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방송사 패럴림픽 중계시간 평균 20시간에도 못 미쳐 …시청자들 중계 보기 위해 유튜브로 몰리는 기현상도

/사진 = 셔터스톡

“패럴림픽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지만 방송 중계 시간이 적어 아쉽다.”

지난 11일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크로스컨트리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신의현 선수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실제 평창 동계패럴림픽 경기를 국내 TV에서 챙겨보기는 쉽지 않다. 국내 주요 방송사 들이 평창 패럴림픽에 적은 중계시간을 편성하고 있는 탓이다.

국내 지상파 방송 3사인 KBS, MBC, SBS의 평창 동계패럴림픽 중계시간이 논란을 빚고 있다. 올림픽 개최국임에도 불구하고 턱없이 부족한 패럴림픽 편성시간표를 두고 비판이 거세게 쏟아지고 있다. 11일 장애인 크로스컨트리스키 남자 15km 좌식 경기에서 우리나라의 신의현 선수가 동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시청자들은 메달 획득 순간을 TV로 볼 수 없었다. 이날 경기가 지상파 방송 3사에서 생중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같은날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휠체어 컬링 경기 역시 TV에서 보지 못했다.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슬로바키아에 짜릿한 역전승을 기록했지만 경기 장면은 중계되지 않았다. 그 시각 각 방송사에서는 뉴스와 드라마 재방송을 방영했다.

12일 서울지역장애인소비자연대에 따르면 공영방송인 KBS와 MBC는 총 18시간 20분과 17시간 55분을, SBS는 17시간 46분을 편성했다. 이는 해외 국가들의 평창 동계패럴림픽 방송시간과 비교해봤을 때 올림픽 개최국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지는 수치다. 평창 동계패럴림픽 공식 홈페이지를 보면 일본의 공영방송 NHK는 평창 동계패럴림픽을 2014년 소치 동계패럴림픽보다 약 30시간 늘린 62시간 방영한다. 프랑스와 미국에서도 소치 패럴림픽보다 약 2배이상 늘린 100시간, 94시간을 각각 편성했다. 이외에도 많은 국가들이 평창 동계패럴림픽 경기 중계를 100시간 이상 방송한다.

이렇다 보니 국내에서는 충분하지 않은 편성시간으로 시청자들이 유튜브(동영상 사이트) 등을 통해 생중계 되는 방송을 보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해설자 설명도 따로 나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이트 실시간 채팅창에는 “1점만 따고 안정적으로 가려고 한다”, “기가 막힌다” 등 준전문가들의 해설과 국내외 시청자들의 응원의 메시지가 쏟아진다. 동영상 사이트에 올라온 실시간 영상은 조회수 9000회 이상을 기록하는 등 패럴림픽에 대한 인기를 증명했다.

시청자들은 국내 방송사의 인색한 평창 동계패럴림픽 편성시간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다. 올림픽 커뮤니티, 실시간 채팅창에서는 “지상파가 패럴림픽을 무시하고 있다”, “드라마 재방송이 국제적인 행사보다 더 중요하냐” 등 반응이 올라오고 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도 “며칠 하지도 않는 패럴림픽을 중계 안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개최국인데 너무한다“ 등 패럴림픽 중계시간을 확보해 달라는 요청이 쇄도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중파 3사 입장을 이해한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 송파구에서 사는 최아무개(50·여)씨는 “일반 동계올림픽보다 패럴림픽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적은 것은 사실”이라며 “시청자들이 많이 보는 방송을 방영해야 하는 방송국의 입장도 이해는 된다”고 전했다.

실제로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평창 동계패럴림픽 개회식 중계 시청률은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시청률(44.6%)보다 26.3% 낮은 18.3%를 기록했다.

현재 패럴림픽 편성시간과 관련해서 SBS와 MBC는 아무런 입장을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공영방송인 KBS만 12일 평창 동계패럴림픽 중계시간을 기존 25시간에서 34시간으로 연장했다. 홍기섭 KBS 보도본부장은 “패럴림픽 편성에 있어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기존 25시간에서 34시간으로 9시간 확대 편성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장애인체육회는 패럴림픽 편성시간 논란이 어제 오늘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관계자는 “해외에서 패럴림픽을 개최했을 때는 국내 방송사에서 생중계를 하지 않았다. 이번 패럴림픽은 국내에서 열리는 행사이기 때문에 상황이 그나마 나은 것 같다”며 “방송사에게는 광고나 시청률이 예민한 문제이기 때문에 시청률이 잘 나오지 않는 패럴림픽이 홀대 받는 것은 어쩔수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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