시간끌기 탓에 중기벤처부 정책 시행도 더 미뤄지고 있었다. 가게를 운영하는 중소상인 입장에서는 답답한 상황이었다. ‘작은 행동이라도 하자’는 내부 논의 후 전날 1인 시위를 시작했다.

 

 

14일 김동규 을살리기운동분부 조직국장이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박성진 중기벤처부 장관 후보자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 사진=차여경 기자

중소기업과 벤처, 소상공인 간 환경은 서로 다르다. 중소·영세 사업자들은 어떤 장관을 원하나.

중소기업, 벤처기업, 소상공인은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중기벤처부가 모든 것을 충족하기는 힘들다. 핵심은 대기업 재벌 중심의 경제에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중소기업 및 상인들을 키우는 것이다. 결국 ‘상생의 경제’라는 확고한 생각이 있어야 한다. 장관직을 수행하면서도 실효성있는 제안과 정책을 이해할 수 있는 장관이 필요한 때다. 구체적인 법률적 제도를 개선할 수 있고 중소기업 입장에서 투쟁할 수 있는 학자나 변호사들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벤처기업 CEO에 한정되지 않았으면 한다.

일각에서는 벤처·스타트업 업계를 잘 아는 창업가 출신 장관이 나와야 한다고 말한다.

중소기업 전문가들은 학자도 있지만, 현장에 나와 활동하는 사람도 많다. 벤처업계 주장도 이해된다. 하지만 모든 입장을 충족할 수는 없다. 현장을 이해한다는 개념은 ‘실제 경험’으로만 정의할 수 없다. 일반적인 학자나 전문가들도 현장에 나가 이야기를 듣고 문제를 잘 파악할 수 있다. 사람에 따라 다른거다. 한정되서는 안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학자 출신이지만 시민사회 운동 및 정책 제안을 했던 사람이다. 김 위원장을 보고 ‘현장을 모른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 발자국 떨어진 전문가들이 더 빠르게 (문제를) 파악할 수 있다.

최근 최저임금 인상이 이슈였다. 중소·영세상인들은 동의헸나.

중소상인 단체마다 입장이 다르다. 을살리기운동본부는 기본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동의한다. 중소영세상인들도 1인 사업가다. 노동자들은 곧 소비자다. 노동자 주머니가 채워져야 소비가 이루어진다. 노동자와 중소상인들이 서로 함께 살 수 있는 것이다. 중소영세상인을 힘들게 하는 것은 오히려 대기업 골목상권 진출, 대형마트보다 2배 높은 카드 수수료, 치솟는 임대료 문제 등이다.

올해 만료되는 중소기업적합업종 품목들이 있다. 정부에서는 유보기간을 두고 차후 논의해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법제화가 중견기업들이 사업진출을 막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구조적 문제다. 하나로 설명하긴 어렵다. 중견기업도 규모에 따라 다르다. 골목상권에 진출하는 것은 기존 사업 수익을 내지 못한 대기업이다. 이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돼야 한다. 이미 상권을 구성하고 있는 1인 사업자들과 대기업 간 갈등이 불가피하다. 일단 대기업과 중소영세상인들의 규모부터 차이가 난다. 기존 중소상인들이 유지해왔던 상권에 대기업에 진출한다면 결국 피해를 입는 건 중소상인이다.

일례로 이마트24등 대형 유통 편의점들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들을 모두 반대하는 입장인건가.

아니다. 편의점, 대리점, 프랜차이즈 매장 모두 골목상권의 일부다. 그 매장들이 나가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대기업 본사 간 불공정 피해를 받는 당사자다. 중요한 주체들이다. 대기업이 대형마트나 복합쇼핑몰을 세워 골목상권에 침입하는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포화된 골목상권에 공룡 유통 업체가 들어오면 안된다. 법적 규제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상생은 앞으로도 어려울까.

공식적인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무조건 대기업과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이 싸우자는 게 아니다. 대화하고 타협할 기구를 만들어 현실을 따져보는 게 중요하다. 대기업과 중소상인 모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테이블을 만들어야 한다. 서로 양보할 게 있다면 해야 한다. (중소상인들은) 사회적 대타협을 할 의지가 있다.

중소상인 입장에서 중소벤처기업부에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중소상인들도 경제 주체다. 권한을 인정해줬으면 좋겠다. 예전에는 중소상인들의 조직 구성도 막았다. 교섭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해달라. 중소상인들도 스스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중기벤처부에서도 중소벤처기업, 소상공인들과의 소통채널을 넓히며 실효성있는 정책을 내준다면, 을살리기운동본부도 적극적으로 지지할 것이다.

을살리기운동본부의 향후 계획은.

적합한 중기벤처부 장관이 인선되도록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또 대통령 국가기구 을지로 위원회 정책경영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중소상인들에게) 필요한 정책이 구체화돼 실효성있게 전달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겠다. 중소상인들도 자기 장사에만 신경쓰는 것이 아니라, 활발하게 정책 제안과 사회참여에 나섰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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