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진설계·재난대비책 부족한 노후 인프라 급증…업계 "정부 정책적 지원 필요" 주장

노후 인프라 관리·개선이 건설업계에서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30년 이상 노후 인프라는 내진설계, 재난대비책이 미흡해 국민안전에 위협적이다. 앞으로 10년 간 집중적 개선이 필요하다. 민간 건설사의 관심도 높다. 업계 차원에서는 노후 인프라를 신규 수익원으로 인식하고 있다. 다만 노후 인프라 개선을 위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1980년대부터 인프라가 집중 공급됐다. 경제성장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인프라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해당 인프라가 올해 기준 10년 뒤부터 준공 뒤 30년이 넘는 ‘노후 인프라’로 전락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0년 뒤 준공 후 30년 이상 경과한 노후 1·2종 기반 시설물 고령화율이 2015년 6.9%, 3.6%에서 2025년 17.1%, 16.1%로 2배 이상 급격히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10년 뒤 준공 후 50년 이상 경과한 인프라 시설물은 537개, 비중은 전체 시설물 대비 2.75%에 이를 전망이다.

노후 인프라 급증은 시설물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지난 9월 5.8 지진 이후 재난 대비 건축물의 안전도가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노후 인프라는 설계 당시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발생 요인을 고려하지 않았다. 1인당 국민소득이 1000달러대인 시절 지어지면서 내진설계 반영 등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해 지자체도 최근 노후 인프라 관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5일 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 의원 10명이 ‘서울특별시 노후 기반시설 성능 개선 및 장수명화 촉진 조례안’을 공동 발의했다. 도시 노후 기반시설 실태조사를 통한 개선방안을 지자체 최초로 마련했다. 

건설업계도 노후 인프라시설 관리·개선방안에 관심을 두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SOC 예산을 2020년까지 연 평균 6.0%씩 감축할 방침이다. 공공 인프라 공사 발주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노후 인프라 시설로 타개점을 찾을 계획이다. 지난 8월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조정식 위원장과 여·야당 간사 및 ▲최삼규 대한건설협회 회장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김한기 대림산업 사장 ▲임병용 GS건설 사장 등이 참여한 자리에서 건설업계는 “노후인프라시설 개선을 위한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조찬간담회에서 '트럼프 신정부와의 새로운 경제협력 방안'을 주제로 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 뉴스1
주변국도 노후인프라 개선책을 마련하고 있다. 일본은 ‘4차 사회자본정비 중점계획(2015~2020년)’ 인프라 시설의 유지관리 등 SOC 정비에 착수한 상황이다. SOC 유지관리를 통해 인구 고령화에 따른 경제성장에 대비하는 목적이다. 미국은 대선 과정에서 당시 트럼프, 힐러리 후보 모두 ‘노후 인프라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합일을 이뤘다. 트럼프 당선자는 노후 인프라시설 개선에 5000억 달러 이상을 지출할 계획이다. 경제성장 진작이 목적이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1월 29일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조찬간담회에서 "노후화된 도로 등의 현대화 작업에 한미 기업이 함께 참여할 기회가 늘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노후 인프라 개선 활성화를 위해선 재원확보가 선결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민간기업 참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인프라 시설 개선·유지 등은 건설업에서 서비스업에 해당한다. 이는 엔지니어링에 속한다. 부가가치율이 높다. 다만 전체 금액이 시공 대비 적어 전체 이익금도 크지 않다. 이에 이익률을 건설업체의 수지타산에 맞게 끌어올릴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재원확보를 위한 정부조치는 걸음마 수준이다. 입법조사처가 12월 발간한 ‘경제산업분양입법’에 따르면 인프라 건설과 유지·보수를 위한 예산이 정부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8.8%에서 2013년 7.1%로 감소추세다. 앞으로도 감소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입법조사처는 지적했다. 국내 인프라 유지관리 예산이 인프라 건설 예산 총액의 20% 내외인 상황에서 규모는 물론 금액감소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영환 건설산업연구원 연구본부장은 “과거 1인당 국민소득이 1000달러 이하인 시절 지어진 인프라 노후도가 위험요인이다. 해당 인프라는 기후변화에 따른 재해·내진설계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각종 정부 대책으로도 내진설계율 적용률이 중앙정부 관리 시설은 56%, 지자체 관리 시설은 7%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연구본부장은 “SOC 유지관리는 경제성장률과도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 내년 건설투자 감소를 유수의 연구기관이 전망한다. 이는 2%대 경제성장을 위협하는 요인이다”며 “SOC 유지관리를 통해 신규 건설시장을 창출해야 한다. 정부의 재정,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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