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실적·시공능력 등 내세워 수주전…일본 건설사도 아베 지원 업고 공세

현대건설, 대림산업, SK건설의 터키 현수교 프로젝트 수주경쟁이 치열하다. / 사진= 시사저널e

국내 건설사인 현대건설, SK건설, 대림산업이 터키에서 세계 최장 현수교 수주전에 돌입했다. 총 공사비만 4조원대에 이르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각 건설사 컨소시엄은 차별화된 강점을 내세워 수주전에 나서고 있다. 대림산업·SK건설 컨소시엄은 현수교 원천기술 확보, 터키 내 풍부한 수주실적이 강점이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국제적 평판, 기술력이 강점이다. 후발주자인 일본 건설사 주축 컨소시엄도 일본 정부의 자금력을 기반으로 국내 건설사 컨소시엄을 맹추격하는 상황이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터키 다르다넬스 해협 현수교 프로젝트에 현대건설, SK건설, 대림산업이 입찰제안서 제출을 검토 하고 있다. 해당 프로젝트의 입찰 마감일은 오는 26일로 알려졌다.

터키 정부가 발주하는 해당 현수교는 터키의 국가 역점 사업 중 하나다. 에르도안 총리는 공화국 수립 100주년이 되는 오는 2023년까지 ‘새로운 터키’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당 사업은 사회기반시설(SOC)를 대규모로 확충하는 것이 골자다.

해당 프로젝트는 사업비, 공사규모 모든 면에서 그야말로 ‘역대급’이라 불리고 있다. 현수교는 아시아와 유럽 대륙을 잇는 다리로 완공 시 3.7km 길이에 이를 전망이다. 일본 아카시대교(1991m)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큰 현수교가 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또한 사업비 역시 총 4조원대에 이른다. 건설사들이 군침을 흘릴 수 밖에 없는 금액이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해당 현수교는 특수 교량에 속한다. 우선 길이도 1km가 넘는 대규모 다리다. 또한 기존 교량과 달리(교량 밑으로) 배가 지나고, 깊은 해저가 있기에 정밀한 공사기법이 필요하다. 아울러 바닷바람을 견딜 수 있는 설계공법이 도입돼야 한다”며 공사비가 큰 이유를 설명했다.

공사규모가 큰 만큼 터키 발주처에서도 입찰참여 조건에 시공능력·실적을 까다롭게 설정한 상황이다. 이에 입찰에 참여하는 개별 국내 건설사 역시 나름의 강점을 지닌 채로 수주전에 임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SK건설 및 현지 터키 건설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해당 컨소시엄은 투자개발형(PPP) 사업형태로 수주전에 나선다. ▲설계 ▲​시공 ▲​자금조달 ▲​운영 등 공사 모든 과정을 해당 컨소시엄에서 전담한다. 이에 일반 도급공사 대비 높은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

SK건설은 지난 5년 간(2011~2016년) 터키에서 13억1000만 달러의 수주액을 거뒀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 건설사가 터키에서 달성한 수주액(38억 달러)의 34.2%에 해당한다. 또한 SK건설은 아시아와 유럽 대륙을 가르는 터키 보스포루스 해협 밑을 관통하는 5.4km 터널공사를 지난해 12월 완공했다. 아흐메트 아르슬란 터키 교통장관은 해당 공사를 두고 “대단한 도전”이라 평했다.

컨소시엄의 일원인 대림산업은 특수 교량 건설에서 독자적 기술을 지니고 있다. 대림산업은 지난 2012년 세계에서 네 번째로 긴 현수교인 ‘이순신 대교’를 건설한 바 있다. 일본 엔지니어링 업계의 도움 없이 설계된 국내 최초의 현수교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SK건설은 그간 터키에서 좋은 수주실적을 올렸다. 대림산업의 자체 현수교 제작시설로 인한 비용절감과 함께 좋은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현지 터키 건설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전에 참여했다. 해당 컨소시엄은 EPC(설계·기자재 조달·시공) 형태로 수주전에 참여한다. 현대건설은 현대건설은 세계적 건설전문지인 ENR(Engineering News Record)에 따르면 해외시장에서 건설사의 영향력을 가늠하는 ‘인터네셔널(International)’ 파트에서 전세계 13위에 올랐다.  이에 기술력에 기반한 이름값에서 밀리지 않는다. 또한 현대건설은 지난 5년 간 터키에서 4억6000만 달러를 수주한 수주실적도 지니고 있다. 

 

현재 양측 컨소시엄의 막판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어느 한측의 우위를 가리기 힘든 상황이다. 

 

한편 입찰결과는 3월 중 발표될 예정이다. 발주처 역시 공사를 조속히 원하고 있다. 이에 발주처가 저가수주 등 무리한 계약요건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 일본 건설사도 수주전 참여…아베 총리의 전폭적 지원 이어져

해당 수주전의 관건은 일본 건설사의 수주 경쟁력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일본 건설사들이 아베 총리의 지휘 아래 정부 차원의 전폭적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수주전에서 일본 측은 이토추 종합상사와 건설사인 IHI가 주축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일본 건설사는 전통적으로 교량 건설의 강자로 군림했다.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인 아카시대교 역시 일본 건설사의 원천 기술로 만들었다. 해당 컨소시엄 역시 현수교 기술력을 바탕으로 발주처에 구애를 보내는 상황이다.

기술력과 더불어 자금조달력 측면에서도 일본 측이 우세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가 최근 해외 인프라 사업수주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해당 프로젝트의 자금조달 문제에 일본 정부가 적극 개입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에 당초 대림산업‧현대건설 및 현대건설 컨소시엄의 2강, 이토추 종합상사‧IHI의 1약 구도에서 균형추가 일본 측으로 기울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한다.

한국 정부 역시 해당 프로젝트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건설산업 소관 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중점 업무사항인 PPP 육성방안에 해당 현수교 공사가 포함된 상황이다.

다만 업계 차원에서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적극적인 정부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재 정부에서 프로젝트 수주지원을 고민하고 있는 걸로 안다. 다만 일본 정부의 지원책과 비교해 높은 수준의 지원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며 “이번 수주전의 핵심은 자금조달 방안이다. 수출입은행, 무역보험 등을 통한 정부의 자금지원이 있어야만 국내 건설사의 수주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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