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속연수 길고 직급 낮은 직원들 대상 삼아…경영 악화에 대한 관리자급 책임은 외면

희망퇴직을 진행한 KDB생명이 결국 정리해고 절차에 착수했다. / 사진=시사저널이코노미
KDB생명보험이 진행하는 정리해고 대상자 기준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근속 연수가 많으면서 보직이 없는 직원을 정리해고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반면 현 경영 악화에 따른 관리자급의 책임에 대해서는 가볍게 여기는 행태를 보여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다. KDB생명은 오는 10일 정리해고 대상자 예보 통보를 할 예정이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DB생명은 인건비 절감을 위해 정리해고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앞서 KDB생명은 지난달 20년 차 이상, 45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180명 규모 희망퇴직을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인건비 감축이 목표치 300억원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서 최후 수단으로 정리해고 카드를 꺼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정리해고 대상자가 경영 책임을 져야하는 임원과 간부 등 관리자가 아니라 근속연수가 길면서 직책을 부여받지 못한 직원에 한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KDB생명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 기준을 가져왔다"며 "회사가 제시한 기준대로라면 경영책임이 있는 현직 경영진에 대해 책임을 묻기보다 근속연수가 많으면서 현재 관리자 직책이 부여되지 않은 직원을 정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KDB생명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전 직원에 대해 점수를 매겨 낮은 점수를 받은 직원 순서대로 정리해고 대상자로 삼고 있다고 한다. 

회사가 정한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기준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은 '회사 정책 기여도 및 리더십'이다. 단장과 본부장은 10점, 본사팀장과 지점장은 9점, 본부팀장과 콜센터장은 8점 점수를 부여받는다. 관리자 직급에 해당하지 않으며 모두 0점을 받는다.

또 근속연수를 기준으로 15년 이하는 10점, 20년 차는 5점, 25년차는 0점을 매긴다. 결국 직급이 없으면서 회사에 오래 일해온 직원을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뿐 아니라 경영책임 기준에서 회사는 현직 경영진, 주요 관리자 경력, 기타 관리자에 대해선 마이너스 2점을 부여했다. 노조 관계자는 "관리자급이 기본 8점 이상을 더 받는 상황이다. 회사 근속 연수에 따라 점수가 1년에 1점씩 깎이는 기준에서 경영진은 책임을 회피하는 편파적 잣대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직급정체 기준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급정체가 7년 이하일 경우 5점, 10년이 될 경우 3.5점을 부여해 직급 정체 기간이 늘어날수록 점수가 낮아져 정리해고 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에 고졸로 입사한 연차가 높은 사람이 여기에 걸린다"며 "고졸 입사자는 4급 사원으로 입사한다. 대졸 공채는 3급 사원이다. 고졸 입사자가 4급 사원에서 주임을 거쳐 3급 사원까지 되는 기간이 가본 7년이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직급 정체 기준에 걸린다"고 말했다.

한편 KDB생명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과 지급여력(RBC)비율 개선을 위해 비용절감이 시급한 상황이다. KDB생명의 올해 1분기 말 RBC비율은 124.4%다. 국내 25개 생보사 가운데 가장 낮았다. 5월 누적 당기순손실도 227억원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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