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재단과 협의 삐끗, 교육영향평가 지연 가능성…내년 부활 초과이익환수제 적용 못 피할 수도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총 7조원 규모의 역대 최대규모 정비사업장 반포주공1단지가 재건축에 속도를 내는 과정에서 복병을 만났다. 인근 세화중‧고교와의 협의과정에서 갈등을 겪고 있어서다.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이 사업장은 내년부터 부활하는 초과이익환수제를 적용받아 2100여 가구의 조합원은 각각 억대에 달하는 주택가격 상승분 일부를 세금으로 토해내야 한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 조합은 지난 8일 서울시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교육환경평가서를 제출했다. 교육영향 평가심의는 재건축 진행절차 중 하나로, 지상 최고 21층 이상 또는 연면적 10㎡ 이상의 규모의 대규모 재건축 사업장으로부터 교육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 2월 초 도입됐다. 평가과정에선 △학교 주변의 유해시설과 위험환경 사전 차단 △소음·진동·일조권 등 교육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 검토가 이뤄지며, 인근 학교와의 협의가 통과여부를 결정지을 정도로 결정적 역할을 한다.

반포주공1단지가 관할 교육청에 보낸 평가서는 다음달 11일 서울시 교육청 교육환경보호위원회가 심의한다. 문제는 인근학교와의 협의다. 반포주공1단지 조합은 사업장 경계지로부터 200m 이내에 있는 학교 측 동의 및 협조를 구해야 하는데, 여기엔 강남 8학군 내에서도 명문사학으로 꼽히는 세화고·세화여고·세화중·세화여중 등이 해당된다.

조합은 이들 학교를 보유한 일주 세화학원 재단에 학급당 공기청정기 지급 및 냉난방비 보전 등을 약속했지만 재단은 이외의 요구사항을 제시해 협의가 진척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금전적 요구는 아니지만 사립학교라 그런지 비용이 많이 드는 추가 요구사항이 지나치게 많았다”며 “협의가 원만하게 진전되지 않고 있다”고 귀띔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교육청 위원들보다 인근 학교의 동의가 통과여부에 절대적”이라고 설명했다.

조합은 교육청으로부터 교육영향 평가심의 승인이 나야만 관할구청으로부터 사업시행인가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사업시행인가를 받아야 관리처분 신청이 가능하다. 이 과정을 올해 안에 마쳐야 조합은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수 있는데, 업계에선 지금의 진행속도로 봤을 땐 조합이 ‘교육영향 평가심의에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 교육환경보호위원회는 비정기적으로 열리는데 지난 6개월 간 개회사례를 보면 한 달 평균 1.5회 열렸다. 9월 심사에서 통과하지 못하면 반포주공1단지 심의는 10월로 넘어가고, 10월 초 추석연휴가 장장 열흘에 걸쳐있다보니 위원회가 10월 중순에 열려 통과하더라도 그 외 남은 여러 재건축 절차를 연내에 마무리짓기는 사실상 무리라는 것이다.

반포주공1단지는 건국 이래 최대 규모 재건축 사업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건설업계의 최대 관심지역으로 꼽힌다. 최근엔 다음달 말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1군 건설사들의 치열한 각축장이 되면서 삼성물산을 제외한 10대 건설사들이 모두 수주에 목을 매왔는데, 사실상 현대건설과 GS건설 2파전으로 치닫고 있다.

한편 반포주공1단지 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통합 재건축조합은 지난 21일 열린 교육환경보호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은 계성초교와 신반포중 등과 원만한 합의를 이뤄 통과가 수월했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서초구 내 2000세대가 넘는 재건축 사업장 가운데 교육청 심사를 한 번에 통과한 사업장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육청은 이번주 내로 서초구청과 조합 측에 이같은 통과사실을 통보할 예정이다.

이처럼 주목받던 사업장이 위기를 겪고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덜했던 사업장이 속도를 내자 업계에서는 교육영향 평가심의가 재건축 성패를 갈르는 중요 요소가 됐다고 말한다. 한 대형건설사 정비사업 관계자는 “신반포3차도 2000세대 규모의 대단지인데다가, 반포주공1단지와는 달리 시공사가 이미 삼성물산으로 선정돼 있다. 재건축 사업장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삼성물산의 ‘리미티드 에디션’이 속도까지 내고 있다”라며 “반포의 조연이 주연으로 격상한 격”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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