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이후 한차례 제외 11거래일 연속 순매도…행보 변화 주목

코스피가 지난달 24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급락 이전으로 회복됐다. 13일과 14일 코스피 종가 모두 2000선을 지켜냈다. 브렉시트 여파가 잦아든 가운데 지난달 행해진 금리 인하, 재정 완화 정책 등이 국내 증권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제 시장 참여자는 지수가 다시 힘을 받고 오를 지, 무기력하게 떨어질 지에 대해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답은 기관에 있다. 지수가 더 상승하기 위해서는 연일 매도로 일관하는 기관이 돌아와야 한다.

지난달 29일 이후 코스피 상승세는 외국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기간 외국인은 하루를 제외하곤 11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했다. 누적 순매수가 2조991억원에 이른다. 외국인은 2000선을 뚫었던 13일에만 581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들은 다음날에도 3684억원어치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외국인 투자자는 지수가 더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반면 기관은 겁이 많았다. 외국인이 매수 강도를 높이며 지수를 끌어올릴 때 기관은 매물을 내놓기에 바빴다. 29일 이후 기관은 한차례를 제외하고 11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보였다. 이 기간 누적 순매도액만 1조8685억원이다. 특히 투신은 이달들어 단 한번도 순매수를 기록하지 않았다.

이와 같은 기관의 매도세는 손해를 벌충하려는 성격과 단기 매매 차익이라는 두 가지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다. 기관은 브렉시트 충격 이전인 지난달 17일부터 23일까지 순매수 기조를 이어갔다. 기관 투자자는 이 기간 누적 기준으로 505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하지만 브렉시트 투표 결과로 증시가 급락하자 이들은 큰 손해를 봤다. 매수 당시 코스피가 1970~1980선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지수 회복기의 기관 매도는 지수 상승을 기다리기보다는 일단 손해를 메우자는 태도로 해석할 수 있다.

또 기관이 브렉시트 급락을 이용해 단기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기관은 브렉시트 이후 첫거래일인 지난달 27일 403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28일에도 1543억원어치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브렉시트로 인한 영향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 주식을 싸게 산 것이다. 이후 지수가 오르자 평가 이익이 발생했고 차익을 일부 실현했다.

코스피가 2000선을 지지하고 상승할 수 있을 지는 기관의 선택에 달렸다. 과거 기관은 지수가 2000선을 넘어서면 차익 실현에 힘 써왔다. 지난 4월에도 2000선이 넘자 기관을 중심으로 매도세가 나왔다. 2000선을 지수 상승 한계선으로 인식하고 펀드에서 환매 물량이 나온 것이다. 이로 인해 코스피는 다시금 1900대로 주저 앉았다.

이번에도 부정적인 신호가 나오고 있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이탈하고 있다.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3일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609억원이 순유출됐다. 새로 유입된 자금은 183억원에 그쳤다. 12일 순유입 315억원을 제외하면 최근 10거래일 연속 순유출을 보이고 있다.

증시 격언에 ‘밀물이 들어오면 모든 배가 뜬다(Rising tide lifts all the boats)’라는 말이 있다. 시장에 돈이 풀리면서 주식, 채권 가격이 동반 상승한다는 의미다. 이를 유동성 장세라 한다. 국내에선 기준 금리 인하, 추경 편성으로 밀물을 만들고 있다. 일본, 유럽 등 해외에서도 통화 완화 정책으로 시장에 물을 대고 있다. 다만 모든 배가 뜰 지는 미지수다. 기관은 아직 닻을 내리고 있다.

 

 

코스피가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과 기관이 엇갈린 매매 형태를 보이고 있다. /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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