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로 인한 국민 건강위협 조속히 제거해야

미세먼지로 인한 국민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도 기승을 부리다보니 일기예보에서 비 소식 만큼이나 주의깊게 챙겨보는 대목이 된지 오래다. 화창한 날도 제대로 창문을 열지 못하고, 야외 활동 계획마저 취소할 정도로 걱정거리가 됐다.

 

그럼에도 정부 대책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최근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환경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가 참여해 열릴 예정이던 미세먼지 종합대책 모색을 위한 차관회의도 돌연 연기됐다. 경유차에 대한 규제 강화 등 민감한 내용이 일으킬 파장을 염려한 탓이라고 한다.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원흉으로 지목되는 경유차는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말까지 등록된 차량을 유종별로 보면 경유차는793 9000대에서 862 2000대로 8.6% 증가했. 같은 기간동안 발유 차량이 전년말 970 6000대에서 996 5000대로 2.7%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속도가 3배이상 빠르다.

 

화물차는 경유차가 대세가 된지 오래지만 승용차와 버스도 경유차가 차량 증가를 주도하고 있음은 결코 예사롭게 일이 아니다. 승용차는 신규 판매에서 지난해 처음으로 경유차가 휘발유차를 앞질렀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포함해 지난해 신규 등록된 승용차 153 2054대중 경유차는 68 4383대로 휘발유 차량 68 1462대보다 2921대가 많았다.

 

정부가 2001년부터 대기질 개선 정책으로 CNG 버스 보급사업을 펴면서 거리에서 눈에 뛰게 줄었던 경유버스도 지난해에는 15년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경유차가 이렇게 인기를 누리는데는 엔진의 특성상 휘발유차에 비해 힘이 좋고 연비가 높다는 장점이 매력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연료비가  든다는 경제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인임을 부인할 없다.

 

정부는 지난 2007 세금 조정을 통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100 85 수준으로 책정했다. 이런 이유로 휘발유에는 경유보다 리터당 200 이상 많은 세금이 부과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가 집계한 5 셋째주 석유제품 소비자가격을 보면 휘발유가 리터당 평균 1387원인 반면 경유는 1154원으로 230원정도가 저렴하.

 

버스도 경유를 쓰는 것이 CNG보다 훨씬 이익이다. 경유버스의 연료비는 연간 2290만원으로 CNG 버스 3361만원보다 1000만원 이상 적게 든다고 한다.

 

환경부 국립환경원 조사(2012)에 따르면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유독물질인 질소산화물(NOx) 배출량 기여율에서 자동차 도로이동 오염원이 32.1% 가장 높게 나왔다. 건설차량(굴착기) 비도로이동 오염원(21%),제조업(16.1%) 발전소 에너지산업(15.8%) 상대적으로 낮다. 휘발유와 가스차량은 질소산화물을 거의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자동차 관련 질소산화물 대부분은 경유 차량이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경유차가 경제성이 있는 것은 이런 사회적 비용을 감안하지 않은 탓이다. 국민건강에 미치는 심각한 악영향과 이로 인해 사회가 감당해야할 의료비 등 유,무형의 비용을 온전히 고려하면 경유차가 과연 경제성이 있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구나 이런 비용을 경유차 소유자가 사회에 전가하지 못하고 스스로 부담케 한다면 결코 경제성 있다는 말을 하지 못할 것이다.

 

굳이 경제학자 그레고리 맨큐 하바드대 교수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경제적 유인에 반응한다는 것은 상식처럼 통한다. 경유차가 늘어나는 것이야말로 바로 경유차를 선호할 수 밖에 없도록 경제적 유인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경유차를 많이 사도록 제도를 만들다보니 경유차가 늘어났다는 뜻이다.

 

따라서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주범으로서 경유차를 줄이는 것이 마땅하다면 이런 경제적 유인부터 제거하는 것이 순서다. 경유차가 사회에 전가하는 은닉된 비용을 철저히 찾아내 경유차에 온전히 물린다면 이런 경제적 유인은 사라지고 경유차는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게 뻔하다. 결국 경유가 초래하는 사회적 비용을 온전히 반영할 수 있도록 유류세를 인상하거나 환경개선부담금을 부과하는 방법을 찾아야할 것이다.

 

사실 오락가락하는 정부 정책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09년에는 경유차가 온실가스를 덜 배출한다는 이유로 클린 디젤차를 전기자동차, 천연가스자동차와 함께 친환경차 반열에 포함시켰다. 지금은 애물단지 취급을 하고 있으니 경유차 소유자들도 분통이 터질 것이다.

 

그러나 경유차가 미세먼지 배출 주범이라는 사실이 달라지지 않는한 경유차에 대한 규제는 불가피하다. 시간을 끌지 말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 과단성있게 실행해야 할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처럼 정부가 조치에 뜸을 들이는 사이 피해를 키우는 ()를 또다시 범해서는 안된다.

 

화물차를 운영하는 영세 자영업자나 서민들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 결코 경유차에 대한 규제를 회피하는 핑계가 될 수는 없다. 경유차에 대한 규제 강화로 서민들의 부담이 커진다면 그 부담을 경감시켜줄 수 있는 세제 해택이나 재정지원 방안을 동시에 강구하면 될 일이다

 

경유차를 줄이는 것에 우선 순위를 두고 파생되는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찾는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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