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정부 투자 의지 확고…관련 원재료 수요 증대 기대감 커져

구리·알루미늄 등 산업 원자재 투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보에 발맞춰 각광받고 있다. 원자재 가격은 제조업 수요 증가 기대과 맞물려 상승하는 경향을 띄는데, 트럼프 정부의 자국 우선주의 경제 정책 기조 이면에는 1조달러대 제조산업 투자가 자리잡고 있다. 산업원자재 가격이 2010년대 초반 가격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어 향후 상승 여력도 높게 점쳐진다. 다만 장기적인 달러 강세 요인은 원자재 투자 리스크로 꼽힌다.

◇ 원자재 가격 자극하는 트럼프 행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거침없는 행보로 시장에 불확실성을 걷어 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이하 현지 시각) ‘키스톤 XL 송유관’과 ‘다코타 대형 송유관’ 등 에너지 인프라 사업을 재협상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두 송유관 사업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환경파괴와 전통 에너지 사용으로 인한 지구 온난화 발생 우려로 승인을 거부해온 사업이다. 트럼프는 이를 취임 일주일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뒤집으면서 에너지 인프라 투자 의지를 내보였다.

트럼프가 공약한 1조달러대 미국 인프라 투자도 힘을 받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 대선 이후 10년간 1조달러대 투자를 진행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노후 시설을 선진국에 걸맞게 바꾸면서 2500만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여기에 야당인 미국 민주당이 트럼프가 지지해준다는 조건을 달고 24일 상원에서 별도로 10년에 걸쳐 1조달러를 투자해 1500만개 이상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내용의 인프라 투자안을 내놓았다.

인프라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어느정도 해소되자 산업 원자재 가격이 덩달아 움직였다. 특히 제조업 전반에 두루 쓰이는 구리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25일 뉴욕 상품 거래소(COMEX)에서 구리 선물 3월 인도분 가격은 파운드당 271.9달러로 2015년 6월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달 3일 파운드당 248.9달러와 비교하면 9.2% 상승했다.

알루미늄과 아연 등 산업 원자재도 상승세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알루미늄 현물 가격은 톤당 1833.5달러로 이달 3일 톤당 1687달러에서 8.6% 상승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아연 현물 가격도 25일 톤당 2801달러로 이달 3일 2521달러보다 11.1% 상승했다.

◇ 원자재 투자 여전히 매력있을까

이들 원자재 가격은 트럼프 취임과 맞물려 큰 폭으로 상승했다. 시간을 1년전으로 되돌리면 구리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1%, 알루미늄은 21.1%, 아연은 73.1% 상승했다. 일각에선 이미 많이 올라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트럼프 효과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데다 고점에서 투자하게 되면 수익내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이다.

반대로 지난 고점에서 바라보면 아직 원자재 가격 수준이 높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5년전 구리 가격은 2012년 1월 26일 파운드당 388.9달러로 이달 25일 271.9달러보다 파운드당 117달러 높다. 최근 알루미늄과 아연 가격 역시 5년전 가격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당시 원자재 가격 상승은 약달러가 지속한 영향이 컸다. 달러와 원자재 가격은 보통 역수관계인데 최근 달러 강세 현상은 원자재 가격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로 꼽히기도 한다”며 “다만 최근 달러 강세가 지속하는 상황 속에서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그만큼 상승 동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국제시장에서 거래하는 원자재는 달러로 거래된다. 따라서 보통은 달러 가치가 높아지면 원자재 가격이 내려간다.

원자재는 상장지수펀드(ETF), 펀드 상품이나 관련 주식으로 투자할 수 있다. 국내 자산운용사를 통해서는 대표적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인 ‘미래에셋TIGER구리실물’과 삼성자산운용의 ‘삼성KODEX구리선물(H)’이 있다. ‘미래에셋TIGER구리실물’은 실물 구리에 투자하는 ETF이다. ‘삼성KODEX구리선물(H)’은 구리 선물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롤오버(Roll-Over·월물교체) 비용이 든다.

펀드로는 슈로더투자신탁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KB자산운용 등이 다양한 원자재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관련 주식으로는 구리 상승 수혜주인 풍산, 아연 가격 상승에 영향을 받는 고려아연, 니켈 가격 상승에 움직이는 황금에스티 등이 꼽힌다. 이들 종목들은 관련 원자재를 생산 또는 원료로 삼아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로 원자재 가격 상승시 수익성이 높아지는 특성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에서 ‘키스톤 XL 송유관’과 ‘다코타 대형 송유관’ 등 2대 송유관 신설을 가능하게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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