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 저장탱크 공사 관련…“대규모 담합 사건 마지막 불구속 수사”

사진=뉴스1

3조5000억원대 입찰 담합 혐의로 국내 주요 건설사들과 전·현직 임직원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검사 이준식)는 국책사업인 액화천연가스(LNG) 저장탱크 공사 입찰을 담합한 혐의로 국내 10개 대형 건설사와 관계자 20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법인에게는 공정거래법위반 혐의가, 개인에게는 건설산업기본법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이번에 기소된 건설사는 대림산업, 한양, 대우건설, GS건설, 현대건설, 경남기업, 한화건설, 삼부토건, 동아건설, SK건설 등 10개사다. 두산중공업과 포스코건설은 리니언시(담합 자진신고자 감면제도)에 따라 고발 면제 조치됐고, 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의 합병으로 법인이 소멸되면서 공소권 없음 처분이 내려졌다. 결국 담합에 참여한 건설사는 총 13개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05년 5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총 3차례에 걸쳐 한국가스공사가 최저가낙찰제 방식으로 발주한 12건의 LNG 저장탱크 건설공사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예정사와 투찰금액 등을 합의한 뒤 입찰에 참여하는 방법으로 총 3조5495억원 상당의 공사를 수주한 혐의를 받는다. 최저가낙찰제 입찰담합 사건 중 역대 최대 규모다.

검찰은 담합 전인 1999~2004년 LNG 저장탱크 공사 낙찰률(예정가격 대비 낙찰가격)이 69~78%였던 반면, 담합 기간 낙찰률은 78~96%로 최대 27%까지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담합을 통해 상대적으로 많은 수주금액이 확보된 것이다.

이들은 수주순서의 형평성을 유지하기 위해 ‘제비뽑기’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1차 합의 때는 제비뽑기를 통해 낙찰받을 순번을 정했고, 2차 합의 때는 1차 합의 순번과 같은 순서로 수주하기로 결정했다. 2차 합의 이후 공사가 발주되지 않아 물량을 수주하지 못한 건설사들은 3차 합의에서 금액이 큰 공사를 수주받는 방법으로 건설사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들은 담합을 통해 안정적으로 공사를 수주받고, 정상적으로 경쟁 입찰이 진행됐을 경우보다 높은 공사대금을 수취함으로써 부당한 이익을 수년간 공유해 왔다”고 지적했다.

또 “담합 범죄가 근절되지 못하는 이유는 담합에 가담한 임직원들이 회사에 이득을 안겨준 공로로 능력을 인정받고 승진하는 등 경제적 이익을 누리게 되는 후진적 기업문화에 기인한다”며 “개인들에 대한 형사처벌이 없어 범죄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이나 부당한 지시에 대한 저항이 크지 않은 것도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이 대규모 담합행위에 대한 마지막 불구속 수사라고 선언했다. 검찰은 이 사건이 장기간에 걸쳐 조직적으로 범행한 점 등을 고려할 때 강하게 처벌해야 하지만 마지막 범행 시점으로부터 4년이 경과한 점, 4대강 입찰담합 사건 수사를 계기로 대형 건설사들의 자정결의가 있었던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발주처인 한국가스공사는 이 사건 입찰담합으로 부당한 이익을 취득한 13개사를 상대로 20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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