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이어 퀄컴도 대만TSMC행…종합반도체사 핸디캡 걸림돌

삼성전자가 퀄컴의 반도체 생산 물량을 대만에 뺏겼다. 애플에 이어 퀄컴까지 삼성전자와 결별을 선언함에 따라 최근 사업부로 승격한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을 아예 분사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당초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팀을 별도 사업부로 격상시킨 주된 이유가 애플, 퀄컴 등 팹리스(반도체 설계) 분야 경쟁사의 물량 수주를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퀄컴은 차세대 7나노 AP 위탁생산 물량을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아닌 대만 TSMC에 맡기기로 했다. 해당 칩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에게는 매우 뼈아픈 대목이다. 퀄컴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매출 가운데 40%를 차지하는 가장 큰 고객 중 하나다. 퀄컴의 변심을 막기 위해 그간 삼성전자도 보이지 않는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결과적으로는 마음을 돌리는 데 실패했다.

애플에 이어 퀄컴까지 삼성전자를 버리고 파운드리 업체를 택하면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 독립 필요성이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이번에 퀄컴 물량을 뺏긴 이유는 삼성전자의 7나노 공정 개발이 지연된 탓이 크지만, 근본적으로 종합반도체 회사라는 핸디캡에 기인한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능력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경쟁사를 고객으로 유입해야 한다는 게 문제다. 삼성전자 사정에 정통한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경쟁사 물량을 수주해야 한다는 점이 영업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파운드리란 타사가 설계한 반도체를 대신 만들어 주는 것을 말한다. 이번에 퀄컴 물량을 가져간 대만 TSMC는 파운드리 사업만 하는 전문회사인 반면,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와 반도체 개발을 동시에 한다. 삼성전자와 반도체 패권을 놓고 다투는 퀄컴 등으로선 경쟁사보다 전문 파운드리 업체에 맡기는 것이 기술 유출 우려를 덜 수 있어 부담이 적다.

SK하이닉스의 경우는 이미 파운드리 사업을 따로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100% 지분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를 신설해 이달 말부터 충북 청주를 기점으로 본격 독립 운영에 들어간다. 

한편 파운드리 업계 1위 대만 TSMC는 갈수록 물량을 늘려가며 선두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는 추세다. 지금 흐름대로라면 TSMC의 장기 집권체제가 구축될 것이라는 분석이 반도체 업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현장에서 직원들이 오가는 모습. / 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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