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 이어 JB금융도 겸직체제 끝내…11월 윤종규 회장 임기 끝나는 KB금융도 뒤따를 가능성

국내 금융지주사의 회장·은행장 겸직 체제가 막을 내리는 모양새다. 회장이 은행장까지 겸직해 온 BNK금융지주가 최근 최고 경영자 공백 사태를 맞으면서 은행까지 비상체제로 돌아가자 가장 먼저 회장·은행장 겸직 체제를 풀었다. 회장과 은행장 겸직 지배구조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겸직체제를 바꾸는 조치가 BNK금융지주​에 그치지 않고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방 금융지주에선 회장, 은행장 분리가 실현되고 있다. 성세환 전 BNK금융지주 회장의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되자 지주와 은행 전체가 경영자 공백기에 빠지게 됐다. 이에 BNK금융은 지난 7월 회장과 행장직을 분리하기로 하고 새로운 수장들을 선출하기로 했다.

JB금융지주도 마찬가지다. 김한 JB금융지주 회장은 JB금융이 광주은행을 2014년 인수한 이후부터 회장과 은행장을 겸직해왔다. 김한 회장이 광주은행을 흡수한 후 JB금융 조직 안정을 위해 3년 간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겸직해왔지만 조직 안정화가 완성됐다는 판단 하에 김 회장이 은행장직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송종욱 부행장이 신임 광주은행장에 내정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회장과 은행장이 분리되지 않으면 독단적인 결정에 의존함으로써 자칫 금융지주 전체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번 JB금융지주 회장-은행장직 분리로 지배구조가 더 투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관련 금융권 간담회에 참석한 시중 은행장들. / 사진=뉴스1
다만 일각에선 BNK금융지주 경영 공백 사태를 보면서 JB금융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지적받기 전에 미리 지배구조를 바꿨다는 판단도 제기된다.

김한 회장의 광주은행 임기는 올해 11월 30일까지였다. 회장 임기가 3달여 남은 시점에서 은행장직 분리 인선을 시기상 빠르게 진행한 것이다. 회장·행장 분리 인선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면 은행장 임기가 만료할 시점에 행장 후보 인선에서 빠질 수 있었다.

금융권에선 JB금융지주가 지난 6월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실태평가를 받는 가운데 BNK금융지주 경영공백 사태를 보면서 서둘러 회장·은행장 분리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 달부터는 KB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분리 논의가 금융권에서 화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KB금융지주는 2014년 11월 윤종규 회장 취임 후 회장·은행장 겸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KB사태로 회장과 은행장 사이가 내분으로 이어진 후 조직 안정화를 위해 윤 회장은 은행장 겸직을 이어왔다.

윤 회장 임기 종료일은 11월 20일이다. KB금융지주 차기회장 선출을 위한 이사회 소집은 다음달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한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KB금융이 과거 심각한 내분을 겪지 않고 윤 회장이 경영을 이어왔다면 리딩뱅크 탈환은 훨씬 빨랐을지 모른다"며 "이미 조직이 안정화됐고 규모도 커졌다. 은행장 분리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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