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시장 3단계 개방 완료…외국 로펌 49% 지분 제한만 남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재협상, 폐기 등을 운운하며 강도 높은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한-미 간 무역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법률시장의 추가 개방을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법률시장은 한미 FTA에 따른 3단계 개방 절차가 모두 완료됐지만 외국 로펌의 합작법무법인에 대한 지분율과 의결권은 최대 49%로 제한돼 있다.

1일 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미국과 교역에서 무역수지 흑자 232억4600만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미국 무역대표부는(USTR)는 지난 3월 발표한 ‘대통령의 2017년 무역정책 의제' 보고서에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의 한국 수출은 12억달러 줄고 수입은 130억 달러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산업계 일각에서는 미국의 대한(對韓)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가장 먼저 법률시장의 추가개방을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내 법률시장은 한미 FTA에 따라 총 3단계 개방이 모두 완료됐다. 지난 2012년 3월15일 발효된 1단계 개방에선 외국 로펌이 외국법자문사로 구성된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 설립이 가능했다. 2단계(2014년 3월15일)에서는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와 국내 로펌의 업무제휴, 협업이 허용됐다. 국내법과 외국법 사무가 섞여있는 사건에 한해 외국 로펌과 국내 로펌이 공동으로 수임하고 수익 분배까지 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달 완료된 3단계 개방은 미국 로펌이 한국 로펌과 합작법무법인을 만들어 국내 소송과 자문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 합작법무법인은 한국 변호사도 채용이 가능하다. 다만 외국 로펌의 합작법무법인에 대한 지분율과 의결권은 최대 49%로 제한됐다. 바로 이 부분이 미국 측 불만이다. 지분율과 의결권 제한으로 미국 로펌이 한국시장에 진출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미국이 한국과의 교역에서 미국 측의 강점인 서비스분야의 흑자 폭을 확대하기 위해 법률시장의 추가개방을 요구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 분위기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지난 1월 당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는 법률시장 3단계 개방 법안(외국법자문사법 개정안)의 전면수정을 요구하는 국회에 항의서한을 직접 전달했다.

산업계는 만약 미국이 한미 FTA의 재협상을 이류로 법률시장의 추가개방을 요구해 올 경우 최소 일본의 개방수준까지 압박을 해올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현재 일본의 경우 합자법무법인에 대한 외국 로펌의 지분과 의결권은 지난 2004년 완전 삭제됐으며 송무와 노무에 관한 소송을 금지하고 있는 한국과 달리 업무범위에 있어서도 전혀 제한을 받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FTA의 재협상이 진행되면 미국이 국내 법률시장의 추가개방을 1순위로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라며 "개방 요구수준은 일본이 참고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한미 FTA가 재협상 수순까지 가지 않더라도 법률시장의 개방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코트라는 지난달 30일 ‘트럼프 취임 100일과 미 통상·경제정책 평가 및 주요국 대응현황’ 보고서에서 “한미FTA의 재협상과 상관없이 미국의 통상압박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지난 2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상민 위원장과 여야 의원들이 국내 로펌과 외국 로펌의 합작 법무법인 설립을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외국법자문사법 개정안을 의결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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