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L’, ‘오버워치’ 강세 속 토종 e스포츠 경기 속속 등장

엔씨소프트가 지난해 개최한 블레이드 & 소울 토너먼트 2016 월드 챔피언십 결선에 1만여명의 관람객이 모였다. / 사진=엔씨소프트

리그오브레전드(LOL), 스타크래프트 등 외산 게임이 독점하고 있는 국내 e스포츠 리그에 최근 국산화 바람이 불고 있다. 크로스파이어, 블레이드앤소울 등 국내 토종 게임들이 e스포츠 리그 활성화를 외치며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6년 e스포츠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의 e스포츠 산업 규모는 총 723억원에 이른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e스포츠 산업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생산유발효과가 1413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544억원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인기를 얻고 있는 e스포츠 리그 대부분이 외산 게임이라는 점이다. 과거 한국에서 e스포츠가 인기를 끌게 된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 것이 바로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스타)다. 최근 프로리그가 폐지되는 등 아픔을 겪었지만 여전히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스타의 바통을 이어 받은 것이 LOL이다. LOL은 현재 국내 e스포츠 시장의 핵심 리그로 활약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해부터는 오버워치가 등장, 새로운 e스포츠 유망주로 떠오르고 있다.

◇외산 게임에 도전장 내민 토종 게임들

이러한 상황에서 e스포츠 주도권을 찾고자 하는 토종 게임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으로 크로스파이어와 블레이드앤소울(블소) 등이 있다.

크로스파이어는 스마일게이트의 1인칭 슈팅(FPS)게임으로, 중국에서는 ‘국민 FPS’라 불린다. 스마일게이트는 지난 2013년부터 전 세계 11개 지역에서 선발된 대표들이 모여 우승을 다투는 글로벌 e스포츠 대회 ‘크로스파이어 스타즈(이하 CFS)’를 개최하고 있다.

매년 지역별 대표 선발전을 가진 후 12월 그랜드 파이널을 연다. 2013년 중국 상하이를 시작으로 2014년 중국 청두와 서울, 그리고 2015년 중국 광저우에 이어 지난해 대회인 ‘CFS 2016’은 지난해 12월 2일부터 4일까지 중국 쑤저우 뚜수호체육관에서 개최했다. 상금 규모는 2013년 17만7000달러(약 2억원)에서 시작해 지난해에는 3배 이상 증가한 63만달러(약 7억3000만원)로 증가했다.

CFS는 초기 중국팀들 위주로 진행됐지만 지금은 한국은 물론이고 북미·유럽·남미·러시아·브라질·인도네시아·베트남·필리핀 등 다양한 나라의 팀들이 세계 챔피언이 되기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도 최근 토종 e스포츠 종목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역할수행게임(MMOPRG)이 e스포츠 리그에 도전한다는 것은 흔치 않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엔씨는 2년 연속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블소 월드챔피언십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아울러 해당 대회가 중국 등 해외에서도 높은 관심을 받기 시작하며, 향후 글로벌 e스포츠 대회로의 가능성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블소 e스포츠 리그는 블소 게임 속 이용자간의 대전을 펼칠 수 있는 ‘비무 대회’를 대전 게임화해 e스포츠 종목화 한 것이다. 비무 대회는 블소 게임에 등장하는 9개 직업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무예를 겨루는 PvP(개인간 대전) 대회다.

엔씨는 블소 e스포츠를 즐기는 유저들을 위해 다양한 시도도 펼치고 있다. 지난 2105년 열린 1회 블소 월드챔피언십은 개인전이 전부였지만 지난해에는 단체전인 태그매치를 신규 종목에 추가해 새로운 재미를 유저들에게 선사했다. 올해 대회 역시 어떤 변화가 있을지 벌써부터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 넥슨의 인기 게임들도 국산 e스포츠 리그에 계속해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넥슨은 이미 오래전부터 자사의 인기 게임들을 이용해 e스포츠 리그를 개최해 왔다. 대표적으로 던전앤파이터, 카트라이더, 피파 등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게임들의 e스포츠화를 시도했다. 여기에 e스포츠 전용 구장인 ‘넥슨 아레나’도 운영하고 있다.

넥슨은 최근 e스포츠 분야 영향력을 국내를 넘어 해외로 본격적으로 확장하려 하고 있다. 넥슨은 지난해 11월 게임전문 채널 ‘스포티비 게임즈’의 방송 제작 및 사업을 전담하는 라우드커뮤니케이션즈(대표 이재명)와 전략적 투자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번 투자를 통해 넥슨표 e스포츠 리그들의 국내 e스포츠 저변 확대는 물론 함께 투자사의 해외 제휴 플랫폼을 통한 노출 증대도 예상, 글로벌로의 리그 확대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5일과 26일에는 넥슨이 서비스 예정인 온라인 레이싱게임 니드포스피드 엣지의 e스포츠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크로스파이어의 글로벌 e스포츠 리그 ‘CFS 2016 그랜드 파이널’ 경기장 모습. / 사진=스마일게이트
◇전 세계 흥행과 리그 지원 여부 등이 관건

다만 토종 e스포츠가 흥행하기 위해선 아직 넘어서야 할 산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게임이 필요하다. 국내 게임가운데 스타나 LOL처럼 전 세계에서 흥행을 거둔 게임은 아직 전무한 상황이다. 아울러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국산 게임 대부분도 개발 초기부터 e스포츠를 염두에 두고 개발된 게임이 아니다. 이러한 이유로 국산 게임들의 e스포츠 대중화는 시작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반면 LOL이나 최근 출시된 오버워치는 개발 단계부터 e스포츠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게임이다. 블리자드는 지난 23일 오버워치의 글로벌 e스포츠 리그를 만들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렇듯 해외 게임사들은 자사 게임의 e스포츠 리그를 위해 많은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e스포츠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시각도 문제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e스포츠가 화려한 명성에 비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대기업이 운영하는 e스포츠팀들은 홍보수단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일부 게임의 경우, 프로팀 해체도 이어지고 있다.

e스포츠 리그 운영을 위해선 기업의 후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기존 인기 외산게임들 외에 신규 토종 리그에 대해선 후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울러 게임 개발사들의 e스포츠 경험 부족 등도 문제다. 한국은 e스포츠 종주국으로 불리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선수 역량이나 리그 운영 등에 한정돼 있다. 스타를 시작으로 e스포츠 시장을 이끌어 온 게임은 그간 전부 외산게임이었다.

장민지 한국콘텐츠진흥원 연구원은 “한국은 e스포츠 종주국이라 불리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리그 운영 및 선수 관리 부분 등에 한정된다. 게임의 경우 스타 등 철저히 외산 게임 위주로 진행돼 왔다”며 “결국 국내 게임사들은 e스포츠와 관련된 경험을 많이 쌓지 못했다”고 밝혔다.

장 연구원은 “e스포츠 관련 경험 차이로 현재 외산 게임이 e스포츠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에는 정부와 기업들도 e스포츠에 대해 관심을 보이며,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다만 범정부적인 정책 지원과 더불어 특정 게임장르를 벗어난 다양한 장르에 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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