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희망퇴직 늘려 신규채용 늘려라” 주문에 은행권 비용 부담 커져

하반기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이 2100여명을 신규채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희망퇴직을 실시해 신규채용을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어 채용과 희망퇴직에 필요한 비용이 부담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사진=뉴스1

하반기에 2000명 이상 대규모 신규채용에 나선 4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우리·KEB하나)이 동시에 희망퇴직도 늘려야 할지 고심 중이다. 금융당국은 현재 비대면거래가 늘면서 점포와 인력을 감축 중인 은행권에 희망퇴직을 늘려서라도 인력을 채용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은행 입장에선 신규채용과 희망퇴직을 동시에 할 경우 부담해야 할 비용이 커져 쉽게 희망퇴직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4대 시중은행 하반기 채용 규모 최대 2100명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은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 따라 조만간 대규모 신입행원 채용한다.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이 계획 중인 하반기 신규채용 규모는 최대 2100명에 이를 전망이다.

KB국민은행은 하반기에 은행 직원 총 600명을 채용한다. 하반기 정기공채 규모는 400명이며 이와 별도로 IT 분야 등의 전문 인력을 200명 뽑을 예정이다. 지난해 500여명을 뽑은 것보다 100여명 더 늘었다. 올해 상반기 300여명을 채용한 신한은행도 하반기 450여명을 더 채용할 예정이다. 특히 서울시금고 1금고를 따낸 신한은행은 차후 인력 충원이 필요할 경우 채용 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상반기(200명) 채용을 끝냈고 하반기에 550명을 더 뽑을 계획이다. 지난해 600여명 뽑았던 우리은행은 150명 늘려 올해 750여명을 채용한다. KEB하나은행은 하반기에 약 400~500명 수준의 신입행원 공채를 실시한다. 지난해 하반기(250명) 대비 최대 두 배까지 신규 채용을 늘린다.

이번 4대 시중은행의 대규모 신규 채용 실시는 상반기 은행권의 채용비리 검사가 어느 정도 일단락되고 금융당국이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창출 확대 정책과 관련해 은행권에 채용을 독려하면서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이번 정부가 일자리 창출과 고용확대를 통해 소득주도 성장과 사람중심 지속성장을 이뤄내려 한다”며 “금융회사로서 이런 정책에 부응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올해 하반기 공채를 작년보다 더 확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희망퇴직 늘려서라도 신규채용 활성화 하라”에 고심 빠진 은행권

은행들은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 따라 하반기 채용 규모를 확대하고 있지만 그만큼 희망퇴직을 통해 인력을 내보내야 하는 상황에 처해 고민이 커졌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퇴직금을 더 주더라도 희망퇴직을 늘리라고 주문하고 있다. 은행도 인력을 보충한 만큼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을 내보내야 하는 상황이다. 인위적 인력 충원만큼 인위적 인력 감축이 필요해 비용이 더 들어가 은행 부담이 커진 것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5월 28일 시중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청년층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해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최 위원장은 앞서 같은 달 9일에도 출입기자간담회에서 “은행에 희망퇴직을 늘리도록 권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희망퇴직 대상자에게 퇴직금을 많이 주면 10명이 퇴직할 때 젊은 사람 7명을 채용할 수 있다”며 “은행들이 눈치 보지 말고 퇴직금을 올리는 것을 권장하고 인센티브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각 시중은행은 희망퇴직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인위적인 희망퇴직이나 퇴직금 확대는 은행에 부담이 될 수 있어 대부분의 시중은행은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KEB하나은행은 하반기 중 준정년 특별퇴직을 실시할 예정이다. KEB하나은행은 노사와 협의해 준졍년 특별퇴직에 해당하는 직원 연령과 퇴직금 기준을 정한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2015년 은행 통합 이후 2회에 걸쳐 특별퇴직을 실시하면서 중복인력 대부분이 해소된 상태다. 하지만 정부의 일자리 확대 정책에 동참하고 장기근속 직원의 전직 기회를 부여 등의 필요성을 고려해 하반기 중 일정 연령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준정년 특별퇴직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희망퇴직 범위를 근속연수 15년 이상으로 확대하면서 총 1020여명의 희망퇴직자를 받았다. 희망퇴직이 많았던 것은 퇴직금이 늘어난 것이 주효했다. 우리은행은 민영화 이전에는 예금보험공사와 경영정상화 이행 약정(MOU)으로 판매관리비를 마음대로 올릴 수 없었다. 하지만 민영화와 함께 MOU가 해지되면서 퇴직금도 최대 월급의 30개월 치로 늘어나 희망퇴직 지원자가 많았다. 우리은행은 올해 퇴직금 규모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전했다.

신한은행은 올해 초 희망퇴직 신청 대상자를 1978년생으로 확대하면서 700여명의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이에 올해 희망퇴직을 실시할 지 여부는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KB국민은행도 올해 희망퇴직 계획이 현재까지 없다며 시기나 퇴직금 규모를 확정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36개월 치 퇴직금을 주며 희망퇴직을 받고 있지만 당국에서 퇴직금을 더 늘려서라도 희망퇴직을 확대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그만큼 비용 부담을 은행이 떠안아야 한다”며 “특히 디지털 전문 인력까지 다 나갈 수 있어 희망퇴직 역풍을 맞을 수 있다. 희망퇴직을 늘려 은행권 채용 문제를 해결하려는 건 잘못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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