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시장은 수요 몰리며 금리 급락…"4분기에나 안정 찾을 듯"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사전 여론조사와 달리 탈퇴로 결정되면서 전세계 금융시장이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보였다. 사진은 유럽연합 잔류 여론을 이끌었던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 사진=뉴스1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현실화되면서 전세계 금융시장이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보였다.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달러화와 엔화 가치가 급등한 반면, 파운드화와 유로화 가치는 하락했다. 금 시세는 5일 만에 상승으로 전환했다. 영국 잔류가 유력시되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당분간 금융시장은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불안정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11시 50분 현재 달러당 1173.4원으로 전일 종가보다 23.2원 급등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브렉시트 투표 개표 상황에 따라 큰폭으로 오르고 내렸다. 개장 직후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0.2원 내린 1,150.0원으로 출발하며 약보합세를 보였다. 이 때까지만 해도 영국의 유럽연합 잔류가 유력시됐다. 그러나 개표가 진행될 수록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10시를 앞두고 원달러 환율은 급등했다.

원달러 환율은 개표 상황과 당국의 개입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탔다. 오전 10시 이후 금융 당국이 달러화 급등에 미세조정(스무딩오퍼레이션)에 나서자 원달러 환율은 소폭 하락했다. 그러나 개표가 늘어나면서 브렉시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자 원달러 환율은 오전 11시께 다시 1170원까지 상승했다. 

김은혜 KR선물 연구원은 "예상과 다른 브렉시트 결과에 원달러 환율은 1200원 선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더구나 구조조정과 경제 성장률 침체 등으로 하반기 한국경제의 하방압력이 강화되고 있어 원화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만 향후 각국 중앙은행들이 시장 안정을 도모할 예정이라 4분기 정도에 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6월 국고채 최종호가 수익률 / 표=시사비즈 작성

 

국제 외환시장에서는 달러대비 파운드화와 유로화 가치 모두 하락했다. 영국의 브렉시트 가능성이 높아진 오후 1시경 달러대비 파운드 환율은 전일 대비 10.9% 하락한 1.3265달러를 기록했다. 1985년 이후 최저치다.

 

영국의 탈퇴로 동반 약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유로화 가치도 폭락했다. 개표 결과가 윤곽을 드러낸 이날 오후 1시경 달러대비 유로화 환율은 전일 대비 3% 이상 하락한 1.1020달러를 기록했다. 


브렉시트 현실화에 안전자산인 달러화와 함께 엔화 가치도 상승했다. 이날 엔달러 환율은 100엔선이 무너졌다. 이날 오전 11시 45분경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99.02엔을 기록해 100엔선을 무너뜨렸다. 원엔 재정환율은 오전 11시 50분 기준 100엔당 1155.46원으로 전일대비 56.63원 올랐다.

국내 은행에 근무 중인 한 외환 딜러는 "투표 전 여론조사와 다른 결과에 외환시장에서 변동성이 크게 나타났다"며 "현 시점에서 전망하기 조심스럽지만 각국 중앙은행의 대응이 진행된다 해도 당분간 달러 강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 시세는 급등했다.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금 현물가는 이날 오전 12시 기준 5% 가까이 올라 온스당 1318.78을 기록했다. 금 시세는 영국의 잔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던 전거래일까지 5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날 오전 개표결과 브렉시트 가능성이 높아지자 급등세로 전환했다.

채권 시장도 강세를 보였다. 이날 국고채 금리는 일제히 하락했다. 브렉시트가 확실시된 이날 오후 1시 40분경 지표금리인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일 대비 0.10%p 하락한 1.243%를 기록했다. 기준 금리인 1.25%보다 낮은 수준이다. 

국고채 장기물은 금리 하락폭이 더 컸다. 같은 시간 국고채 10년물은 전일 대비 0.126%p 하락한 1.508%를 기록했다.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지며 채권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금리하락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채권 시장 관계자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현실화되면서 당분간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방향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일단 기준금리 하락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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