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화 아직 멀었다…부속 기술에 집중해야"

 

문희창 언맨드솔루션 대표가 자율주행기술 탑재를 진행 중인 차량에 않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 배동주 기자

 

믿을 수 없는 변화가 자동차 산업에서 벌어지고 있다. 로봇학자들은 기계가 사람보다 운전을 잘할 수 있는 시대가 목전이라고 말한다. 또 도로는 더 안전해 질 것으로 예측한다. 로봇이 조종하는 차량은 주의력이 흐트러지지 않고, 술을 마시는 일도 없다는 설명이다.

샌프란시스코 거리나 캘리포니아 고속도로에는 이미 수십 대의 자율주행자동차가 도로 위를 돌아다닌다. 운전대가 알아서 돌아가는 주행 테스트 차량은 마치 누군가 리모컨으로 조종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제 차 안에 앉아 편안하게 이메일을 쓰고 책을 읽으면 된다.

하지만 우리가 로봇이 운전하는 차에 앉아 편안할 수 있을까. 국내 자율주행차 제작·공급의 70% 이상을 담당하는 언맨드솔루션의 문희창 대표를 만나 물었다.

문 대표는 국내 1세대 자율주행기술 전문가로 15년간 한 우물만 파왔다. 대학, 연구기관은 물론 네이버도 문 대표에게 자율주행차 제작을 요청한다. 그는 “기술 발전보단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그렇게 되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아직 자율주행차를 믿을 수 없나.

사실 기술은 조금만 더 기다리면 완성된다. 자율주행차에 부착된 라이다가 방향을 파악하고 카메라가 감지 영역을 만들어내 감지와 반응은 사람보다 훨씬 빠르다. 최근 자율주행차 사고가 발생하긴 했지만, 주행테스트를 통해 경험이 쌓이면 더 나은 성능을 보일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로봇이 조종하는 자동차에 대한 회의론이 크다. 운전대가 혼자 움직이는 것보다 핸들이 없는 게 사람을 더 편하게 한다는 조사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구글은 운전대를 없앤다는 계획이다.

완전히 새로운 형태라는 것인가.

100년간 발전해왔고 100년째 타온 자동차는 아니다. 새로운 어떤 물체라고 생각하는 게 적절하다. 과거 전차를 보고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기술 발전을 눈으로 경험해 온 덕에 현세대는 자율주행차를 무서워하진 않지만 믿지 못하는 건 사실이다. 또 사람은 복잡한 상황을 해쳐갈 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이라고 직관적으로 인식한다. 그래서 상황 인식 체계도 다르다. 사람은 이쯤 핸들이 돌아야 할 것 같은데 로봇은 돌리지 않는다. 브레이크가 작동하는 시점도 조금 다르다.

정부가 2020년까지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겠다고 밝혔다.

구글은 5년 내 상용화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도 오는 2030년까지 4단계 완전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실제로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기술은 성숙했지만 사용할 사람은 전혀 준비되지 않았다. 완전히 새로운 수단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충분히 거쳐야 할 것이다.

자율주행차 상용화는 언제쯤 이뤄지나.

자율주행차 상용화는 그저 멀리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다. 명확하게 언제쯤일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다만 자율주행기술의 상용화는 그야말로 목전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저희가 상용차에 라이더·레이더·카메라·센서·GPS 등 장비를 차량 개조의 형태로 장착하는데 이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 분야에 활용 가능하다. 현재 트랙터 제작사인 동양물산기업과 자율주행 트랙터 개발 상용화 막바지 단계를 밟고 있다.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가 아닐 경우, 활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언맨드솔루션이 토요타 프리우스에 장착한 라이더·레이더 장비. / 사진 = 배동주 기자

 

언맨드솔루션의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원천 기술만 놓고 보면 큰 차이는 없다. 자율주행기술의 원천을 쫓아가 보면 실제 자율주행기술을 가지고 있는 곳은 10곳 미만이다. 2004~2007년 미국에서 열린 무인자동차 레이스 다르파 그랜드 첼린지 참가팀들이 현재 자율주행기술을 주도하고 있다. 구글이나 아우디에서 자율주행기술을 연구하는 카네기멜론 휘테커 교수팀, 스탠포드 세바스찬스런 교수팀 등이 모두 이 대회를 기반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언맨드솔루션도 이들 팀 중 하나다. 기술이 떨어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다만 국가 지원이 완전히 다르다. 구글이 가상 도로에서만 반자율차량 55대를 운용하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실도로 주행테스트조차 최근에야 이뤄지고 있다.

자율주행차 시대 한국이 집중해야 할 먹거리는 무엇일까.

한국은 자율주행차 한 대를 만들어서 운용하는 데 드는 1억~2억 원 예산이 없어 주변국의 성장을 지켜보기만 했다. 예산 한계에 맞서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도 많다. 자율주행차 전체를 만들기보다는 거기에 들어가는 기술 개발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반도체 기술을 지녔다. 이를 바탕으로 센서나 제어 시스템, 컨트롤러 알고리즘 개발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앞으로 자율주행기술이 활용될 수 있는 곳은 많다. 자동차 시장이 큰 시장이기 때문에 관심이 기울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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