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를 떠나 단독주택에 정착한 가족… 부부가 손수 고쳐 더욱 아늑한 춘천의 작은 집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전셋값, 답답한 도시 생활, 아이들의 활동과 상상력을 제한하는 아파트. 오랜 시간 살았음에도 도시에서의 삶이 그리 여유롭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건 왜일까. 줄곧 아파트에서 생활해온 신덕철·최윤희 부부는 매일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과 똑같은 풍경에서 벗어나고 싶어 3년 전 두 사람의 고향인 춘천으로 돌아왔다. 

 

두 아이 지호(10세)와 동호(8세)가 뛰어놀 공간이 있길 바라는 마음에 아파트가 아닌 단독주택에서의 새로운 삶을 택했다. 인터넷에서 오래된 주택을 검색하고 두 차례 춘천을 방문한 끝에 지금의 집을 만났다. 골목 모퉁이에 자리한 구옥은 아침부터 오후까지 해가 드는 채광 좋은 집이었다. 따뜻한 빛이 집 안을 가득 메운 모습을 보자마자 부부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바로 이 집이라며 무릎을 쳤다.

 

낡고 오래된 집인 터라 두 사람은 자신들만의 취향에 맞춰 집을 손수 고치기로 했다. 건축업에 종사하는 아내 윤희 씨의 이모부가 설계와 시공에 큰 도움을 줬다. 세 사람이 철거 작업에 직접 참여하고 이후 시공은 전문가의 손을 빌렸다. 체력적으로 힘은 들었지만 부부 모두 뚝딱뚝딱 만들기를 좋아하다 보니 개조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부부는 ㄱ자형인 집 구조는 그대로 살리고 원래 큰방이 있던 곳에 벽을 세워 거실과 부엌으로 나눈 뒤 거실과 부엌 사이 벽면에 커다란 창을 냈다. 그 덕분에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거나 요리를 할 때도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 거실이 넓어 보이는 효과도 덤으로 얻었다. 거실과 이어진 작은 복도를 지나면 부부의 침실과 아이들 침실, 욕실이 나오는데 원래 툇마루였던 공간을 집 안으로 들여 복도로 만들었다. 지호·동호 남매는 이곳을 작은 운동장이자 도서관으로 쓴다.

 

단독주택에서 해결해야 할 가장 큰 숙제는 아무래도 단열. 기존 벽체에 벽을 덧대는 방식으로 보완했지만 구옥의 흔적이 사라지는 게 다소 아쉬웠다는 부부. 대신 거실과 부엌을 가문비 나무 소재 띠로 두르고 대문과 담벼락, 외벽에도 같은 원목을 사용해 작은 집만의 따스하고 수수한 분위기를 살렸다.​

 

아파트에서 단독주택으로 옮긴 지 3년. 가족의 생활에도 많은 변화 가 생겼다. 가장 좋은 점은 아이들에게 더 이상 뛰지 말라는 소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지호·동호 남매는 거실과 복도를 오가며 달리기를 하거나 구석구석 너른 공간을 찾아 마음껏 뛰어논다.

 

날이 따뜻할 때는 앞마당에서 고기를 구워 먹거나 여름에는 풀장을 만들어 물놀이를 하기도 한다. 도시에서는 미처 몰랐을 사계절의 변화를 네 식구는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즐기는 법을 찾아냈다.

 

회사와 집, 육아와 집안일로만 이뤄졌던 부부의 일상도 확연히 달라졌다. 공학도 출신이자 엔지니어로 일하는 남편 덕철 씨는 춘천으로 옮긴 뒤 목공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거실에 놓인 테이블과 복도의 책장도 그의 작품.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 동호의 책상도 조만간 만들어줄 거란다. 아내 윤희 씨는 패브릭 공예를 시작했다. 아이들 옷이며 커튼, 쿠션 등 자잘한 소품을 직접 만든다. 그녀의 재봉질로 계절이 바뀔 때마다 두 아이는 물론 집 안 곳곳의 소품들은 옷을 갈아입는다.

 

실내 면적 82㎡(25평대). 네 식구가 살기에 그리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살림살이를 줄인 까닭에 비좁지 않다. 아내 윤희 씨는 가구가 늘어날수록 그 안을 채우는 물건도 많아진다는 걸 깨닫고 춘천으로 이사 온 후 사용하던 물건을 대부분 처분했다. 거실에는 소파와 테이블, 책장밖에 없지만 가족의 대화는 밤이 갈수록 깊어지고 웃음소리도 끊이질 않는다. 서툴지만 정성이 깃든 손길로 만들어낸 네 식구의보금자리는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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