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최저임금 1만원' 위한 자영업자 부담 경감책…카드업계 직격탄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효자로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열린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일자리 100일 계획'언론설명회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카드업계는 내리막길로 접어들고 있는게 분명하다."

국내 대형 카드사 관계자가 최근 문재인 정부의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방침에 이같이 말했다. 이번 방침은 카드업계와 오랜 논의가 없었던 터라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 위원회는 지난 1일 '일자리 100일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부담완화를 위한 지원 방안으로 카드 우대 수수료율 적용 대상을 확대한다. 당장 8월부터 시행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약속했다. 문 대통령이 공약한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추진할 경우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카드 수수료 인하 등으로 혜택을 주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카드 수수료율은 연간 매출액 기준 2억원 이하 영세 가맹점이 0.8%, 3억원 이하 중소가맹점은 1.3%를 적용하고 있다. 일자리 위원회에 따르면, 0.8% 수수료를 적용받는 영세 가맹점 기준은 연 매출 2억원에서 3억원으로 오르고, 1.3%를 적용받는 중소가맹점 기준은 연매출 3억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조정된다.

이렇게 될 경우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영세와 중소가맹점 숫자는 크게 는다. 현재 전국 카드 가맹점 수는 260만개로 이중 매출 2억원 이하 영세가맹점이 70%, 2억~3억원까지 중소가맹점은 7%를 차지한다. 중소가맹점 상한이 5억원으로 늘어나면 전체 가맹점의 8~90%가까이 우대수수료 적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개 카드사 순이익은 1조8000억원으로, 가맹점 수수료가 추가로 인하되면 카드사들은 연 3500~4000억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지난해 초 수수료율을 인하해 연 6000억원 가량 수수료 수입 감소로 타격을 입은데 더해 추가 손실을 감수해야 할 형편이다.

가맹점 수수료는 카드사 전체 수익의 50%에 달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카드사들은 고객 혜택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카드사가 고객에게 주던 혜택 등을 줄이거나 카드 판매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며 "영세, 중소가맹점 살리려다 피해는 고객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자영업자 부가가치세를 카드사가 대리 납부하는 방안도 카드사를 옥죌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이 최근 부가가치세 징수 방식을 개편하는 과정에서 신용카드사가 이를 대리납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소비자가 물건 값을 낼 때 가격에 포함된 10%정도의 부가가치세를 납부하면 사업자가 이를 보관하다 국세청에 자진신고한 후 100%납부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사업자 탈루가 많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정부는 신용카드사가 부가가치세를 대납해 가맹점 수수료처럼 결제 시 원천징수해 자영업자 탈루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사업자의 소득원이 투명해진다는 논리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민간회사가 국가가 해야 할 징수 비용, 부담을 모두 떠안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며 "사업자들이 카드결제를 거부하고 현금거래를 늘리면 또 다시 카드사만 피해를 보는 꼴"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관계자도 "정부가 투명하게 세금을 거둬들일 순 있겠지만, 부담 전가로 카드사가 부실화될 수 있단 걱정하지 않는 모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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