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부문 이어 엠넷닷컴 등도 물적 분할하기로

CJ E&M이 글로벌 미디어그룹들의 행보를 따라가는 모양새다. 사진은 미국 UCLA, 캐나다 토론토대, 싱가포르 국립대 등 경영대학원(MBA) 재학생 40여명이 23일 오후 서울 상암동 CJ E&M 센터를 방문, 문화창조융합센터를 둘러보고 있는 모습. / 사진=뉴스1, CJ그룹

 

CJ E&M이 드라마부문에 이어 음악 플랫폼부문도 물적 분할하면서 탈융합 행보를 본격화했다. 이미 공고한 위치를 구축한 글로벌 미디어그룹 행보의 복사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두 부문 법인의 성과에 따라 이 같은 행보의 운명이 좌우될 전망이다.

12일 미디어업계에 따르면 CJ E&M이 본격적인 탈융합 행보에 들어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CJ E&M은 음악플랫폼사업과 관련 사업을 단순·물적 분할 방법으로 분할시켜 신설회사를 설립한다고 지난 7일 공시했다. 관련 사업은 음악플랫폼사업(Mnet.com), K-POP 글로벌사업(Mwave), SA(sourcing agency) 사업 등이다. 단 모바일 쿠폰 사업은 제외된다.

신설 설립회사명은 ‘CJ디지털뮤직(가칭)’이다. 비상장법인으로 출발한다. 분할기일은 오는 12월 1일이다. CJ E&M은 분할목적에 대해 “음악 플랫폼 사업과 관련하여 신설회사는 신규사업 확대, 서비스 경쟁력 제고, 해외 사업 확장을 위해 콘텐츠 플랫폼 사업자로서 전문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분할의 목적이 음원사업으로 대표되는 음악 플랫폼 시장 공략에 있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현재 이 시장의 강자는 로엔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는 멜론과 KT뮤직의 지니, 벅스뮤직이다. 여기에 CJ디지털뮤직이 가세하면 음원 시장은 대기업들의 각축전으로 변모할 전망이다. 로엔은 올 초 카카오에 인수됐다. 여기다 애플뮤직도 상륙하면서 전장은 더 확장된 모양새다.

앞서 CJ E&M은 5월 드라마사업 부문을 스튜디오 드래곤으로 물적 분할한 바 있다. 스튜디오 드래곤은 tvN 드라마 뿐 아니라 9월부터 MBC, KBS, SBS 등 지상파 3사에도 드라마를 납품한다. 설립 전 화앤담픽쳐스와 문화창고 지분 인수 등 콘텐츠경쟁력을 크게 키워놓은 덕이다.

장민지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분석팀 박사는 “글로벌 미디어 기업의 경우 초반에는 시장공략을 위해 확장전략을 펼친다. 그러다 각 분야 업무들이 개별성을 잃어버리는 경향이 나타나는데 그 와중에 의사결정이 늦어져 트렌드에 둔감해질 위험이 있다”며 “미디어‧콘텐츠 트렌드는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물적 분할이 필요할 때가 온다”고 설명했다.

문지현 미래에셋대우증권 애널리스트도 “글로벌 미디어 그룹 성장국면도 ‘대형화-통합화-분할’로 나눠진다. 특히 분할 국면에서 각 사업 부문 간 성장성과 수익성 격차가 나고 이해 상충이 일어나기도 한다”며 “(이 때문에) 합병 기업의 재분할, 일부 사업 분할 등이 나타난다”고 풀이했다.

실제 이 같은 행보는 글로벌 미디어그룹들이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추진해 온 이른바 ‘탈 융합’ 행보와 복사판이다.

북미권 미디어학계에서 주목받는 진달용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져대학(SFU) 교수는 2013년 출간된 저서 ‘De-Convergence of Global Media Industries’를 통해 2000년을 기점으로 글로벌 미디어‧콘텐츠 그룹들이 매체 융합이 아닌 탈 융합 행보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진 교수에 따르면 미국 미디어업계에서는 1990년대부터 인수합병을 통한 ‘융합 붐’이 일었다. 이 시기 AOL·타임워너가 합병 등 굵직한 거래를 통해 수직계열화를 이뤄냈다. 하지만 막상 합병 후 시너지효과가 기대만큼 나지 않았다. ‘미디어 산업’이라는 이유로 성격이 다른 뉴미디어와 올드미디어가 합쳐진 점도 그다지 큰 효과를 내진 못했다. 결국 이들 기업들은 ‘탈 융합’으로 반전을 꾀하기 시작한다.

CJ E&M의 행보는 시기만 다를 뿐 진 교수의 미국 산업 분석틀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CJ E&M은 2011년 CJ미디어, 온미디어, CJ 인터넷, CJ엔터테인먼트, 엠넷미디어가 합병돼 설립된 미디어‧콘텐츠 기업이다. 콘텐츠 제작과 유통을 수직계열화한 셈이다.

하지만 2014년 게임사업 부문 분할에 이어 올해 연이어 드라마 사업부문과 음악 플랫폼을 물적 분할하면서 탈융합 행보로 방향을 틀었다. 이 때문에 드라마‧음악 플랫폼 사업의 성과와 시장 상황에 따라 다른 사업 부문도 탈 융합 행보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결국 관건은 수익성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미 행보를 시작한 스튜디오 드래곤은 올해 ‘또 오해영’과 ‘굿 와이프’를 연이어 성공시키며 그룹 내 매출효자로 떠오른 모습이다. 문지현 애널리스트는 “CJ디지털뮤직도 플랫폼 역할이 명확해지고 제휴처가 확대될 전망”이라며 “월정액/다운로드 등 소비자 과금과 제휴 등을 통한 기업 매출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