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저축은행 등 2금융권 대출 위험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시급한 상황이다. 저축은행 스스로 관리 체계를 견고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도 힘이 실린다. 또 취약계층이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상황을 피할 수 있도록 정부의 노력이 지금보다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79곳 저축은행 신용대출 잔액은 12조4000억원으로 나타났다. 2015년보다 32.5%(3조원) 늘었다. 증가율도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저축은행 신용대출 증가율은 2014년 9월 11%, 2015년 9월 16.5%, 2015년 9월 18.4%로 꾸준히 높아졌다. 하지만 지난해 30%를 훌쩍 넘어서며 급증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단기대출 서비스인 카드론 대출 규모도 역시 거침없이 증가했다. 지난해 9월 말 카드론 잔액은 23조원을 기록했다. 1년 사이 11.6% 늘었다.
저소득층과 저신용자가 생활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저축은행 등에 몰려든 탓이다. 국내 경기가 사실상 저성장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가계소득이 줄었고 이에 생활자금 대출 수요가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정부의 은행 여신심사 강화가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제2금융권 대출에 몰리게 만드는 '풍선효과'로 작용했다. 저축은행 가계대출 급증세는 올해도 계속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는 소비자 신용도가 낮은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저신용자는 저축은행에 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물어야 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부채상환능력이 떨어져 국내 금리가 올라갈 경우 가계부채 부실화로 직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통계를 보면 지난해 11월말 가계담보대출을 취급하고 있는 26개 저축은행 가계신용대출은 평균 22.19%다. 시중은행 가계대출(3.20%) 평균보다 7배 높은 수준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같은 기간 8개 카드사 평균 카드론 금리는 연 13∼15%를 기록했다.
이런 고금리를 감당해야 하는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대출자 대다수는 취약계층이다.
지난해 9월말 금액 기준으로 저축은행 가계대출자 중 32.4%가 취약계층 대출로 분석됐다. 1금융권은 3.7%다. 여신전문금융회사 가계대출 중 취약계층은 15.8%다. 또 농협, 신협, 수협 등 상호금융조합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저소득층은 32.3%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2013년 말(27.4%)보다 4.9%포인트 늘었다. 높은 이자를 감수하면서도 생활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빚을 지는 저소득, 저신용 등 취약차주가 늘고 있다는 신호다.
익명을 요구한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상당수 저축은행들이 고신용자인 1등급 고객에게 연 20% 안팎의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묻지마' 대출 관행으로 금리 인상 등 복합적인 충격이 가해지면 저축은행 가계부채 부실화가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개인사업자까지 저축은행으로 몰린다
개인사업자가 저축은행·상호금융 등에서 대출을 받는 규모도 점차 커지고 있다. 베이비붐(1955~1963년생) 세대의 은퇴와 청년 실업, 기업 구조조정 등이 개인 창업을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개인사업자 대출이 늘어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개인사업자 대출은 지난해 상반기 249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 상반기보다 12% 늘었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증가폭은 이보다 2~3배 더 컸다. 같은 기간 저축은행(5조7000억원→7조)과 상호금융(14조3000억원→22조7000억원)은 각각 23%, 59%씩 늘었다.
결국 퇴직한 베이비붐세대와 일자리를 잡지 못한 청년들이 자영업에 뛰어들기 위해 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2금융권에서 자금을 빌리고 있는 셈이다. 부채 부실화 위험은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 자영업자 대출이 가계 빚의 또 다른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저신용자 등 금융약자를 위한 정부 대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1금융권의 대출 거절로 2금융권으로 밀려온 취약계층이 저축은행 등 규제 강화로 2금융권에서도 대출을 받지 못하게 되면 극심한 생활고에 내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가장 대표적인 정부지원서민대출로 손꼽히는 햇살론 대출이 대안으로 나타났다.
햇살론은 정부에서 저소득, 저신용인 서민도 저금리가 가능하도록 고안한 대표적인 서민대출이다. 신용보증재단 보증을 통해 연 7~9%대로 최대3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다만 대출 조건이 있다. 연소득4천만원 이하인 직장인, 개인사업자로 직장인 경우에는 3개월 이상 재직 및 소득증빙이 가능해야 한다. 이에 조건 유연화 또는 금리 인하, 대출 금액 인상 등이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2금융권으로 오는 취약계층이 현 수준보도 제도 혜택을 받도록 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