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 첫날 70만명 몰려 군함도와 양강구도…‘쌍천만’ 돌파여부에 관심 집중

배우 유해진, 송강호, 류준열(왼쪽부터)이 지난 6월 20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뉴스1

폭염이 일상을 괴롭힐 때 도심 내 최고의 피서지는 역시나 극장이다. 그런데 최근 극장가에 불어오는 열기만큼은 폭염도 저리가라다. 여느 때처럼 충무로에 성수기 맞수열전이 재개봉해서다. 화제의 1주일을 보낸 ‘군함도’와 성공적인 첫날을 보낸 ‘택시운전사’가 그 주인공이다. 유독 부진한 한해를 보내던 쇼박스도 숨통이 트이게 됐다.

화제만발인 덕에 일각에서는 ‘쌍천만’ 영화가 등장한 2015년 성수기를 언급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군함도와 택시운전사가 만들어낸 사회적 관심도의 질감이 2015년을 닮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그간에도 급변한 콘텐츠 소비환경을 이유로 이 같은 전망에 반박하는 의견도 있다. ‘의외의 강세’를 보이는 ‘슈퍼배드 3’의 존재도 변수가 될 수 있다.

3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일 개봉한 택시운전사의 첫날 관객수는 69만 8092명으로 집계됐다. 이날 매출액 점유율은 53.4%에 달했다. 반면 전날까지 48.6%를 차지하던 군함도의 매출액 점유율은 하루만에 19%로 급락했다.

◇ 택시운전사 VS 군함도, 스크린 배정도 바뀌었다

최소 하루, 이틀 동안은 택시운전사의 선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예매율이 이 같은 판단을 가능케 한 근거다. 3일 오후 1시 30분 현재 택시운전사의 실시간 예매율은 53%다. 15.4%인 군함도를 크게 앞지르는 수치다.

군함도 입장에서도 택시운전사 흥행이 반드시 나쁜 건 아니다. 일단 1주일 내내 불거졌던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이 추세를 확인하려면 스크린수보다 상영횟수에 주목해야 한다. 스크린의 경우 교차상영이 가능해 통계의 착시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택시운전사는 2일 1446개의 스크린으로 7068회의 상영기회를 얻었다. 같은 날 군함도는 1108개 스크린으로 4919회 상영됐다. 전날 군함도의 상영횟수는 9511회였다. ‘슈퍼배드3’와 ‘덩케르크’도 각각 상영횟수가 하루만에 1173회, 1171회로 줄어들었다. 현재 예매율을 감안하면 택시운전사의 상영횟수는 첫날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군함도의 경우 ‘계열사 스크린 몰아주기’ 논란도 일각에서 제기했었다. 쇼박스가 투자배급한 택시운전사가 이 혐의의 사실여부를 판단해 볼 주요한 지표 노릇을 한다. 3대 멀티플렉스 기업의 영화별 스크린 배정을 보면 유의미한 차이가 드러나지 않았다.

CJ CGV는 택시운전사와 군함도에 각각 점유율 36.6%, 27.1%의 상영횟수를 배정했다. 롯데시네마는 택시운전사에 39.4%, 군함도에 26.5%를 배정했다. 메가박스의 경우 택시운전사 42.1%, 군함도 27.1%다. CJ CGV의 경우 슈퍼배드3에 다른 극장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18.1%를 배정한 것 정도가 눈에 띈다.
 

류승완 감독, 황정민, 김수안, 소지섭, 이정현, 송중기(왼쪽부터)가 7월 20일 오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군함도’(감독 류승완) VIP시사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뉴스1

그렇다고 택시운전사가 독과점의 혐의를 온전히 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지난해 성수기의 경우 각 투자배급사의 텐트폴(주력작)인 ‘인천상륙작전’(CJ E&M), ‘덕혜옹주’(롯데엔터테인먼트), ‘터널’(쇼박스)은 첫날에 적게는 3400회에서 많게는 4700회의 상영횟수를 얻었다. 이에 비하면 택시운전사가 첫날 부여받은 출발선은 확연히 앞 선상에 위치해있다.

어찌됐든 쇼박스 입장에서는 숨통이 트이게 됐다. 지난해 1분기 6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쇼박스는 올해 1분기에 10억원 가까운 영업적자를 냈다. 2분기 역시 6~7억원 안팎의 적자를 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NH투자증권은 2일 “쇼박스의 3분기 영업이익은 88억원으로 높은 실적개선을 전망한다”는 분석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 ‘어게인 2015’ 목소리 나오지만 몇 가지 변수 고려해야

그렇다고 군함도의 힘이 빠진 건 아니다. 택시운전사가 개봉한 날에도 24만명 넘는 관객을 모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암살’과 ‘베테랑’이 모두 연이어 1000만 관객을 넘어선 2015년을 언급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교롭게도 암살과 베테랑 역시 각각 쇼박스와 CJ E&M이 투자배급했었다. 당시 두 영화는 2주의 시차를 두고 개봉했었다.

한 영화제작업계 관계자는 “700~800만 영화와 1000만 영화 모두 평균적으로 배우와 감독 파워에 기대는 경우가 많다. 다만 1000만 영화는 이에 더해 온가족이 함께 관람할 수 있는 영화인지 여부도 작용하고 특히 당대 정치사회적 지형 덕도 본다. 과거 광해, 명량, 베테랑, 암살이 모두 이런 여론 흐름에 올라탔다”면서 “군함도와 택시운전사는 이런 여러 조건들을 충족시킨다는 점에서 기대해볼 만하다”고 전했다.

다만 시장상황이 바뀌었다는 해석도 설득력이 있다. 1주차에 ‘반짝’한 관객 스코어가 2주차 이후에 연착륙이 아니라 급추락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개봉했던 ‘스파이더맨: 홈커밍’이 대표적 사례다. 이 영화는 개봉 1주일 간 400만 관객을 모았지만 그 후 100만명을 더 늘리는 데 4일이 더 걸렸다. 700만 관객 돌파 시점은 개봉 22일 차였다.

군함도 역시 500만 돌파 시점은 베테랑과 암살을 앞서지만 최종스코어는 이에 못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택시운전사는 일단 개봉 첫 주말인 이번 주를 넘겨봐야 향후 스코어를 가늠해볼 수 있다.

극장업계 관계자는 “택시운전사에 대한 반응은 호의적인 것 같다”면서도 “군함도의 경우 과거 대형흥행작과 비교하면 500만 돌파 시점이 빨랐지만 SNS 발달과 IPTV의 일상화 등 콘텐츠 소비환경이 급변해 2~3주차에도 이런 추세를 이어갈지 여부는 미지수다. 극장들은 당연히 쌍천만을 기대하겠지만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애니메이션의 도전도 변수가 될 수 있다. 군함도와 같은 날 개봉한 ‘슈퍼배드3’는 1주일 간 192만 2774명의 관객을 모았다. 택시운전사가 개봉한 날 매출액 점유율은 13.6%로 군함도(19%)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여기다 ‘명탐정 코난: 진홍의 연가’는 택시운전사와 같은 날 개봉해 하루 만에 10만명 가까운 관객을 모으며 선전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