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과열지구 지정, 분양권 전매제한기간 강화 검토…건설 위축 시 경제 하강 우려 주장도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는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 사진= 뉴스1

정부가 강남3구를 필두로 투기세력 규제를 위한 패를 다듬고 있다.  부동산 과열양상을 방치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각에선 경제성장의 큰 축인 건설투자 위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서울 강남권 등 일부 지역에서 발생하는 집값 과열현상을 막기 위해 투기과열지구지정,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 연장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대책의 추진여부, 시기 또는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진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이 세간에 공개된 것은 정부가 정책 공개 전 여론동향을 살피는 일환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국토부가 정책 발표 직전 여론반응을 살피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강남권 재건축 단지 등 특정 지역을 정조준한 정책이기에 특수성을 감안해 여론 동향에 신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남권 등 특정 집값 과열지구를 겨냥한 정부 부동산 정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들어 지난 6월 28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중도금 대출 보증요건을 강화했다. 1인당 보증건수는 2건, 1인당 보증한도는 수도권과 광역시 6억원, 지방 3억원으로 제한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해당 요건에 해당하는 단지가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겨냥한 정책이라고 분석했다. 전국적으로 해당 보증요건 제한으로 규제가 적용될 단지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다만 해당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수도권에서 6억원이 넘는 단지에 입주하는 이들은 중도금 대출을 자비로 부담할 여력이 있는 자산가가 다수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대책을 “부동산 시장 하강을 우려한 정부조치”라고 평가했다.

 

강남3구를 포함해 강남권 아파트 시장은 한국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로 여겨진다. 강한 규제책은 전체 부동산 시장 하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사전에 신호를 보내 집값 급등세를 막는 것이 정부의 의도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국토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재차 8.25 가계부채 대책을 내놨다. 다만 여전히 부동산 시장 하강을 우려해 ‘부동산 대책이 아닌 가계부채 대책’이란 단서를 달았다. 또 당시 분양권 전매제한 강화 등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요구한 기재부 등 관련 부처의 요구를 국토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토부가 2012년 이래 시행되지 않은 투기과열지구 지정 및 분양권 전매 제한기간 연장 등 강한 부동산 규제책을 구상한 것은 집값 과열지구, 특히 강남권 재건축 단지 움직임이 심상치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행법상 분양시장과 주택시장 모두 과열현상을 보일 경우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특정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할 수 있다. 투기과열지구에 지정되면 수도권과 충청권은 최초 주택공급계약 체결 가능일로부터 5년간 분양권 거래가 제한된다. 그외 지역도 1년간 분양권 거래가 제한된다. 최근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집값 급등은 분양권 전매에 따른 수천만, 수억원에 이르는 시세차익 기대감 때문이다. 이번 국토부 구상안은 분양권 거래 자체를 제한하는 만큼 종전보다 매우 강한 부동산 대책이라 할 수 있다. 

국토부가 이같은 고강도 대책을 구상한 데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 재건축 아파트 3.3㎡당 매매값은 4012만원으로 사상 첫 4000만원대에 진입했다. 전 고점인 2006년의 평당 3635만원보다 훨씬 높다. 낮은 일반분양물량과 높은 전세가율이 신규 아파트 단지로의 수요유입을 부르고 있다.

반면 지역별 아파트 매매가격은 오름세가 둔화되는 상황이다. 올해 초 대비 9월 기준 아파트 매매가격은 ▲강남권(4.1→2.3%) ▲강북권(4→1.3%) ▲서울(4.6→1.9%) ▲수도권(3.5→1%) ▲전국(3.5→0.2%) ▲지방(2.6→-0.5%) 등 모든 지역에서 전년 동기 대비 일제히 하락했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만 상승세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집값 과열을 넘어 '부동산 거품'을 우려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당국은 이전부터 관련 대책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강호인 국토부 장관은 지난 14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투자 목적의 과도한 수요 등으로 (집값) 과열현상이 이어질 경우 단계적·선별적 시장 안정책을 강구할 방침"이라며 "각 지역의 시장 상황에 대한 맞춤형 처방" 필요성을 언급했다. 

 

◇ 정부대책 경기하강 우려도 부상

 

다만 새 규제가 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당국이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3.2% 성장했다. 그러나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최근 보고서에서 "건설투자 제외 시 2분기 경제성장률은 1.6%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건설투자의 경제성장 기여율이 50%가 넘는다고 건산연은 분석했다.  한국은행 역시 분기별 경제성장률 발표 시 건설투자의 중추적 역할을 강조했다.

 

최근 건설투자는 주택수주를 바탕으로 급증하고 있다. 주택매매 시세차익을 노린 수요가 건설사의 주택수주→ 건설투자→경제성장이란 선순환을 이끄는 상황이다. 

 

강남3구를 필두로 한 정부 부동산 규제 움직임에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강남3구는 '부동산 불패'라 불리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해당 지역에 대한 강한 규제가 강남권을 넘어 전체 부동산 시장 하강, 아울러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 전문가는 지적한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 다른 경제부문이 건실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때 정부 대책으로 건설부문마져 하락하면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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