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사드 보복 등 내우외환서 벗어나기 위해 구국의 길 나서야

‘되놈’은 중국인을, 왜놈은 일본인을 각각 낮잡아 부르는 명칭입니다. ‘떼놈’이라는 말도 있었는데 되놈이 ‘공식 표준어’입니다. ‘짱꼴라’는 일본인들이 중국인을 비하하던 말을 우리가 따라한 것이지요. 우리가 일본인을 비하하는 말로는 ‘쪽발이’도 있습니다.

선린(善隣) 증진을 위해서 단연코 피해야 하는 이런 비속어가 한때 공공연했던 소이는 이들이 좋은 이웃이 아니었기 때문임은 물론입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우리 재산과 생명을 앗아갔던 이민족에 대한 감정 표출일 겁니다.

일본에 대한 비호감이 중국보다 더한 것은 비교적 가까운 시절의 식민지배 36년 기억이 생생한 탓이고. 사실 ‘대륙’에 의한 적폐가 조선 500년간 상전으로 군림한 시절의 것만 헤아려도 엄청남에도 그렇습니다.

아무튼 끼니 거르기는 예사고 나라를 뺏기기도 했던 주제에 모든 면에서 월등했던 서양인을 ‘양코배기’, 소련인을 ‘로스케’라고 비하한 것을 보면 우리가 특이한 민족임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자주 의식이니 어쩌니 하며 억지 자위할 게 아니지요. 강한 상대에게도 굽히기를 거부하는 오기의 발로일지 모르나, 사실(史實)은 약자의 앙탈에 불과했음을 보여줄 따름입니다.

중국 정부가 한미 양국의 사드(THADD) 배치를 이유로 칼을 빼들었습니다. 한류 공연 금지 조치에 이어 한국 관광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유커(중국 관광객)가 전체 관광객 1700만명의 절반, 면세점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그 파장은 간단치 않습니다.

또 중국 내 롯데매장을 닫도록 했습니다. 당장 수조원의 손실도 손실이려니와 앞으로 피해는 상상 이상일 겁니다. 우리나라 수출의 대중국 의존도가 25%를 차지하는 데 비해 중국은 4%에 불과하므로 중국이 더한 압박카드 사용도 망설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지요.

국내총생산(GDP)가 미국 3분의2에 이르고, 무역규모와 외환보유고가 세계 1위인 중국입니다. 미국과 어깨를 겨누는 중국에게 대한민국은 경략(經略)대상일 겁니다. 우리가 저네를 뭐라 부르건 그들은 우리를 ‘동이(東夷)’로 치부하리란 말입니다.

우리에게 더 치명적인 것은 중국의 공세가 경제부문에 한정된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중국의 이번 ‘도발’은 미국과 패권 다툼에서 비롯합니다. 시진핑 주석의 대국굴기(倔起)의지는 결연하고요. 일본을 끼고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맞대결에서 결코 물러나지 않을 것은 당연합니다. 중국 관계자들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동원한 성주 사드 포대 공격을 운위하는 게 우연이 아닙니다. 여기엔 미국의 북한 핵·미사일 선제 타격 시도에 대한 견제도 담겨 있습니다. 그렇기에 더 심각합니다.

대량살상이 가능한 핵무기 출현은 역설적으로 전쟁 억지제가 돼왔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핵, 특히 대륙간 탄도미사일까지 개발한 지금은 경우가 다릅니다. 미국은 자신의 본토를 위협하는 행위를 결코 용납 않습니다. 더불어 이들의 핵과 화학무기가 테러집단에 흘러들어가는 사태를 절대 방치하지 않을 겁니다. 선제타격론과 함께 김정은 참수 검토를 공식기구에서 논의하고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 편대를 전진 배치하는 등은 단순한 엄포가 아니지요.

1990년 대 초 철수했던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를 검토하는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이 북한에 선제 타격을 가할지, 북한이 대응 포격을 가하고 미군에 대한 반격에 중국이 가세할지 등등 모든 게 미지수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극단적 전쟁 상황이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입니다.

앞서 ‘되놈-왜놈-양코배기-로스케’를 거론한 소이는 다름이 아닙니다. 감당할 능력이 전혀 없으면서 뒷전에서 타박이나 했던 지난날보다 전혀 나은 게 없음을 말하고자 함이었습니다. 먹고 살만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 됐다고 미국 다음가는 군사·경제 대국이자 국토면적·인구 등에서도 비교가 안 되는 중국·일본과의 ‘맞짱’도 불사 않을 양 허풍을 떤 게 우리입니다.

큰 착각입니다. 자존심을 지키는 것과 당랑거철(螳螂拒轍)의 객기는 다릅니다. 현 위기상황을 주도적으로 헤쳐 나갈 수 없는 게 우리 처지입니다. 아니 양쪽에서 얻어터지다가 한 순간 모든 것을 날릴지도 모를 허약한 존재입니다.

대표적 현안으로서 중국 발 경제·안보위기를 예시했습니다만 사실 우리 발등에 떨어진 초대형 난제들은 산적해있습니다. 그럼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농단 시비에 휘말리고 탄핵소추가 된 9개월 동안 나라는 표류했습니다. 수 조원을 삼킨 대우조선해양 분식, 한진해운 퇴출이 흐지부지 지나칠 정도로 엉망입니다. 정부와 정치권은 국정에서 손 뗀지 오래고 다수 국민들도 격렬한 찬반 대결장에 휘말렸습니다.

이제 곧 박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탄핵심판 결과가 발표됩니다. 그러나 안 봐도 빤한 것은 나라가 더욱 어지러워지리라는 점입니다. 헌재 심판에 대한 어느 한쪽의 불복은 확실하니 편싸움은 거칠어질게 틀림없습니다. 게다가 대선으로 이어지면서 국가적 위기를 초래할 현안들이 아예 뒷전으로 밀려날 게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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