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체 면책 조항 등 빠져 나갈 구멍 많아…20대 국회서 개정 추진

가습기 살균제 수사가 제조사로도 확대되고 있지만 제조물책임법의 허술한 규정 탓에 관련 기업들이 책임에서 비껴나가고 있다. 현행 제조물책임법이 최소한의 피해 구제나 책임을 묻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해 개정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제조물책임법은 제조물의 결함으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 제조업자의 손해배상책임을 규정한 특별법 형태로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가해 기업들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다.

제조물책임법에서 말하는 제조업체는 제조물의 제조·가공 또는 수입자와 제조물에 성명·상호·상표 또는 그 밖에 식별(識別) 가능한 기호 등을 사용해 자신을 표시한 경우다. 결국 원료를 제조 판매한 SK케미칼 외에도 제품에 구체적으로 사명을 명시한 유통‧판매사(애경‧롯데마트‧홈플러스 등)도 모두 제조업체로서 책임이 있다.

그러나 현행 제조물책임법으로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권익을 구제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 우리나라 제조물책임법 조항을 보면 ‘제조물의 결함이 제조업자가 해당 제조물을 공급한 당시의 법령에서 정하는 기준을 준수함으로써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면책사유로 인정하고 있다. 해당 제품이 당시 법령이 정하는 기준에 맞게 만들어졌다면 제조사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가해기업들은 제품 개발과 승인 당시 관련 법규를 준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애경 측 관계자는 “제품에 관한 계약은 당시의 법규에 따라 진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또한 피해자들에게는 불리하다. 청구권 소멸시효는 손해를 알거나 책임자를 알게 된 후 3년으로 제한하고 있다. 사태가 수면위로 드러난 것이 2011년이기 때문에 당시 피해자들은 사실상 이미 소멸시효가 지난 셈이다. 그 이후에 피해를 알게 됐더라도 3년이 지난 경우가 대다수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제조물책임법 개정에 나섰다. 국민의당은 20대 국회가 문을 열면 제조물책임법 개정안을 재발의한다는 방침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는 최근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해 전면 개정의사를 밝혔다. 


그는 “피해자의 피해사실 입증 책임 면에서 제조물책임법이 민법과 별 차이가 없는 반면 손해배상 범위는 민법이 훨씬 더 넓어 이 법이 사문화의 길로 들어섰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지난 2013년 10월 백재현 의원이 대표발의한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을 20대 국회에서 재발의할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20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특위, 청문회 등의 형식으로 해당 법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개정을 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습기 살균제 수사가 제조사로도 확대되고 있지만 허술한 제조물책임법으로 관련 기업들이 책임에서 비껴나가고 있다. 옥시 불매운동 / 사진 = 시사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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