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 스타트업 52번가 직접 가보니… 지원 중단 한달도 안돼 절반이 문닫아

청년에게 창업기회를 주기 위해 생긴 ‘이화 스타트업 52번가’(일명 오이길)가 다시 위기를 맞게 됐다. 지난해 말 이화여대 52번가 청년 창업자에 대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지원이 끝나면서 절반 이상의 점포가 폐업을 한 것이다. 이에 창업육성 프로젝트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 서대문구에 위치한 이화 52번가는 임대문의라고 써 붙인 가게들로 가득했다. /사진= 천경환 인턴기자

지난 17일 기자가 직접 가본 서울시 서대문구에 위치한 이화 52번가는 임대문의라고 써 붙인 가게들로 한산했다.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매장을 찾아오는 손님은 별로 없었다. 이화 52번가 팸플릿에 나온 22개 점포 중에 폐업, 공사, 점포이전 등의 이유로 단 7곳만이 52번가 거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화 스타트업 52번가는 지난 2016년 예비 청년창업자에게 창업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이화여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함께 시작한 청년몰 조성 사업이다. 한때 학생들의 창업 열기로 낙후된 골목상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지원기간이 만료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소상공인진흥공단은 계약기간에 따라 이화여대 52번가 지원을 종료했다. 많은 매장들이 지원 종료 후 문을 닫기 시작했다. 이대 52번가에 입점한 상인들도 답답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화 52번가에서 21년동안 장사를 한 김아무개(61)씨는 “시장조사 없이 무작정 창업에 뛰어든 청년 사업가들이 많았다”면서 “경험도 없는 청년들을 무작정 투입시켜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원이 끝나면 청년들이 나갈 줄 예상은 했다"며 "한달도 안돼 빠저나갈 줄을 몰랐다"고 덧붙였다. 

주변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나 관광객들 역시 오이길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이화여대 재학 중인 서 아무개(22)씨는 “(이화 52번가에) 생각보다 사람이 없고 상권도 침체돼 놀랐다”며 “문을 닫은 가게들이 많아 골목 외관상에도 보기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웰컴센터에서 제공하고 있는 이화52번가 안내책자 /사진= 천경환 인턴기자

중국에서 관광을 온 첸시우핀(26)씨 역시 “이대 웰컴 센터에서 받은 안내 팜플랫에 나온 매장들을 찾아 볼 수 없어 당황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대학 창업육성사업 자체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상권분석이나 사후 점포 관리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는 청년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전국 대학들과 손잡고 여러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상인은 “정부에서 지원만 받고 장사를 하지 않은 매장도 있었다”면서 “이미 소비자들의 발길이 떨어진 상권에 청년들을 투입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화여대 관계자는 “대학생들에게 보다 많은 창업의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면서 “학교는 청년들에게 도전할 기회를 줬다는 것에 의의를 뒀다”고 강조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관계자는 “청년몰 사후관리를 위해 정기적으로 실태조사를 한다”며 “지난해부터 청년사업가 선발과정을 강화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화여대는 지난 2016년 7월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주관하는 ‘청년몰 조성사업’에 선정돼 15억원을 지원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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