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동 호텔 막던 박원순 대권도전 시사…윌셔 그랜드 호텔 준공에 조현아 복귀 가능성↑

일명 '땅콩 회항' 사건을 일으킨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2014년 12월 30일 오전 서울 서부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뉴스1

“눈물도 흘려보고 찬밥도 먹어보고 고생도 해보고. 그 뒤 각자 전문성을 최대로 살리겠다.”2015년 6월 16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파리 에어쇼가 열린 프랑스 르부르제 공항에서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 이후 세 자녀의 역할 변화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덮어놓고 (기업을) 넘기지 않겠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경영 복귀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조현아 전 부사장이 견과류 서비스를 문제 삼아 타고 있던 대한항공기를 램프리턴(항공기를 탑승 게이트로 되돌리는 일) 시킨 사건이 발생한 지 770일이 흘렀다. 재계에서는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흘러나온다. 도화선은 박원순 시장의 대권도전이다.대한항공의 송현동 호텔 건립을 반대하던 박 시장이 시장직을 내려놓고 대선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관측되면서 대한항공이 다시 호텔사업 고삐를 죌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올해 한진그룹 핵심사업으로 꼽히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윌셔 그랜드 호텔이 준공된다. 이른바 ‘호텔통’으로 불리던 조 전 부사장의 복귀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진그룹 교통정리 끝난 3세 경영새해 들어 한진그룹은 '3세 경영'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 동안 안개에 가려졌던 승계구도가 명확해졌다. 반전은 없었다. 주인공은 조양호 회장 장남 조원태 사장이다. 지난 6일 한진그룹은 조원태 대한항공 총괄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이어 10일 대한항공은 조양호 대표이사 회장과 조원태 대표이사 사장 2인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지창훈·이상균 대표이사가 사임하면서 대한항공은 순수 오너대표 체제로 전환된 것이다.조원태 사장은 한진그룹 노른자로 꼽히는 대한항공을 총괄하게 되면서 명실상부한 한진 후계자가 됐다. 조 사장은 한진그룹 지주회사는 물론 대한항공·진에어·한국공항 등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를 모두 맡게 됐다.조 회장 차녀인 조현민 전무는 올해 전무B에서 전무A로 승진했다. 조 전무는 지난해 7월 진에어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이로써 한진해운 후계구도 윤곽은 드러났다. 조원태 사장이 조양호 회장 뒤를 이어 그룹사와 대한항공을 총괄하면서 조현민 전무는 저가항공사(LCC) 부문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 ‘호텔통’ 조현아와 ‘反호텔’ 박원순한진그룹 세 자녀 중 조현아 전 부사장만이 ‘명함’을 파지 못하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12월 미국 뉴욕 JFK 국제공항에서 견과류 서비스를 문제 삼아 타고 있던 대한항공 KE086을 탑승 게이트로 되돌리도록 지시하고 사무장을 강제로 내리게 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그 뒤 2015년 5월 22일 항소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석방됐다.조 전 부사장은 현재 한진그룹 모든 보직에서 물러난 상태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한진그룹이 조 전 부사장 복귀 시기를 타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돈다. 이 같은 풍문에 뼈가 붙은 건 박원순 서울시장이 대권도전을 시사하면서부터다.박 시장은 지난 2일 조기 대선이 점차 가시화되자 “서울시장이 아닌 전국시장이 되겠다”며 대권의지를 드러냈다. 박 시장 임기는 2018년 6월까지다. 다만 대선후보로 결정될 경우 사퇴가 불가피하다. 헌법재판소가 탄핵결정을 내릴 경우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하는데 지자체장은 30일 전에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박 시장과 한진그룹 간 연결고리는 대한항공이 추진해온 송현동 호텔건설 사업에 있다. 지난 2008년 대한항공은 삼성생명으로부터 송현동 부지를 2900억원에 매입했다. 호텔을 짓겠다는 계획이었으나, 당시 학교 인근에 해당 시설을 지을 수 없도록 규정한 학교보건법에 가로막혔다.결국 대한항공은 2015년 8월 호텔 대신 복합문화공간인 K익스피리언스를 짓기로 했다. 이후 2015년 12월 국회에서 관광진흥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규제가 완화돼 호텔건립 족쇄가 풀렸지만, “역사적으로 중요한 송현동 부지에 호텔을 들일 수 없다”는 박 시장 반대는 여전했다. 그러나 최근 K익스피어리언스 계획에 ‘비선실세’ 차은택이 개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이상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최근 최순실 예산이 잘려나가면서 당초 K익스피어리언스사업에 지원되기로 했던 예산이 모두 사라진 탓이다. 대한항공으로서는 정부 지원도 받을 수 없는 문화시설을 굳이 지을 이유가 없다. 여기에 호텔사업 가장 큰 벽이던 박 시장마저 물러난다면, 대한항공이 다시 호텔건립을 추진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만약 호텔사업이 다시 물꼬를 튼다면 ‘땅콩 회항’ 전까지 송현동 호텔사업 추진계획을 총괄했던 조 전 부사장이 복귀를 타진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11일 투자회사에서 근무 중인 한 재계 3세는 “형제들이 모두 한 자리씩 차지한 상황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 경영복귀는 시간문제”라며 “다시 돌아온다면 여론과 전문성 모두를 고려해야 하는데, 고객접점이 적으면서 조 전 부사장 관심분야기도 한 호텔사업이 제격일 것이다. 특히 송현동에 7성급 호텔이 들어선다면 한진 입장에서 굳이 다른 이를 대표로 앉힐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LA 윌셔 그랜드 호텔도 주목

2014년 2월 15일 열린 윌셔 그랜드 호텔 콘트리트 타설 기념행사에 아버지 조양호 회장과 함께 참석한 조현아 전 부사장. / 사진=대한항공 공식 블로그

2014년 2월 15일 열린 윌셔 그랜드 호텔 콘트리트 타설 기념행사에 아버지 조양호 회장과 함께 참석한 조현아 전 부사장. / 사진=대한항공 공식 블로그

재계 안팎에서는 조현아 전 부사장이 복귀한다면, 여론을 의식해 국내가 아닌 국외사업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행선지로 꼽히는 곳은 미국 LA다.한진그룹은 2014년 2월부터 LA 윌셔가와 피겨로아가 사이에 ‘윌셔 그랜드 호텔’을 짓고 있다. 윌셔 그랜드 호텔은 73층에 900개 객실을 갖췄다. 준공까지 10억달러 이상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로, 대한항공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현재 건물외관 공사가 85% 정도 진척됐으며 완공 예정일은 오는 3월이다. 조 전 부사장은 미국 LA의 윌셔 그랜드 호텔 재개발사업에 큰 애정을 쏟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2월 15일 열린 윌셔 그랜드 호텔 콘트리트 타설 기념행사에 아버지 조양호 회장과 함께 자리해 에릭 가세티 LA 시장, 호세 후이자 LA 시의원 등 유력인사를 만나기도 했다.한편,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아직 조현아 전 부사장의 복귀는 거론되거나 논의된 적도 없다”며 “(땅콩회항) 사건 이후 칩거 중인 것으로 안다. 그 외 업무활동은 전혀 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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