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기부 등 다양한 활동 전개…“포괄적인 사회적 책임으로 범위 넓혀야"

넷마블게임즈는 지난 7월 서초구 내곡동에 위치한 언남초등학교에서 가족 내 건전한 게임문화 확산을 위한 ‘게임소통교육’을 진행했다. / 사진=넷마블

 

지난 7월 서초구 내곡동에 위치한 언남초등학교. 이 학교에서 조금은 특이한 교육이 진행됐다. 교육 이름은 ‘게임소통교육’. 가족 내 건전한 게임문화 확산을 위해 진행된 교육에는 언남초등학교 학생 및 학부모 34명이 참가했다. 그들은 게임의 특성과 장르를 알아보고 자녀가 사용하는 게임 용어를 서로 공유하며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부모와 함께 교육에 참여한 이정준 학생은 “스스로 게임 사용 습관을 알아보고 나니 부모님께서 걱정하시지 않도록 적절히 즐길 수 있는 규칙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앞으로는 게임 사용 규칙을 지키면서 공부도 게임에서 레벨업 하듯 목표를 세우고 재미있게 하려고 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정부기관이나 시민단체가 주최했을 듯한 인상을 주는 이번 교육은 국내 게임 개발업체인 넷마블게임즈가 올해부터 시작한 ‘넷마블게임아카데미’ 프로그램 중 하나다. 국내 게임업계는 유독 소비자들에게 비판을 많이 받고 있다. 특히 한창 공부가 중요한 청소년들이 주로 즐기다 보니, 학부모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여기에 사행성 논란, 선정성 논란 등이 더해지면서 전체적으로 게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게임업체들도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쇄신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사회공헌 활동이다. 사회공헌 활동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가운데 하나인 자선적 책임에 대한 활동이다. 기업이 국민들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 일부를 사회에 환원해, 전체적으로 국민 삶의 질을 향상 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게임업체들을 비롯해 외국계 게임 업체들도 국내에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주로 봉사활동이나 기부, 게임 관련 아카데미 행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넥슨은 지난 2004년부터 ‘넥슨작은책방’을 운영하고 있다. 넥슨작은책방은 아이들에게 꿈을 키울 수 있는 배움의 터를 마련해주고자 시작된 넥슨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활동이다. 현재 국내 지역아동센터 및 기관 등 105곳, 미얀마, 라오스 등 해외 5곳, 총 110개가 운영되고 있으며, 전 세계 2만3000여 명의 어린이들이 작은책방을 이용하고 있다.

넥슨은 또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건립 기금 조성에 2013년부터 적극적으로 협력해왔다. 병원 건립에 필요한 전체 440억 원 중 절반에 달하는 총 200억 원을 기부했으며, 이를 통해 지난 4월 병원이 문을 열 수 있었다.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은 재활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소아건강정신과, 치과 등 4개 진료과와 재활치료센터(물리, 작업, 언어치료 등)를 비롯해 수영장, 문화교실, 직업재활센터, 어린이도서관, 열린예술치료실, 다목적홀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장애어린이는 물론 비장애어린이를 포함한 지역주민까지 하루 500명, 연간 15만명이 이용 가능하다.
라이엇게임즈는 지난 6월 서울 창경궁에서 문화재 지킴이 행사를 진행했다. / 사진=라이엇

 

해외 게임업체임에도 불구, 국내 문화재 복원 사업에 힘을 쏟고 있는 업체도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리그오브레전드’로 유명한 라이엇게임즈다. 라이엇은 2012년 문화재청과 ‘문화재 지킴이’ 협약을 맺고 한국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서울문묘와 성균관, 주요 서원에 대한 3D 정밀측량 사업, 조선왕릉 관리 보존 등 문화재 지원 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2014년에는 미국 허미티지 박물관에 소장됐던 ‘석가삼존도’를 들여오는데 3억원을 후원했으며, 지난 4월에는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 복원의 후원기업으로 참여해 5억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라이엇은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14년 ‘문화재지킴이 우수사례 부문’에서 문화재청장 표장을 받았다. 이어 지난 7월에도 구기향 라이엇게임즈 홍보 실장이 ‘문화재지킴이 활동 유공 부문’에서 개인 자격으로 문화재청장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후임 양성에 힘을 쏟는 곳도 있다. 스마일게이트 희망스튜디오가 운영하는 ‘오렌지팜’은 청년 창업 인큐베이션 센터로 지난 2014년 4월 정식 출범했다. 오렌지팜은 서울 서초센터와 신촌센터, 부산정보산업진흥원과 함께 부산글로벌게임센터 내에 설립한 부산센터까지 총 3곳의 입주 공간을 마련해 입주사들의 성공과 건강한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무공간 제공은 물론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회장과 임원들이 인재 채용과 관리, 투자, 서비스 확장 같은 사업 영역부터 건강이나 스트레스 관리 같은 세세한 부분까지 조언해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에는 중국 현지에 오렌지팜 글로벌 센터 1호를 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게임업체들의 사회공헌 활동이 더욱더 확대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게임업계의 CSR(사회책임경영) 관련 국내외 사례 조사’ 보고서를 통해, ISO 26000으로 대표되는 CSR 국제표준은 이제 기업들이 준수해야할 필수적 규범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게임업체들도 예외가 아니라고 밝혔다.

특히 해외 게임업체들의 경우, 게임 주 이용층인 청소년들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넘어서 고용이나 환경, 공정거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며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내 게임업체들은 주로 자선봉사활동이나 저소득층, 소외계층에 대한 후원 행사 혹은 교육프로그램 운영 등을 통해 CSR 실천을 완수한 것인양 자평한다고 지적했다.

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굴지의 해외 게임기업들은 CSR 실천 문제를 일종의 경영전략으로 승화해 이를 회사의 헌장으로 정립하고 있다”며 “국내 게임업체들이 글로벌 마켓에 도전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CSR 실천 문제는 회사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는 “ISO 26000 등 관련 국제표준을 보다 면밀히 분석해 게임산업에 적절한 항목들을 정리하고 이를 회사 준칙으로 규범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세계 시장에서 비인도적 기업이라는 오명을 갖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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