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환영’, 건설업계는 ‘난색’

2014년 2월 무너진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중국산 불량 철강재 사용이 원인으로 분석됐다. / 사진=뉴스1

최근 중국산 철강재가 대규모로 국내에 반입되면서 원산지 표시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일부 불량 중국산 철강재로 인한 안전 문제가 불거지면서 대다수 국민들은 국산 철강재를 선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철강업계는 원산지 표시를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반면 건설업계는 원가 상승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는 입장이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이 최근 실시한 ‘건설안전과 관련한 소비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소비단계에서 철강재 원산지 표시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92.6%,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7.4%로 조사됐다. 특히 응답자들은 원산지 표시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건물안전(65.3%)을 가장 많이 꼽았고, 두 번째로는 철강재의 품질(13%)을 택했다.

철강재 원산지 표시 논란은 오래 전부터 지속돼왔다. 지난 19대 국회 때도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소관 부처인 국토교통부와 건설업계 등의 반대에 막혀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20대 국회에서는 지난 6월 이찬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설현장과 건설 완료시 사용된 주요 건설 부·자재들을 공개된 장소에 게시하게 하는 내용의 건설산업기본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재는 공사명, 공사내용, 발주자, 설계자, 시공자, 공사금액, 공사기간 등만 명시되고 있다.

 

이번에 발의된 개정안에는 레미콘, 아스콘, 바닷모래, 철강재, 부순골재, 순환골재 등 주요 건설 부·자재들의 원산지도 함께 표기하도록 했다. 원산지 표기 대상 건설 부·자재 6종은 ‘건설기술 진흥법’ 제57조제1항의 품질확보 대상 건설자재・부재 조항 및 관련 시행령에 따른 것이다.

개정안은 주요 건설자재・부재의 원산지 표기를 통해 발주자와 입주자 등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원산지 정보 공개를 통해 한국산업표준(KS) 인증 등 품질이 검증된 건설자재·부재의 사용을 장려한다는 취지다.

국회의 철강재 원산지 표시 움직임에 대해 건설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건설자재는 KS에 부합하는 품질의 제품만 쓸 수 있기 때문에 자재의 원산지 표기 강제가 이중 규제라는 입장이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중국산 철강재 사용을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해 공사원가 및 주택 가격이 올라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아울러 원산지 표시를 강제할 경우 수입산 철강재가 KS 이상의 품질인 경우에도 불합리하게 사용이 기피될 수 있고 국민들도 수입산 철강재를 사용한 건물을 특별한 이유없이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철강업계는 수입 철강재의 경우 허위 품질성적서를 제출하거나 중량미달 제품을 사용하는 등 불법행위가 지속적으로 적발되고 있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발주자나 건물 입주자, 건물 매입자 등이 건물 안전에 직결되는 사항임에도 사용된 건설자재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이들의 알 권리 보장 및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원산지 표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명재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7월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원산지표시위반 단속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단속금액 4503억 중 2215억이 철강제품이었다. 이는 지난해 단속금액의 49.2%에 달하는 수준이다. 단속 철강제품 111건 중 95건은 중국산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원산지 표시 법안이 이번 국회에서도 통과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업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건설용 철강재의 경우,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데 국내산이 가격에서 중국산을 이기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건설업계 입장에서는 중국산을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원산지 표시 강제는 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이미 대기업들은 대부분 국내산 철강재를 쓰고 있다”며 “다만 중소 건설사들 위주로 중국산이 널리 쓰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산이라고 다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부 불량 철강재가 유통되는 것이 문제다. 원산지 표시 의무가 이뤄지면 이러한 부분이 조금은 개선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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