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정보제공에서 공동 경험하고 행동하는 뉴스로 변화

외형으로 보면 단순한 어안렌즈 2개를 붙여 놓은 360도 카메라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상현실(VR)은 360도 카메라에 최첨단 스마트 소프트웨어 기술이 융합되어 있다. VR을 통해 실제 현장에 있는 것과 같은 사실적이고 몰입감 높은 영상을 선사해 주고 있다. 게임 분야에서부터 시작하여 영화, 스포츠, 테마파크, 교육 분야를 거쳐 미디어 영역까지 확산되고 있다.

 

과거부터 있어왔던 VR이 최근들어 대중으로부터 각광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값싼 VR장비의 보급과 개인 미디어를 기반으로 하는 소비 추세가 맞물려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VR 기술의 뉴스 적용 가능성을 간파한 뉴욕타임스는 VR 뉴스제작은 물론 자사가 제작한 VR 영상을 볼 수 있는 카드보드 100만개를 구독자에게 배포하면서 사실감 높은 VR 뉴스를 공격적으로 마케팅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가상현실 뉴스 홈페이지 ‘See for yourself’ / 사진=이민규교수제공.

대표적인 사례로 뉴욕타임스는 전쟁 난민관련 보도인 ‘자리를 빼앗긴 사람들(The Displace)’ 에서 실제 VR로 촬영한 콘텐츠와 가상현실을 잘 조합하여 독자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시리아 등 내전지역 난민 어린이들의 전쟁으로 인한 절규를 실감나게 표현하여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후 많은 언론사들이 VR을 활용한 뉴스를 선보였다. CNN은 민주당 대선 후보 토론회 중계에, USA투데이는 브라질 리우 올림픽이나 자동차 경기와 같은 가벼운 소재를, ABC뉴스는 ‘Inside Syria VR’과 같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시리아 수도 다마스커스 유적 장면을 VR로 보여주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국경제가 가장 먼저 VR 저널리즘을 선보인 가운데 조선일보도 적극적으로 VR뉴스를 제작 하고 있다.  

 

VR저널리즘의 위력은 수용자의 역할을 과거의 수동적인 ‘관찰자’에서 적극적인 ‘참여자’로 변화시켰다는 점이다. VR의 활용으로 수동적으로 관망하던 뉴스에서 직접 체험하고 참여하는 뉴스 활용으로 뉴스 활용 행태를 변화시키고 있다. 과거 대부분 사람들이 별다른 감정 없이 지면을 넘기고 화면을 돌렸을 내용이, VR을 통해서 내용을 접할 경우 깊이 공감하고 행동을 유발시킬 수 있는 촉매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노니 드 라 페나(Nonny de la Pena)가 2013년 제작한 ‘로스앤젤리스에서의 굶주림(Hunger in Los Angeles)’ 이다. 미국 내 최빈층의 참상을 시청자에게 VR로 체험하게 하는 다큐멘터리로 무료 급식 배급소에 길게 줄 선 사람들이 VR 기기를 통해서 보인다. 갑자기 한 남자가 저혈당으로 쓰러지고 경련을 일으킨다. 기사 한줄로 끝날 내용이지만 VR로 직접 체험한 수용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로스앤젤리스에서의 굶주림’ VR 뉴스 한 장면 / 사진=이민규교수제공.

2015년 6월 미국의 Markets and Markets 전문지에 의하면 ‘2020년이면 VR저널리즘 시장 규모가 약 160억 달러(20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VR저널리즘 확장에 대해 나이트재단 보고서에서는 ‘시장의 급속한 확장’에 근거를 두고 있다. 가트너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까지 VR영상을 볼 수 있는 기기가 2천500만대가 판매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국내 VR저널리즘 활용은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지만 최근 각광 받고 있는 네이티브 광고 등장과 함께 급성장할 전망이다. 앞으로 VR저널리즘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분야는 묵직한 탐사보도에서부터 스포츠 중계, 집회, 재난 현장과 같이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현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VR저널리즘의 장점은 상황과 공간에 대한 정보와 이해를 높이고 가치 중립적인 인식과 함께 현장을 가감 없이 생생하게 전달 할 수 있는 좋은 취재 도구이다. VR저널리즘을 활용한 우수 사례로 미국 중부 아이오와주 ‘데모인 레지스터(The Des Moines Register)’의 농가 폐허 문제를 심층적으로 탐사보도한 ‘Harvest of Change’를 들 수 있다.  

 

결론적으로 뉴스 콘텐츠 소비가 제작자와 수용자 사이에 상호작용(interaction)에 초점이 맞추어 짐에 따라 몰입도가 높은 VR저널리즘은 더욱 각광받을 전망이다. 하지만 이같은 강력한 몰입감은 기대만큼 부작용도 예상할 수 있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는 물론 현실을 왜곡한 비윤리적인 VR콘텐츠 제작은 끊임없이 감시하고 경계해야 할 문제이다. 누구든지 VR을 제작하여 수용자를 가상현장으로 이끌 경우 취재윤리의 심각한 훼손이 될 수 있다. 첨단 VR시대를 맞이하고 있지만 전통적으로 내려왔던 저널리즘의 기본인 기자들의 올바른 윤리관과 진실된 정보제공 원칙이 더욱 절실해 지는 시대이다. 

 

VR저널리즘을 활용한 대표적인 탐사보도인 데모인 레지스터의 ‘Harvest of Change’ / 사진=이민규교수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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