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아킬레스건 보완…광각렌즈 활용도 높아 만족

V30 배터리 사용 기록 및 사용 시간 모습. / 사진=변소인 기자

‘가볍다. 오래간다.’


LG전자 ‘V30’를 한 달간 사용해보며 느낀 가장 강렬한 인상이다. 스마트폰 기술은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 그러나 배터리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카페나 식당, 지하철에서 코드 찾기에 여념 없는 스마트폰 이용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V30는 그런 걱정을 덜어줬다. 화려함보다는 휴대전화 특유의 기본기를 탄탄히 갖춘 제품이었다.

V30 사용자들이 V30를 평가할 때 가장 먼저 나오는 이야기가 배터리다. 지난해 9월 21일 출시된 V30 배터리 용량은 3300mAh다. 눈에 띄게 큰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한 것은 아니었기에 출시 초기에는 화제를 모으지 못했다. 실사용자들이 경험 후 V30 장점으로 하나같이 배터리를 손꼽자, 그제야 휴대전화 판매 직원들도 배터리로 V30를 소개하게 됐다.

독자 알고리즘과 소프트웨어 최적화 등의 기술이 접목돼 V30 배터리 고효율을 만들어냈다. 사실 V30의 일체형 배터리는 LG전자에게는 도전이었다. 그동안 V10, V20 시리즈에서는 착탈식 배터리가 사용됐다. V시리즈 마니아들에게 V30은 첫 일체형 배터리일 가능성이 높다. 배터리 여유분을 들고 다니면서 배터리를 교체하며 사용하는 것이 익숙한 사용자들에게 일체형 배터리는 불안일 수 있다.

지금 배터리가 다 닳으면 교체할 배터리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보조배터리를 들고 다니며 배터리의 부족분을 충전하곤 한다. 착탈식 배터리를 선호하는 이들은 이런 점이 싫어서 착탈식을 고집해왔지만 방수·방진 기능을 위해 V30에도 일체형 배터리가 적용됐다. 처음 일체형 배터리를 써보는 기자 역시 배터리 사용 시간을 살피며 우려했다.

우려와 달리 V30 배터리는 써도 써도 기다려줬다. 덕분에 더 많은 음악을 듣고, 더 많은 영상을 볼 수 있었다. 안하던 게임까지 깔아볼 정도였다. 배터리가 천천히 닳을수록 삶의 여유로움도 생겨났다. 일체형 배터리에 대한 공포를 100% 극복했다.

손목 통증을 호소하며 한의원, 정형외과를 찾는 청년들에게 의료진들은 ‘스마트폰을 내려 놓아라’라고 조언한다. 그만큼 십중팔구 손목통증 원인의 1위는 스마트폰이다. 1kg도 되지 않는 무게라고 얕보면 안 된다. 가벼운 무게라도 하루 종일 시도 때도 없이 들고 있는 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가랑비에 옷 젖듯 찬찬히 손목을 괴롭힌다.

V30의 무게는 158g이다. 실제로 무게를 재본 이들 가운데는 이보다 적게 나간다는 이들도 있다. 6인치 대 대화면 스마트폰 가운데 가장 가벼운 무게다. 작은 차이가 체감이 가능할까 싶었지만 가능했다. 지인과 모인 자리에서 휴대전화가 뒤섞여서 아무거나 집어 들었다가 무게로 내 것이 아님을 바로 알아챘다. 비슷한 크기의 휴대전화보다 탁월하게 가벼웠다. 덕분에 라이브 방송을 위해 30분 정도 기기를 드는 일도 거뜬히 해냈다.

LG전자는 V30 출시 당시 전문가급 동영상 촬영 기능인 시네비디오 기능 등을 강조하고 V30로 촬영한 아이돌 뮤직비디오를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실사용하면서 시네비디오 보다는 다른 장점이 더 눈에 들어왔다. 스마트폰이 새롭게 출시될 때마다 사용자들은 새로운 기능에 관심을 쏟기 때문에 그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V30는 기존 스마트폰이 놓쳤던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준 데에 더 의미가 있는 기기였다. 그런 점이 강조되지 못한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아무리 신기술이 탑재되고 화려한 기능이 생겨도 떨어지는 배터리 수치를 보며 전전긍긍한다면 정신건강에 해롭다. 윤택한 스마트폰 사용법이 아니다. 무거워서 사용할 때마다 내 손목에 무리가 간다면 그 또한 좋은 기기라고 할 수 없다. V30는 이런 기본적인 문제에 한발 다가갔다. 애플 아이폰 배터리 게이트 등이 논란이 되는 시점에서 기본은 더 중요해 보인다.
 

고척스카이돔 내부를 V30 광각렌즈로 찍은 모습. / 사진=변소인 기자
V 시리즈는 시작부터 광각렌즈를 가져오고 있다. V 시리즈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고 있다. 처음 광각 렌즈를 실사용해 본 결과 광각 기능은 찰나의 기지를 발휘하기에 제격이었다. 도로 근처에 예쁜 건물이나 구조물이 있을 때 일반 카메라로는 촬영이 힘들다. 뒤로 물러서야 프레임 안에 건물을 담을 수 있는데 사진을 찍기 위해 차도로 뛰어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럴 때 광각 카메라가 저력을 발휘했다. 물어날 필요도 구도를 고민할 필요도 없이 깔끔하게 프레임 안에 쏙 담고 싶은 그림을 담아냈다.

털실 가게 내부를 V30 광각 렌즈로 촬영한 모습. / 사진=변소인 기자
집 내부를 표현하기에도 적합했다. 우스갯소리로 부동산 관련 업계에서는 광각카메라가 탑재된 V시리즈 기기를 사용한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실제로 방 내부를 담아낼 때는 광각렌즈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이 외에도 넓은 공간을 광각으로 찍으면 전체 상황이나 흐름을 설명하기에 매우 유리했다. 음식 사진을 찍을 때도 일어설 필요 없이 앉은 자리에서 광각을 사용하면 테이블 전체를 담을 수 있었다.

다만 기대했던 카메라 조리개 1.6은 체감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어두운 콘서트장, 야경, 해돋이 등 다양한 상황에서 밝은 사진 값을 기대하며 셔터를 눌렀지만 번번이 실패에 가까운 결과물을 얻었다. 조리개가 많이 개방될수록 좀 더 밝은 사진 값을 얻을 수 있지만 차이를 느끼기에는 너무나 미약했다.

V30를 사용하는 동안 비사용자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특이한 폰을 쓴다”라는 말까지 들었다. 그만큼 LG전자 스마트폰 브랜드에 대한 평판은 상상을 초월했다. 물론 가까이에서 사용 모습을 지켜본 지인들 가운데는 자신도 구입하고 싶다며 알아보는 이들도 있었지만 막연하게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이들이 더 많았다.

LG전자가 V30 이후 새로운 모델 출시시기를 늦추면서 V30를 당분간 최신폰으로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다음달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8에서 V30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V30 이용자들로서는 최신폰으로 대우받을 시간이 길어진 셈이다. 한편으론 신제품을 빨리 만나볼 수 없어 아쉬운 감이 있지만 LG전자로선 일종의 특단책으로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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