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폐쇄‧중단 결정…신재생에너지 구체적 ‘청사진’ 부재

정부가 월성 1호기 폐쇄, 신규 원전 4기 백지화 등 탈(脫)원전 정책에 힘을 싣고 있다. 단계적으로 원전을 폐쇄하고,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해 나가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신규 원전 전면 중단 및 40년 후 원전 제로 국가로의 탈원전 로드맵 마련 ▲설계 수명 남은 원전의 내진 보강 및 설계수명 만료되는 원전부터 해체 추진 ▲지자체와 지역주민들이 참여하는 원자력안전협의회의 법적 기구화 ▲원전 안전관리 관련 업무의 외주 금지와 직접고용 의무화 등을 ‘10대 공약’에 포함시킨 바 있다.

하지만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노조와 해당 지역민‧업종 기업들의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원전을 대체할 구체적인 신재생에너지가 제시되지 못하고 있으며, 한국수력원자력의 원전 조기 폐쇄 및 백지화 결정 등의 절차적 문제, 보상 및 지원 문제 등에 대한 지적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이와 관련한 대책 방안들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지만,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약속파기’ 지역민 거센 반발…고용‧보상 문제도

우선 월성1호기 폐쇄와 관련해서 지역민들이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부분은 정부의 ‘일방적 태도’다. 앞서 지난 2015년 6월 8일 경주시장과 주민 대표,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월성1호기 ‘수명연장 10년’에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15일 한국수력원자력이 ‘기습 이사회’를 통해 월성1호기 조기폐쇄를 의결하자 “더 이상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가 팽배한 상황이다.

또한 절차적으로도 한국수력원자력이 이사회를 열면서 관할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노동조합, 지역주민들과의 협의가 전혀 없었던 만큼 문제가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한국수력원자력의 결정은 일자리 감소, 협력업체 일감 축소, 주변 상권 침체 등 해당 지역에 직접적인 영향을 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알리지 않았다는 점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더군다나 후속대책에는 월성본부 원전 온배수 활용사업, 고용문제 등 구체적인 로드맵도 부재해 지역민들의 원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한수원 월성1호기 조기폐쇄 관련 이사회 결과 발표 기자회견장 앞에서 월성1호기 조기폐쇄에 반대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뉴스1

보상 문제를 두고도 정부와 지역민 간 갈등은 심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천지1‧2호기가 들어설 예정이었던 경북 영덕군의 경우 한국수력원자력은 전원개발사업 예정구역 지정해제 고시 후 원전 건설을 위해 이미 사들인 토지 18.9%를 매각할 예정이며, 영덕군이 사용하지 않은 특별지원금 380억원을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사업 심의위원회’ 심의에 따라 환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히면서 이에 비판을 하고 있다. 해당 부지를 정부가 매입해 신재생에너지단지를 조성해야 하며, 특별지원금도 환수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 영덕군의 입장이다.

상황이 이러하자 해당 지역의 정치인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상선인은 지난 21일 한국수력원자력 본사를 방문해 “그 동안 한수원은 원전 운전과 폐쇄에 대해 주민들과 소통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면서 “월성 1호기 폐쇄에 따른 주민피해 보상대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월성원전 본부에 있는 건식저장시설에 대하여도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라”고도 강조했다. 또한 영덕 천지 원전에 관련해서도 “지역주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해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9일에는 강석호‧김석기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원전 폐쇄 및 백지화 결정을 규탄하면서, “탈원전 정책 시행으로 인해 기존 원전지역에 미치는 악영향을 평가하고 그에 대한 대책이 마련된 이후 원전폐쇄 등이 추진돼야 한다”며 “지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서 유감의 뜻을 전하며 정부의 깊은 반성과 진정성 있는 노력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신재생에너지 전환 로드맵 부재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해당 지역민들 외에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이들은 ‘선(先) 원전 폐쇄‧후(後) 대안 마련’으로의 탈원전 정책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제로 전년도 대비 원전 발전 비중이 4%포인트 감소한 27%인 반면, 석탄화력 비중이 8%포인트 증가한 44%로 나타났다.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전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상황에서 원전만 줄여나가는 데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한국수력원자력의 결정으로 경북 울진 신한울3‧4호기 등 신규 원전 사업들이 줄줄이 백지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이를 대체할 뚜렷한 방안이 현재까지 부재하다. 때문에 이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인 로드맵 마련 작업이 신속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1일 경북 경주시 감포,양북면 동경주발전협의회원들이 한국수력원자력 경주본사 앞에서 주민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진행 중인 정부의 탈핵정책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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