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건설노동자에 적대적…"정치권은 약속 지켜라"

 

29일 임채섭 민주노총 건설노조 경기남부크레인지부 지부장을 서울 세종로 광화문 네거리 농성현장에서 만났다. / 사진=최형균 기자

 

29일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인근 광화문 네거리. ‘단결투쟁’이란 명찰을 단 수십명의 민주노총 건설노조 중앙위원들이 “건설노동자의 생존권 보장하라”는 구호를 연신 외친다. 중앙위원들은 ‘건설근로자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건고법)’ 제정안 등 관련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요구하며 3일째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건고법을 포함한 관련 법안과 함께 직접 시공제 전면 도입, 적정임금제(임대료) 도입 등 16개 사항도 정부가 시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건설노조는 이들 법안이 통과돼야만 그나마 건설노동자의 처우가 개선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다음달 6일 전국 건설현장에서 총파업을 진행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현장을 담당하고 있는 임채섭 민주노총 건설노조 경기남부타워크레인지부 지부장은 “이대로는 못살겠다는 절박함에 거리로 나오게 됐다. 지금은 건설노동자에 대한 최소한의 인간적 존엄도 보장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28일 오전 10시 노숙농성이 진행중인 서울 세종로 광화문 네거리에서  임 지부장을 만났다. 


다음달 총파업을 계획하고 있는데. 


정치권이 19대 임시국회 때 건고법 등 건설노동자들의 처우개선 방안을 마련해주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20대 국회에 들어서도 해당 법안들이 통과되지 않고 있다. 더 참고 기다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에 다음달 전국 건설현장에서 총파업을 결의했다. 법안통과가 이뤄지지 않으면 강원 평창 동계올림픽 건설현장,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건설현장 등 전국 공사현장이 멈출 것이다.

건설노동자들에 대한 처우가 어떤가.


인간적 존엄마저 지킬 수 없는 수준이다. 건설사가 임금 체불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임금을 받을 때 까지 3개월 이상을 기다리기는 기본이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이 임금을 제때 못받으면 죽으란 소리나 마찬가지다. 솔직히 말하면 다시 태어나면 건설근로자로 살지고 싶지 않다. 

처우가 열악한 원인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피라미드식 하도급 구조가 원인이다. 처음 공사를 발주하면 원청업체가 하도급을 주면 다시 재하도급한다. 하도급 주는 업체가 자기 몫을 과도하게 챙기면서 안전관리비와 노무비가 급격히 줄어든다. 결국 노동자에게 피해로 돌아온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역시 임금 비용을 무리하게 줄이려다가 발생한 비극이다. 직접 시공을 통해 노동자 임금을 정상화해야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다.

처우가 얼마나 열악한가. 


절망적이다. 일례로 퇴직공제부금(퇴직금)이 너무 적다. 건설사들은 공사를 시작하면 작업일수에 따라 퇴직공제부금을 적립한다. 문제는 노동자가 받는 몫이 너무 적다. 20년전 2000원대였는데 지금까지 고작 2배가 올랐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해도 턱없이 부족하다. 더욱이 경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수십년간 일한 기술자의 경우 여전히 자녀를 키우기에도 벅찬 상황이다. 적정임금이 지급되지 않아 건설노동자들은 인간의 존엄성마저 지키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니 누가 건설노동자를 하려고 하겠나. 젊은 층이 갈수록 줄어들어 나중엔 건설인력이 부족한 절망적인 상황이 올 수 있다.

 

29일 노숙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민주노총 건설노조 중앙위원들. 이들은 임채섭 민주노총 건설노조 경기남부타워크레인지부 지부장의 결의문을 듣고 있다.  / 사진=최형균 기자

정부의 건설노동자에 대한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노동자를 적으로 돌리는 행태를 거듭하고 있다. 이전 정부부터 이는 바뀌지 않았다. 고용정책을 결정하는 노사정 위원회에 민주노총이 참여하지 않고 있는 이유다. 타협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더욱이 노사간 협상이 결렬돼 파업을 하더라도 무작정 불법으로 규정해 공안수사를 일삼고 있다.

정치권은 건설노조의 요구안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건설노동자 처우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에는 동감한다. 하지만 법안통과에 대한 확답을 주지 않고 있다. 부처간 이견,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했다고 본다. 근본적으로 건설노동자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정치인들이 높은 자리에 있기에 그만큼 노동자들에 대한 공감이 부족하다고 본다.

 

앞으로 계획은.


내 한 몸 희생하더라도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게 하고 싶다. 이번에야 말로 반드시 법안통과 확답을 받겠다.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그럴 것이다. 모두가 끝까지 가겠다고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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