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G 개편 움직임 정치권서 활발…수익악화로 인한 민간 투심 악화 우려

지난 15일부터 통행료가 인하된 인천대교 / 사진= 뉴스1

새 정부의 망산업 개편은 도로‧철도 등을 운영하는 민간 사업자를 겨냥한다. 정치권에서 잇따라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TO)의 밥줄인 최소수입보장제(MRG) 폐해를 지적하는 의견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더 나아가 민간사업자와 초기 계약 당시 맺은 ‘실시협약’을 변경해 통행료를 인하하려는 움직임도 나온다. 이에 민자업계는 낮은 수익성에 기반한 사업에서 통행료 인하까지 겹치면 민간 투자심리가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혈세 먹는 하마' MRG 수정 움직임 일어

MRG는 인프라 시설에 민간 투자자 유치를 위해 고안된 제도다. 민자투자자 수입이 예상치 대비 적을 시 정부가 일정기간 최소수입을 보장한다. 재무적투자자(FI)가 설립한 고속도로 통행량이 예상치를 하회할 경우 통행료를 정부가 보존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외국계 글로벌 투자회사인 맥쿼리의 경우 이명박 정부 시절 MRG를 통한 수입보장액이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당시 맥쿼리는 현저히 낮은 교통량 예측으로 인한 혈세낭비, 고이율 후순위채 발행 등으로 민자도로 운영사에 적자를 떠넘기며 알맹이만 빼먹는다는 논란을 빚었다. 갖은 논란으로 MRG는 지난 2009년 폐지됐다.

2009년 이전 MRG로 설립된 민자 교통망들이 재차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민간투자사업 운영현황 및 추진실적’에 따르면 지난 5년 간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가 BTO 사업자에 지급한 MRG 보장액은 총 3조3900억원에 이른다. 연도별 MRG 지급액은 2013년 86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5282억원으로 낮아졌다. 지난해 9개 도로에 3627억원의 MRG 보장액이 지급됐다, 

이같은 MRG 보장액이 과도하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일고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은 MRG 제도 하에 민간 지급액이 지난해까지 3조2521억원에 이르는 점을 지적하며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법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건설모피아들만 양상하는 계기가 됐다”며 MRG를 ‘혈세 먹는 하마’라고 꼬집었다. 이어 김 의원은 “MRG 문제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민자도로 개설 당시 맺은 MRG 요건을 개정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되기까지 했다. 국토교통부는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협의해 지난 14일 ‘유료도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과도한 재정지원, 고이율 후순위채 발행 등 문제가 발생할 시 유료도로관리청이 협약 변경을 요구할 수 있는 내용이 골자다. 또한 법안에는 민자도로 사업자가 준수해야 할 도로 유지‧관리, 운영기준을 제시한 뒤 정부가 이를 평가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기존 사업 재구조화를 통해 통행료를 인하하는 행보도 나오고 있다. 인천대교는 대주주인 맥쿼리 측과 정부가 MRG 협약을 맺었다. 다만 인천대교는 잘못된 수요예측으로 지난 8년 간 정부가 지급한 MRG 보장액은 총 768억원이다. 정부 주도로 자금재조달(리파이낸싱)을 통해 대출금리가 인하됐다. 이를 통해 정부는 지난 15일부터 시행된 통행료 인하액(700원)의 재원을 마련할 방침이다.

◇ 과도한 민자 때리기란 우려…투심 위축 가능성도 나와

민자업계는 통행료 인하를 명분으로 정부의 민자시장 옥죄기가 본격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교통 서비스 공공성 강화 발언, 인천대교 통행료 인하 등을 종합하면 민자도로 통행료 인하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민자도로 통행료가 현 사업 구조상 높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민자사업자를 대상으로 무리한 옥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00억원이 넘는 대형 민간투자사업의 경우 기획재정부의 ‘민간투자심의위원회’(민투심) 심의를 거친다. 도로‧철도 등 교통 기반시설 대상 민자사업은 대개 공사규모가 큰 만큼 민투심 심의를 필수적으로 받아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사업 제안시 수익률이 한국도로공사(도공) 설계 대비 1.2배가 넘을 시 민투심 심의를 통과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개 도공 설계 대비 1.08배 수준의 수익성에 맞춰 사업설계가 이뤄진다. 그만큼 통행료를 높일 수 없는 셈이다. 이때 민간사업자로 구성된 특수목적법인(SPC)은 도공과 달리 수익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내야 한다. 부가세를 제외하면 결국 도공의 설계안에서 도출된 통행료와 유사한 1.0배의 수익성을 민간사업자가 얻을 수 밖에 없는 셈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민자도로는 부족한 재정을 보충해 최대 10년 이상 더 빨리 지어지는 이점이 있다. 통행여건 개선에 따른 물류전략 개선효과를 생각하면 도공 대비 높은 통행료에도 국민펵인을 증진할 수 있다”며 “단순히 높은 통행료만을 이유로 민자사업자가 부덕한 사업자로 몰리고 있다. 부가세를 내고 나면 결국 민자사업자는 통행료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임에도 말이다. 최근 정부가 통행료 인하를 압박하는데, 통행료를 더 인하한 뒤 부가세를 제하고 나면 민자사업자가 수익을 얻기 힘든 구조가 돼버린다. 교통 인프라 건설 대상 민자 투자심리가 얼어붙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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