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유지 어려움·소음 등 공동 생활에 대해서도 각오해야
높은 주거비 부담에 임대료가 비교적 저렴한 셰어하우스(Share house·공동주택)가 인기다. 서울 대학가 원룸 평균 보증금은 1158만원이다. 월평균 임대료는 48만원이다. 부동산 중개 어플 직방에 따르면, 서울시 원룸 평균 평수가 가장 큰 곳은 8.5평(28㎡)의 강남구다. 1000만원의 보증금과 50만원에 육박하는 월세를 내고도, 입주할 수 있는 가장 넓은 집이 10평(33㎡)도 안 된다.
셰어하우스는 입주자에게 낮은 임대료와 넓은 집을 제공한다. 보증금도 없다. '비싼 돈, 좁은 집'이란 현 세태에 역행한다. 셰어하우스는 '서로가 서로를 모르는' 다수가 한 집에 거주하는 새로운 주거 개념이다. 개인적인 공간을 보장하며, 주방·화장실 등은 타인과 공유한다. 셰어하우스는 고임대료·혼자 살이의 대안으로 등장했다.
일본에는 1980년대부터 셰어하우스가 등장했다. 일본 집값은 70년대 중·후반 뛰기 시작해 85년에 부동산 버블 정점을 맞았다. 이 시기에 높은 주거비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웠던 사람들이 '셰어하우스'를 찾기 시작했다. 현재 우리 역시 부동산 시장 과열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우리나라의 부동산 거품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우리가 밟을 일본의 전철 위에 셰어하우스가 있다.
셰어하우스에서의 생활은 어떨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실제 서울 셰어하우스에 거주하는 5명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중복 답변 편집)
어떻게 셰어하우스에 입주하게 되었는가?
홍대 A 셰어하우스 거주자 :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게 되었다. 보증금 부담이 없고, 여럿이 함께 사는 점이 안전한 것 같아 입주하게 되었다. 외국에서 유학 생활을 했는데, 그때 셰어하우스를 잘 이용했다. 한국에도 있나 찾아봤는데, 있어서 입구하게 되었다.
홍대 B 셰어하우스 거주자 : 집이 지방에 있다. 스터디, 학원 등 공채 준비를 위해 불가피하게 서울로 올라왔다. 서울에서 집을 구할 때의 가장 큰 문제는 월세가 아니다. 보증금이다. 처음엔 좀 외져도 저렴한 월세방을 찾았다. 신림동과 낙성대 근처에 집을 알아봤다. 고시원은 상황이 너무 열악해서 살기 싫었다. 살만한 집은 적어도 보증금 500만원을 요구하더라. 취업 준비생에게 500만원은 목돈이다. 보증금 없는 집을 찾다가 알게 된 게 셰어하우스였다.
합정 C 셰어하우스 거주자 : 서울 자취 경력이 4년
차다. 지금 스물다섯인데, 대학 입학과 동시에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했다. 물론 돈도 부담이었지만, 더 큰 문제는 혼자 산다는 외로움이었다. (자취 4년 차지만) 외로움에는 적응이 안 된다. 내 방이 있음에도 일부러 친구 집을 전전하기도 했다. 사람과 함께 살고 싶었다. 그래서 셰어하우스에 입주하게 되었다.
셰어하우스에 살면서 느낀 가장 좋은 점은?
홍대 A 셰어하우스 거주자 : 원룸 같은 경우, 여자 혼자 산다는 점이 무서웠다. 셰어하우스는 다 함께 살기 때문에 혼자 살 때 보다 안전한 느낌이 든다. 이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 또 계약기간도 단기이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만큼 살 수 있어서 좋다.
강남 D 셰어하우스 거주자 : 방 밖에서 사람 소리 나는 게 좋다. 원룸에 살 적에 듣는 사람 소리는 복도에서 나는 구두 소리 정도였다. 셰어하우스에 사니까 나와 '대화할 수 있는' 상대가 방 밖에 존재한다는 게 큰 위로가 된다. 동시에 혼자만의 공간도 보장이 되니 일석이조다.
합정 C 셰어하우스 거주자 : 보증금 부담은 물론 없지만, 월세 부담이 확 줄어들진 않았다. 그러나 '혼자 산다'는 부담이 줄었다. 연고 없는 서울에 혼자 산다는 게 심리적 부담이 된다. 셰어하우스에 살면, 일시적이나마 식구가 생겼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에 위로가 된다.
셰어하우스 거주의 단점은?
합정 C 셰어하우스 거주자 : 화장실이 적은 게 힘들다. 아침, 저녁 씻는 시간이 겹치면 내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 청소 문제도, 거주자 각자 '깨끗하다'의 기준이 달라서, 나는 청소를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다른 사람 기준에선 더러울 수가 있다. 이런 부분 조율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홍대 E 셰어하우스 거주자 : 각자 방에서 할 일을 하는 분위기라, 주방이나 거실에서 떠드는 경우가 생각보다 별로 없다. 사실 나는 이 점이 우리 셰어하우스의 장점이라고 생각하지만, 함께 모여서 술 마시고 놀고 하는 분위기를 바라고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실상은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다. 생각보다 정적이다.
강남 D 셰어하우스 거주자 : 사실 이것도 결국 사람이 모이는 거라, 친목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것에 민감하거나 서툰 사람들은 셰어하우스 입주에 많은 고민을 하길 바란다.
관리비(건물 관리비, 전기, 가스, 수도요금)는 어떻게 나누는지?
홍대 A 셰어하우스 거주자 : 관리비와 공과금은 정해진 금액이 있다. 1/n로 낼 경우 단기로 살고 나가는 사람이 많아 그런 점이 불편해서 관리비, 공과금은 같은 금액을 지정해 모두가 동일하게 지불하고 있다.
강남 D 셰어하우스 거주자 : 철저한 1/n 체제다. 쓴 만큼 내는 게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대신 내가 많이 사용하면 다른 사람이 피해를 입게 된다는 생각에, 혼자 살 때보다 전기나 가스 사용을 절약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셰어하우스 거주에 있어서 '사생활(프라이버시)'이란?
홍대 A 셰어하우스 거주자 : 현재 사는 셰어하우스는 모두 1인실이기 때문에 각자 방은 개인적으로 쓸 수 있어서 프라이버시는 잘 켜지는 편이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원룸에서 혼자 사는 것보다 잘 지켜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셰어하우스에 살면서 이런 것(타인과 함께 사는 것)을 경험하는 것이 사회생활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서로 지킬 건 지키고 규칙을 세워 생활한다.
합정 C 셰어하우스 거주자 : 들어오면서 (사생활은) 일정 부분 포기했다. 거주 목적이 주거비 절약도 있었지만 '함께 살자'였기 때문이다. 이건 셰어하우스에 살고 싶은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할 사항이라고 본다. 사실, 세탁기에서 남의 속옷과 내 속옷이 함께 빨리는 일 정도는 무던하게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
가까운 지인에게 셰어하우스를 추천하겠는지?
홍대 A 셰어하우스 거주자 : 친구에게 추천하겠다. 우선 금전적인 부담이 없고, 같은 나이 또래와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정보 공유도 할 수 있다. 세상이 흉흉해서 늦게 귀가할 때 무서웠는데, 집에 누군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안심과 의지가 된다. 혼자 따로 살 때보다 마음이 편하다.
홍대 B 셰어하우스 거주자 : 까다롭지 않은 친구라면 적극 추천이다. 남과 함께 산다는 게 대단한 각오가 필요한 건 아니지만, 참아야 할 것들이 많다. 그래도 나는 장점을 더 많이 봤기 때문에, 추천할 의향이 있다.
치솟는 임대료와 대세가 되어버린 '혼자' 열풍의 정면에 선 셰어하우스. 장점과 단점이 선명한 이 주거 방식에 대한 선택은 결국 각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