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번째 이야기

국회 앞에서 농성하면서 쌩쌩 달리는 자동차의 엔진소리때문에 많이 고생했다. 눈앞에서 일어난 자동차 추돌사고를 보고나서 겁이 났다. 잠든 동안 자동차가 인도로 밀고 들어와 농성중인 우리들을 치고, 국회 울타리를 들이받지는 않을까 무서웠다. 예전에 세월호 유가족이 청와대 앞에서 노숙 농성할 때 두려운 것이 차가 자신들을 치고 갈까봐 겁이 난다고 했더란다. 공감이 됐다.

  

유난히 더웠던 6, 나는 그늘 하나 없는 국회 앞 도보에서 최저임금 1만원과 최저임금 결정방식 개선을 요구하며 단식농성하고 있었다. 박정훈 알바노조 위원장, 용윤신 사무국장, 우람 정책팀장도 함께였다. 당시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가 진행 중이었다. 해마다 노사 한쪽이 퇴장한 상태에서 공익위원안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했다. 이에 결정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지만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았다.

 

물과 효소로 버티는 단식은 21일간 계속됐다. 올해 최저임금 결정시기에 전국 알바들은 숟가락을 놓았다. ‘최저임금 1만원에 동조하는 사람 318명도 12000시간 굶었다.

 

최저임금은 많게는 600만명의 삶을 결정한다. 밥버거와 백반 중 무엇을 먹을지, 혹한기에 보일러를 틀지 말지, 병원에 갈지 말지를 결정하는게 바로 최저임금이다. 최저임금이 인간의 기본적인 생존조건이자 곧 인간의 존엄성인 이유다. 물론 요즘은 자영업자도 어렵다. 치솟는 임대료, 프랜차이즈 로열티 탓이다. 500만 자영업자 중 알바를 고용하는 자영업자는 150만명, 30%밖에 안 된다. 이에 따라 많은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인상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6470원으로 결정됐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국회에선 최저임금 결정방식을 개선하자는 법안이 열 개도 넘게 발의됐다. 국회에 다시 오게 될 때는 알바들도 살 만한 세상이 되어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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