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시사저널

2018년 11월 17일 [Sat]

KOSPI

2,092.4

0.21% ↑

KOSDAQ

690.18

1.29% ↑

KOSPI200

271.65

0.04% ↑

SEARCH

시사저널

경제정책

‘포괄임금제 가이드라인’ 없이 세월만…불이익 받는 근로자들

정부 발표 미루는 새 악용 사례 늘어…고용부 “11월말 연구용역 마무리 후 발표”

/사진=셔터스톡

# 의류 디자이너 이아무개씨(27)는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 시행으로 올해 7월부터 근무시간은 다소 줄어들었지만, 업무량이 많아 근무시간 외에도 추가 업무를 하고 있다. 이씨는 “급여 지급 방식이 포괄임금제다. 회사에선 야근을 해도 추가 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포괄임금제 가이드라인이 하루 빨리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 7월1일부터 300인 이상 대기업을 시작으로 근로시간이 주당 최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들었다. 근로시간 단축은 직장인들의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됐다. 다만 포괄임금제를 적용받는 사무직이나 IT(정보기술), 게임업계 등 일부 업계에선 이 제도가 악용돼 추가수당 없이 야근을 하거나 주말에도 근무를 해야 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포괄임금제 규제를 공약으로 제시했고, 지난 7월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괄임금제를 규제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6월 포괄임금제 오·남용 지도지침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8월로 한 차례 연기했고, 지금까지 포괄임금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포괄임금제는 연장 근로시간과 상관없이 따로 수당이 정해져 있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일부 기업에서 근로자들이 추가 근무가 진행돼도 정해진 기본급여 이상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아울러 포괄임금제는 노동법에 해당되지 않으며 별도 정부 지침 규정 또한 마련돼 있지 않다. 포괄임금제는 영업이나 운송, 경비 등 외근이 많고 근로시간을 정확히 측정하기 어려운 업종에 적용됐었지만, 현재 대부분의 일반 사무직에도 적용되고 있다. 대법원은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불이익이 없고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업무에 한해 포괄임금제를 적용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효과를 강조하는 현 정부는 포괄임금제 자체에 대한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대법원 판례에 맞게 해당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포괄임금제 개선을 추진하는 이유 역시 해당 제도가 상당수 사업장에서 악용되고 있어서다.

직장인들은 포괄임금제는 ‘장시간 근로를 조장하는 주범’이라며 폐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스마일게이트가 지난 10월22일 직장인 397명을 대상으로 한 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87%가 ‘포괄임금제 폐지’를 선택하기도 했다.

 

포괄임금제 폐지 여부 설문조사  / 자료=스마일게이트,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국내 광고대행사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노아무개씨(26)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주당 근로시간이 줄어들긴 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업무 특성상 회사에서 해야 할 일 외에 다른 기업에서 수시로 요청 들어오는 업무도 있다. 업무를 제때 끝내지 못해 매주 3일 이상은 야근을 하고 있다”며 “회사에서 따로 초과 근로수당을 받은 적은 없다. 포괄임금제가 월급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포괄임금제 지침을 마련할 경우, 포괄임금제를 적용하고 있는 대다수의 사업장들이 임금체계를 수정해야하기 때문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포괄임금제 폐지보다 남용을 규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는 한도 내에서 실제 연장근로시간을 반영하고 있다면 포괄임금제를 예외적으로 인정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포괄임금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포괄임금제가 업종별 특성상 필요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사업장과 정부가) 논의하고 지침을 만드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종호 노무법인 공인노무사는 “정부가 고민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판례나 고용부에서 정의하고 있는 본래 의미의 포괄임금제의 요건을 갖추긴 너무 어렵다”며 “제안을 한다면 기업에서 근로자의 평균적인 연장근로시간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평균적인 연장근로시간에 대한 수당을 반영하고 있다면 대부분 포괄임금제 남용이 아닌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는 유효성을 인정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포괄임금제 가이드라인을 11월 말 연구용역 결과가 마무리되는 대로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고용부 관계자는 “단순 지침만 만들어 전달하는 게 아니라 관리모델을 개발하는 연구용역을 진행하느라 시간이 지체됐다. 용역이 마무리되는 대로 발표할 예정”이라며 “(포괄임금제와 관련한) 외부기관의 연구용역 결과가 11월 말에 나온다. 최근 법원에서 포괄임금제에 대해 엄격한 판결을 내리고 있는데, 근로시간을 측정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서만 허용한다. 법원 판결대로 관행을 바꿔야하고 근로시간이 측정 가능한 곳에서는 인정하면 안된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prev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