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들어 ARIRANG고배당주 ETF, 맥쿼리인프라 대거 매수




국내 증시가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연기금이 국내 고배당주 매수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이달 들어 연기금이 순매수한 상위 종목들을 살펴보면 ‘ARIRANG고배당주’ 상장지수펀드(ETF)와 맥쿼리인프라가 순위권에 들어 있다. 연말 배당 시즌을 맞은 데다 국내 증시 변동성 확대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배당주에 관심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권시장에서 대표적인 기관투자가인 연기금은 이달 들어 지난 12일까지 한화자산운용의 ‘ARIRANG고배당주’ ETF를 409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는 같은 기간 연기금의 순매수 종목 상위 5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연기금 순매수 1~4위가 순서대로 삼성전자, 셀트리온, SK하이닉스, LG전자 등 시가총액 30위 내 우량주 위주라는 점을 감안하면 고배당주 ETF는 눈에 띈다.

특히 연기금은 ARIRANG고배당주 ETF를 이달 9일과 12일 집중 매수했다. 9일에는 204억원어치를 순매수했고 다음 거래일인 12일에도 205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연기금이 이 같은 규모로 ARIRANG고배당주를 사들인 건 이 ETF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2012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이로 인해 이 ETF는 9일 0.16%, 12일 1.21% 연달아 상승해 1만2510원까지 올랐다. ARIRANG고배당주는 지난달 31일만 하더라도 장중 1만1910원을 기록해 연저점을 기록했다.

맥쿼리인프라에 대한 매수세도 연기금이 배당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증거로 꼽힌다. 연기금은 이달들어 지난 12일까지 8거래일 동안 맥쿼리인프라를 58억원어치를 사들였다. 8거래일 중 순매도는 한 차례도 없었다. 게다가 연기금이 맥쿼리인프라를 이 같은 규모로 사들인 건 지난해 12월 20일 271억원어치 순매수 이후 처음이다. 같은 기간 연기금 순매수 순위로는 36위다.

맥쿼리인프라는 고속도로, 항만 등 12개 사회기반시설(SOC) 자산을 편입하고 있는 인프라펀드다. 2006년 상장 이후 연간 배당률이 5~7%로 전통적인 고배당주로 인식돼 왔다. 최근 시중금리 상승으로 저축은행 예금 금리가 3%를 돌파했다고는 하지만 맥쿼리인프라가 보여준 배당 수익률에는 미치지 못한다. 증권 업계에서는 올해 맥쿼리인프라의 연간 주당 분배금을 600~620원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 경우 시가 배당수익률은 6.52~6.73%(12일 주가 9200원 기준) 수준이다.

이처럼 연기금이 배당주 매입에 나서는 배경에는 안정적인 수익률에 대한 기대치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시는 지난달부터 변동성이 커진 장세를 보이면서 대부분 기관이 수익률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연기금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며 “이에 따라 연기금이 변동성 장세에 일반 주식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고배당주 매수를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연말 배당 투자 시즌이 맞물렸다는 점도 매수세 유입의 배경이 됐다”고 밝혔다.

실제 연기금은 국내 증시에서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날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11월 재정동향’에 수록된 연기금 투자풀 운용현황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연기금 투자풀의 국내주식형 수익률은 -0.16%로 1분기(-1.73%)와 2분기(-4.31%)에 이어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수익률을 이어갔다.  

 

다만 우량주 포트폴리오를 꾸리는 과정에서 고배당주가 포함됐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연기금 우두머리 격인 국민연금의 기금운용본부장(CIO)이 바뀌면서 액티브를 포기하고 인덱스를 추종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모습이다. 그동안 수익률을 만회하기 위해 연말 윈도우드레싱 성격으로 지수랑 같이 가는 방향으로 운용을 하는 것 같다. 이 과정에서 배당주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연기금의 매수, 매도 추이를 보면 코스닥 시장에서는 팔고 코스피 시장에서는 우량주를 사모으는 모습”이라 밝혔다.

 

 

‘ARIRANG고배당주’ ETF 일봉차트. / 그래프=키움증권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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