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콜량 누적에 수익성 악화‧에어백 결함 논란 재점화, 브랜드 이미지 실추 우려도…올해 미국시장 판매목표 달성 ‘적신호’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기아자동차가 미국 시장에서 대량 시정조치(리콜)라는 악재에 부딪히며 실적 회복에 적신호가 켜졌다. 모처럼 월 판매실적이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호조세를 타기도 전에 대량 리콜을 감행하게 된 탓이다이번 리콜 건이 더해지며 기아차의 누적 리콜량도 큰 폭으로 증가해 수익성 악화는 물론, 이미지 실추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잇따른 실적 부진에 올해 목표판매량 달성도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불거진다.


12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기아차는 미국 현지시장에서 판매된 5개 차종 50만7587대에 대해 리콜을 실시할 예정이다. 리콜 대상 차종은 2010~2013년형 포르테, 2010~2013년형 포르테 쿱, 2011~2013년형 옵티바, 2011~2012년형 옵티마 하이브리드, 2011~2012년식 세도나 등 5종이다. 리콜 대상 차종에선 에어백 컨트롤 유닛이 전기 과부하에 취약해, 사고 시 안전벨트를 승객 몸 쪽으로 당겨주는 프리텐셔너의 작동을 막는 결함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리콜은 미국에서 현대‧기아차의 일부 차종이 충돌사고가 발생한 후에도 에어백이 부풀지 않아 사망 및 부상사고가 잇따른 데 기인한다. 지난 3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은 현대·기아차의 일부 차종에서 에어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면서 조사에 들어갔다며 배경을 밝혔다.

당시 에어백 결함은 독일의 에어백 업체 ZF-TRW가 제작한 컴퓨터 제어 시스템의 전기회로 합선이 원인으로 알려졌다. 동일한 이유로 올초부터 지난 4월까지 현대자동차가 58만대의 차량을 리콜한 데 이어 기아차 역시 50만대 가량 차종을 리콜을 진행하게 됐다. 

 

기아차 관계자는 “부품 공급업체와 협력해 순차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 누적된 리콜로 비용부담 증가… 수익성 빨간불

이번 리콜 건으로 미국시장에서 기아차가 부담해야 할 누적 리콜량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 2015년 47만대 규모로 시작했던 현대·기아차의 세타2엔진 결함 리콜은 지난해 119만대로 확대됐다. 이중 기아차는 61만8160대를 리콜이 확정됐다.  


여기에 이번 리콜 건이 더해지면서 기아차의 리콜 비용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미국 시장 실적 회복을 위해 투자를 감행하는 가운데 리콜 및 보증으로 부담해야 할 비용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아차의 판매보증 비용은 1조8730억원으로 집계돼 전년보다 15%나 늘었다. 같은 기간 해외시장 개척비 및 수출제비 등 마케팅 비용도 9722억원 규모로 전년에 비해 6%가까이 증가했다. 투자비용 증가와 함께 리콜 비용 부담이 더해져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리콜의 경우 기아차가 10년 정도 미국시장에서 판매한 차량을 대상으로 한다. 규모가 큰 것과 더불어 차종이 다양할수록 회사가 리콜에 부담해야 할 부대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비용 부담 측면에서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에어백 결함으로 이미지 실추 우려​ 올해 목표 판매량까지 먼 길


지난해 이어 올초까지 기아차의 미국 시장 판매실적은 하락세를 걷고 있다. 지난해 기아차의 미국 시장 판매량은 59만대로 전년에 비해 8.9% 판매량이 감소했다. 이에 기아차는 올해 미국시장 판매 목표는 61만대로 낮춰 잡았다. 그러나 단순 계상상으로 월 5만대 이상을 팔아야 하지만 올초부터 월 판매량은 지난해 성적과 비슷하거나 더 저조한 상황이다. 

 

지난 4월 기아차는 미국 시장에서 총 5만585대를 팔아 지난해 같은 기간(5만3358대)에 비해 5.2% 판매량이 감소했다. 올초 1월부터 4월까지 판매량도 17만753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18만1086대)에 비해 2% 감소했다. 올 ​상반기가 끝나가는 가운데 올해도 목표 판매량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다만 지난달엔 실적이 반짝 반등했다. 미국 오토모티브뉴스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미국에서 12만5518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9% 상승한 판매량이다. 이중 기아차는 5만9462대를 팔아 1.6% 판매량이 신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호조세를 타기도 전에 대량 리콜이라는 악재에 부딪혀 호조세를 제대로 누리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번 에어백 리콜 사태로 브랜드 이미지 타격이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생명과 직결된 에어백 결함의 경우 소비자 신뢰가 급격히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시장에서 다카타 에어백 등 에어백 결함과 관련해 대대적인 안전 이슈를 겪었던 미국 시장에선 더욱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사실상 이번 리콜 건으로 수익성 악화보다는 미국 시장에서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될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에어백 결함은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기 때문”이라며 “다만 기아차에서 해당 에어백 결함으로 발생한 사고 건수에 비해선 신속하게 대응한 편이라고 본다. 발 빠르게 대응할수록 미국 시장에선 솔직하고 건전한 브랜드로 인식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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