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 사칭에 다단계 상품 강매까지…범죄 횡행하지만 마땅한 대책 없어

단기간에 성장한 ‘소개팅 어플’ 소셜 데이팅 앱 시장에서 개인 보호 규제가 미비해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일부 앱의 경우 개인 인증절차가 부실한 탓에 익명성을 빌린 타인 사칭, 금품 요구 등의 범죄가 쉽게 발생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법적 처벌은 아직 미미한 것으로 밝혀졌다.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지난해 직장인 김모씨(25‧여)는 소개팅 어플에서 한 남성을 만났다. 며칠 동안 채팅을 주고받자 믿음이 생겨 직접 만나보기도 했다. 어느 날 그는 김씨에게 ‘지갑을 잃어버렸으니 급전을 빌려 달라’고 부탁했다. 김씨는 흔쾌히 30만원을 그의 계좌로 송금했다. 그 후 상대방은 소개팅 어플과 메신저에서 탈퇴했다. 연락은 두절됐다. 김씨는 그의 이름과 집 주소, SNS 계정을 알고 있었지만 정작 핸드폰 번호를 몰랐다. 김씨는 그를 사기죄로 신고했으나 상대방의 이름도, 주소도 모두 가명이어서 수사에 차질이 있었다. ‘썸’이 악연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단기간에 성장한 ‘소개팅 어플’ 소셜 데이팅 앱 시장에서 개인 보호 규제가 미비해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일부 앱의 경우 개인 인증절차가 부실한 탓에 익명성을 빌린 타인 사칭, 금품 요구 등의 범죄가 쉽게 발생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법적 처벌은 아직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이성 관계를 주선하는 소개팅 어플이 세대를 막론하고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소개팅 어플은 사용자의 이상형을 분석해 다른 이성 사용자와 채팅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이성간 만남을 주선한다. 사용자들은 소개팅 어플을 통해 쉽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이유를 장점으로 꼽는다.

구글 앱스토어에는 이런 데이팅 앱 개수만 170개가 넘는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소셜 데이팅 앱 시장규모는 약 500억원 규모로 추산되며 이용 회원 수도 300만명 이상으로 밝혀졌다. 어느덧 소개팅 어플이 이성 간의 새로운 만남의 창구로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넘치는 인기만큼 부작용도 심각하다. 소개팅 어플로 인한 피해 사례 역시 끊이질 않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5년 소개팅 어플을 이용한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그 중 50%이상 응답자가 앱으로 인한 피해 경험을 호소했다. 피해 사례는 주로 ‘원치 않는 계속적인 연락’, ‘음란한 대화 및 성적 접촉유도,’ ‘개인정보 유출’ 등이었다.

더 나아가 일부 소개팅 어플은 정보 도용, 사기, 성매매 알선 등 범죄 창구로 악용되고 있다. 본인인증 절차가 부실할 경우 범죄자가 의도적으로 사용자에게 접근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앱 스토어에서 상위 랭크된 10개 소개팅 어플 중 4개의 어플은 본인인증 없이 가입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본인인증 절차를 거치는 어플의 경우도 기존 SNS 계정으로 가입할 수 있어 별도의 본인인증을 요구하지 않았다. 허위 정보를 입력해도 진위 여부를 판단할 장치가 없는 셈이다.

이럴 경우 소개팅 어플 속 상호간 채팅은 사실상 익명으로 진행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소개팅 어플로 인해 발생한 피해 사례 중 일부는 채팅의 익명성을 교묘하게 악용했다. 허위정보를 입력해 사용자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뒤 실제로 만나 사기, 금품 요구를 하는 식이다.

지난해 대학생 나모씨(22‧여)도 소개팅 어플에서 만난 남성에게 다단계 강매를 당할 뻔했다. 나씨는 채팅을 주고받으며 상대방을 직접 만나도 될 것 같다는 믿음이 생겼다. 실제로 만난 남성은 “우리 회사에서 만든 동충하초 화장품이 효과가 좋다”는 말을 꺼내며 화장품 구매를 유도했다. 나씨가 100만원이 넘는 화장품 세트를 구매할 돈이 없다고 애둘러 대답하자 남성은 회사 내에서 제공하는 대출제도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나씨는 “어플 운영자에게 신고했으나 불량 사용자로 사용 제재를 줄 뿐”이라며 “실제로 물품을 강매 당한 것은 아니어서 경찰에 신고도 불가능했다”고 전했다.

소개팅 어플 시장이 단기간 성장한 가운데 이용자를 보호할 제도적 안전장치는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6년 한 여성이 타인 정보를 도용해 소개팅 어플에서 타인 사칭을 해 명예훼손죄로 고발됐던 사건도 무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재판부에선 ‘직접적인 피해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소개팅 어플업계 관계자는 “불량 사용자에 대해 신고를 받아 운영에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개인 간 피해 사례는 있을 수밖에 없다”며 “본인인증 절차가 확실한 어플을 이용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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