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푼 안쓰고 9년 모아야 빚 없이 내집 산다

 

최근 불거진 주택 공급과잉과 미분양 증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내 집 마련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내 아파트 값이 가구소득 대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6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가구소득 대비 아파트값을 나타내는 PIR(Price to income ratio) 지수에서 서울은 지난해 1분기(1~3월)와 3분기(7~9월) 9.0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찍은 것으로 조사됐다. 2분기(4~6월) PIR도 8.7로 나타났다.

이는 서울 평균 가구소득(지난해 1분기 기준 5173만원) 수준인 가정이 서울시내 중간 가격대의 주택을 구매하기 위해선 한 푼도 쓰지 않고 9년을 모아야 빚 없이 매입 가능하다는 뜻이다.

서울 평균 가구소득은 조사가 시작된 2008년 1분기(4007만원)보다 1166만원 올랐다. 같은 기간 아파트값은 2억9500만원에서 4억6450만원으로 1억6950만원 상승했다. 집값이 가구소득의 증가속도를 큰 폭으로 앞지른 것이다.

서울 뿐 아니라 경기지역 PIR지수도 지난해 역대 최고수준을 보였다. 2008년 1분기 6.1에서 시작해 지난해 1분기 경기도의 PIR은 7.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분기는 6.7, 3분기 7.0로 모두 높은 수치다.

지난해 1분기 경기지역 평균 가구소득은 2008년 1분기(3246만원)대비 805만원 오른 4051만원이다. 반면 같은 기간 아파트값은 8875만원(1억9825만→2억8700만원) 상승해 집값 오름세가 가구소득보다 10배 이상 높았다.

내 집 마련이 어려워 임대차계약을 한다지만 전월세로 또한 주거고민을 해야 하기는 마찬가지다. 향후 몇 년 입주물량의 급증으로 역전세난 가능성까지 제기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구소득 대비 임대료가 높기 때문이다.

kb부동산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4억2051만원에 이른다. 그런데 부동산114에서는 최근의 전셋값 상승세 추세를 보면 서울에서 아파트 전세를 재계약하기 위해선 평균 8232만원이 더 필요하다고 말한다. 결국 서울에서 전세를 구하기 위해서도 5억원 가량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처럼 높은 집값과 임대료로 인해 주거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안정적 임대주택 시장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집의 개념을 사는 것에서 사는 곳으로 전환해 가구 소득의 증가속도를 앞지르는 집값을 적정 수준으로 견제하자는 것이다.

경실련 관계자는 “소득에 비해 과도하게 비싼 집값을 못 이겨 세입자로 거주할 수밖에 없는 서민이 늘고 있다”라며 “정책적으로 집값 자체를 적정 수준으로 낮추려는 노력과 함께 적극적인 공공임대 공급과 민간임대의 활성화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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