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 재산 청산하고도 남은 돈 없다면 대손사유로 봐야"

국세청 세종청사/사진=시사저널e

#기업이 상품을 팔 때 상품 가격에‘부가가치세(10%)’라는 세금이 붙는다. 만약 1만1000원의 상품을 팔았다면 1000원은 부가세로 과세당국에 납부해야 한다. 만약 해당 기업이 외상(매출채권) 거래를 했다하더라도 부가세는 미리 납부해야 한다. 이 경우 거래처 부도로 미회수(대손)가 확정된다면 미리 냈던 부가세를 돌려받을 수 있다.

현행 세법에는 채무자가 파산해 자금을 회수할 수 없는 경우 대손사유로 인정해 미리 냈던 부가세를 돌려주도록 한다. 그런데 채무자가 채권자와 공모해 파산을 위장하고 세금을 빼돌리는 것을 막기 위해 대손사유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법인세법은 시행령(19조2)은 채무자의 회생계획인가의 결정 또는 법원의 면책결정에 따라 회수불능으로 확정된 채권이나 파산, 강제집행, 형의 집행, 사업의 폐지, 사망, 실종 또는 행방불명으로 회수할 수 없는 채권 등이면 대손이 확정된 것으로 본다.

그런데 최근 국세청이 파산선고만으로는 대손이 확정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납세자의 경정청구(환급)를 거부한 일이 발생했다. 자금사정이 어려운 A기업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A기업은 “파산선고 통지서, 파산관재인이 작성한 채무자의 회계장부, 자산부채 현황에 따르면 채권자들에게 배당할 재원이 당초 채권의 극히 일부분인 것으로 나타난다”면서 “파산관재인은 그 보고서에서 청산절차를 거쳐 배당을 받는다 하더라도 파산선고일 당시 청구법인의 매출채권은 사실상 회수하지 못하는 채권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세청은 "파산을 사유로 회수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대손이 확정된 날이 속하는 과세기간의 매출세액에서 차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파산선고만으로는 대손이 확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이를 거부했다.

결국 이 사건은 A기업의 불복으로 조세심판원은 넘어 갔다. 심판원은 A기업이 부가세를 공제받지 못할 경우 과중한 경제적 부담에 시달릴 수 있다고 봤다.

심판원은 “거래징수하지도 못한 부가세를 단지 청산절차가 종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손세액공제를 받지 못한다면 이는 납세자에게 과중한 경제적 부담을 초래한다”면서 “채무자의 잔여재산을 분배하여도 재단채권도 변제하기 충분하지 않다”며 환급을 거부한 처분에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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