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청문회 재벌총수 9인 출석…이부회장에 포화 집중될 듯

6일 국조특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 예정인 정몽구 현대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본무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왼쪽부터). 이번 청문회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포함해 5대 그룹 총수 전원이 출석하는 진풍경이 벌어질 예정이다. / 사진=뉴스1

 

6일 예정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하는 재벌 총수 9인 중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제외한 다른 재벌 총수 8인은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상황이다. 

재단 출연 등과 관련한 대가성 여부에 대한 질문이 예상되지만 현재까지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곳은 삼성을 제외하곤 SK와 롯데 정도이다. 드러난 정황과 제한된 청문회 시간 등을 고려할 때 삼성을 제외한 다른 그룹들에 대한 상대적 관심도는 훨씬 적을 것으로 보인다.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을 제외하면 재벌 총수를 제외한 모든 증인·참고인도 삼성 의혹 관련자들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겐 두 차례 독대 시 대화 내용과 최씨 및 최씨 지인 회사에 일감을 준 배경에 대한 추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독대에 앞서 '환율 안정화'·'불법 노동행위에 대한 엄격한 법집행'·'전기차·수소차 정책지원' 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청문회에선 실제 대화 시 자금지원과 현안이 서로 관련이 있는지를 두고 의원들의 공세가 예상된다.  

현대차는 지난해 2월 KD코퍼레이션과 원동기용 흡착제 납품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9월까지 KD코퍼레이션의 납품 물량은 10억 600만원 규모였다. 여기에는 최순실씨와 박근혜 대통령 등의 개입이 있었다. 두 사람은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니며 친분을 쌓았다. 

최씨는 박 대통령에게 KD코퍼레이션을 소개했고, 박 대통령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통해 2014년 11월경 정 회장 등에게 "활용이 가능하다면 채택해 달라"고 요구한 것. 최씨는 이 같은 청탁 대가로 이씨로부터 현금과 명품백 등 5000만원 이사의 금품을 챙기고 그를 대통령 프랑스 순방 시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하도록 도움을 줬다.

현대차는 또 최씨 실소유주인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에 올 4월과 5월 사이 70억원이 넘는 광고물량을 넘겨줬다. 플레이그라운드는 이를 통해 9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다. 이 역시 KD코퍼레이션처럼 최순실→박근혜→안종범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거쳤다. 안 전 수석이 지난 2월 박 대통령과 정 회장의 독대에 동행한 김동진 부회장에게 '잘 살펴봐달라'며 광고 수주를 요구한 것이다. 
6일 청문회 출석이 예정된 허창수 GS 회장(전경련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조양호 한진 회장, 손경식 CJ 회장(왼쪽부터). / 사진=뉴스1

 

SK와 롯데는 국회의원 171명이 발의한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삼성과 함께 제3자 뇌물죄 관련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두 그룹 모두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추가적인 별도 자금을 지원을 받았던 기업들이다. SK는 80억원 지원 요청을 받고 3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으나 실행되지 않았다. 롯데는 75억원 지원 요청을 받고 70억원을 건넸다가 돌려받았다.

탄핵소추안에는 두 기업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과 롯데가 K스포츠재단에 기부했다가 돌려받은 70억원이 뇌물로 적시돼 있다. 오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 처리가 예고된 상황에서 두 그룹 총수도 이를 앞두고 관련 질문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 4월 정부가 서울시내에 면세점을 추가로 네 곳 더 내주기로 한 것에 대해 두 기업의 청탁 가능성에 대해 검찰이 수사 중이다. 

최태원 회장에겐 지난해 특별사면과 면세점 사업 관련 질문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두 가지 사안과 건네진 자금과의 연관성에 대한 질의가 예상된다. 지난해 7월 당시 수감 중이던 최 회장 대신 김창근 SK이노베이션 회장이 박 대통령을 독대했다. 최 회장이 향후 이 대화 내용을 보고 받았을 가능성이 커 이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시 대화에서 최 회장에 대한 사면 논의가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SK는 이후 지난해 10월과 올해 2월 미르·K스포츠재단에 총 111억원을 냈다.

아울러 올 2월에 있었던 박 대통령과 최 회장의 독대도 의혹의 대상이다. 당시 대화에서 면세점 관련 논의가 있었다는 의혹이 불거진 상황이다. 이에 앞서 SK는 26년 동안 운영해온 워커힐면세점의 특허권을 지난해 11월 잃었다. 독대 후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은 최순실씨 지시에 따라 SK에 80억원을 추가로 지원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결국 지원은 실현되지 않았다.
 
롯데는 지난 3월 박 대통령과 신동빈 회장의 독대 시 중소기업중앙회의 아울렛 의무휴업 확대 움직임에 대한 우려, 수입 맥주 과세 강화 필요 등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한 달 앞서 고 이인원 롯데 정책본부장(부회장)이 박 대통령을 독대하기도 했다.
 
신동빈 회장에겐 면세점 관련 질의가 예상된다. 롯데가 지난해 특허권을 상실한 월드타워점을 되살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점을 감안하면 어떤 식으로든 이에 대한 대화가 있었을 것이라는 게 야당의 시각이다. 검찰 수사 결과 신 회장은 독대에서 75억원 지원 요청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한 대가성 추궁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 70억원을 K스포츠재단에 돌려주는 과정에서 사 정보를 사전에 인지한 것 아닌지에 대해서도 질의가 전망된다.
 
이밖에도 허창수 GS 회장에겐 전경련 회장으로서의 질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이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미르·K스포츠재단과 관련해 기업들의 모금 창구 역할을 하는 과정을 알았는지가 쟁점이다. 그는 의혹이 불거지던 와중에 "보고 받지 못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밖에도 조양호 한진 회장에겐 평창동계올림픽 위원장 관련 정부 압력 의혹, 손경식 CJ 회장에겐 이미경 부회장 사퇴 압박 등에 대한 질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구본무 LG 회장과 김승연 한화 회장에겐 독대 내용에 대한 질의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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