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있는 삶’ 만들겠다는 정부, “기업 위한 혜택은 없다” 지적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정부가 국내 근로자 근로환경을 일과 휴식이 균형을 이루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근로자 휴가지원사업’ 제도를 마련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소규모 회사 관계자, 자영업자들은 직원들에게 10만원 적립금을 지원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어 제도 확산에 부정적인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2016년 기준 한국 근로자들은 1인당 연평균 2069시간의 근로시간을 가져 OECD 35개 회원국 중 두 번째로 긴 근로시간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의 휴가사용률은 53%로 최하위권에 머무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부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에게 쉼표있는 삶을 만들고, 내수 활성화와 휴가 문화 정착을 위해 국내 여행 경비 일부를 지원할 방침이다.

‘근로자 휴가지원사업’은 중소기업 확인서를 받은 회사에 한해 근로자가 20만원, 기업이 10만원을 여행 경비로 적립하면, 정부가 10만원을 지원해 직장인들에게 총 40만원을 휴가비로 적립해주는 제도다.

아울러 근로자 휴가지원사업에서 지원되는 적립금 40만원은 포인트로 전환된다. 근로자들은 사이버머니 형태의 포인트를 통해 국내여행 전용 온라인몰(인터파크투어, 모두투어 등)에서 관련 상품(숙박, 관광지 입장권, 체험상품, 교통 등)을 구매할 수 있다.

직장인들은 정부가 마련한 제도에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회사를 운영하는 기업 그리고 일부 자영업자들은 직원 1인당 10만원씩 적립금을 지원하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주장했다. 지원 절차 또한 복잡해 근로자 휴가지원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마케팅 회사 임원 김아무개씨(38)는 “정부가 마련한 이 제도에 참여하고 싶어도 신청한 직원들에게 10만원씩 적립금을 지원해 주는 것 자체가 회사 사정상 어려워 고민이다”며 “우리 기업이 선정되지 않으면 직원들에게 미안한 상황이 생길 것 같다. 그렇게 되면 회사 측에서 따로 직원들을 위한 휴가 등을 마련해 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몰 관계자 이아무개씨(35)는 “중소기업 모두에게 혜택이 주어지는 줄 알았는데 회사가 중소기업 확인서를 발급 받아야하고, 선정돼도 포인트 형식으로 돈을 사용해야하기 때문에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있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이씨는 “정부가 중소기업 활성화를 위해 복지를 지원해 주는 것엔 긍정적이지만, 중소기업 직원들은 휴가 쓰는 게 눈치 보이는 경우가 많다. 중소기업 장기 근속자들에게 휴가 지원비 대신 역량 개발비 등을 지원해 주는 게 오히려 더 효과적일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이번 정부 사업이 ‘근로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기업에게 별도로 주어지는 혜택은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2014년 한 차례 비슷한 사업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기업에게 주어진 혜택은 없었다”며 “근로자 휴가지원사업은 2014년 시범 사업에 참여했던 근로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불편했던 점, 복잡했던 절차 등을 개선해 마련한 제도다. 정부가 근로자들에게 지원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기업을 위한 혜택은 마련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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