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 회장 임원에 '성과' 요구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이 서울 영등포구 국민은행 여의도 본점에서 열린 KB금융 제8기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 사진=뉴스1

"대기업에서 스카우트 연락이 올 정도로 일해 봐라."

KB금융 한 고위 관계자는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겸 KB국민은행장이 올해 조직개편을 단행한 뒤 임원들에게 이같이 요구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말 KB금융지주는 재도약을 위해 과감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지주사와 은행, 증권을 아우르는 겸직 체제로 조직을 바꿨다. 윤 회장은 이후 임원들에게 '스카우트'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성과를 통해 능력을 보여달라는 주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과거 금융사 임원이라고 하면 대기업 재무팀 등에서 스카우트해 가던 시절이 있었다"며 "이런 관행이 지금은 사라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윤 회장은 과거 시절을 회상하며 대기업에서 은행 임원은 뛰어나다는 소문이 날 정도로 성과를 내보라는 의미로 이 말을 한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의 올해 화두는 통합증권사 출범에 따른 그룹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한 그룹 시너지 강화에 있다. 이를 위해 그룹차원에서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자산관리(WM)와 기업투자금융(CIB)부문에서 지주, 은행, 증권의 3사 겸직체제를 시행했다.

KB지주는 WM총괄로 박정림 부사장을, CIB총괄로 전귀상 부사장을 신규 선임했다. 이동철 전무는 전략총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 외에도 KB금융은 중요 부서를 신설, 승격 시키는 방식으로 전반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개인고객그룹을 고객전략그룹으로 재편했다. 지주사에 미래금융부 산하에 KB 이노베이션 허브(Innovation Hub)조직을 뒀다. 이를 통해 핀테크 시장 공략 등 미래성장동력 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국민은행은 미래채널그룹에 스마트마케팅부와 스마트채널지원 유니트를 신설했다. 비대면 마케팅과 디지털금융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기 위해서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지주내 그룹은 11개에서 12개로, 은행 부행장은 5명에서 6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지주사 내 조직 겸업 시스템이 만들어지며 인력 규모는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KB금융 조직개편을 보면 지주사 역할 중요성 강화가 돋보인다. 그룹 협업을 컨트롤하기 위해선 결국 지주사 역할을 강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지주사 회장 힘을 키우고 회장을 중심으로 지주사가 계열사 경영 전반을 컨트롤할 수 있는 시스템이 형성된 셈이다.

박정림 부사장과 전귀상 부사장이 지주 부사장과 부행장을 겸직하며 지주-은행-증권을 모두 관리하는 3겸직 체제가 가능한 것도 결국 KB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겸직하는 윤 회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런 매트릭스 구조 체제하에 KB금융지주 겸직 임원수는 올해 윤 회장을 포함해 총 8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KB금융지주는 회장과 국민은행장 분리 문제에서도 윤 회장의 은행장 겸직 유지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회장과 은행장 겸직을 지금에 와서 분리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윤 회장 임기는 올해 11월까지다.

KB금융 고위 관계자는 "윤종규 회장은 기존 은행장 겸직 체제로 임기를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KB금융에 올해 굵직한 사안들이 많다. (윤 회장의 은행장) 겸직을 통해 KB금융 안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