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 놓고 입주민 합의 난항…우려 요소 해결한 ‘이동형 충전기'도 환영 못 받아

정부가 전기자동차 충전소 보급에 힘쓰고 있지만 아파트에 거주하는 전기차 차주들은 충전기 설치에 애를 먹고 있다. / 사진=셔터스톡

정부가 전기자동차 충전소 보급에 힘쓰고 있지만 아파트에 거주하는 전기차 차주들은 충전기 설치에 애를 먹고 있다. 전기차 충전기 설치가 번거롭다는 인식 탓에 입주민 끼리 합의가 잘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6일 주택법 개정안을 통해 신규 건축되는 주택과 아파트에 전기차 충전용 콘센트 설치를 의무화했다. 500가구 이상 신축 주택단지에는 주차면수의  50분의 1에 해당하는 콘센트가 마련돼 있어야 한다. 전기차 사용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충전시설 부족 현상이 대두되면서다.

그러나 정부 노력에도 전기차 충전설비 확충은 쉽지 않은 모양새다. 특히 기존 아파트에 추가적으로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해야 경우 입주민들 사이에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입주민들 사이에선 공용 주차공간 중 일부를 전기차 전용 공간으로 내주어야 한다는 거부감이 존재한다”며 “공용전기를 개인이 유용하는 것으로 오해해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충전소 설치를 놓고 입주민과 갈등을 겪어봤다는 김아무개씨(35)는 “입주민대표회의에서 어림도 없다는 반응이어서 황당했다”며 “몇 안되는 전기차를 위해 번거로운 일을 하기 싫어하는 분위기였다. 개인 편의를 봐달라고 생떼를 쓰는 것 같아 포기했다. 멀쩡한 아파트 주차장 놔두고 충전기가 설치된 공공주차장을 이용한다”고 토로했다.
 

동작구에 위치한 한 공용주차장에 스탠드형 전기충전기가 설치돼있다. / 사진=김희준 인턴기자

전기차 충전기 설치 유형은 스탠드형, 벽부착형, 이동형 충전기로 나뉜다. 스탠드형과 벽부착형은 충전 용량이 약 3~7kw로 완충에 4~6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분전함과 충전기 보호를 위한 U형 진입방지 말뚝, 주차방지턱 등이 설치돼야 하기 때문에 비교적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주로 공공주차장이나 회사 건물 주차장에 활용된다.


반면 이동형 충전기는 기존 콘센트를 이용해 별도의 공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용량이 낮아(최대 3kW) 완충시간( 6~9시간)은 길지만, 주차장 220V 콘센트에 전자식별태그(RFID)를 부착함으로써 사용이 가능하다. 전기 사용량이 차량별로 계측되기 때문에 공용 전기를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시비에서 자유롭다.

이동형 충전기와 충전용 콘센트는 입주민대표회의를 통해 정부 지원금으로 설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전기차 차주들은 이동형 충전기로도 입주민 설득이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전기차 차주 비율이 여전히 낮아 충전소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있지 않은 탓이다.

정부는 일부 이동형 충전기와 충전용 콘센트 제품에 한해 60만원까지 보조금을 지원한다. 이 경우 아파트 입주민들이 충전소 설치를 위해 지출해야 하는 금액은 없다.

그럼에도 입주민들은 충전소 설치에 난색을 표하는 분위기다. 전기차 차주 비율이 낮아 충전소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있지 않은 탓이다.

이동형 충전기 설치 업체 관계자는 “입주민 반대로 설치를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조금 번거로운 일일 뿐 입주민들이 돈을 내는 것도 아니다. 강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 필요한 경우 우리 업체 직원이 입주민대표회의에 참석해 입주민을 설득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한 아파트 단지에 이동형 충전기 사용이 가능한 콘센트가 설치돼 있다. / 사진=김희준 인턴기자
입주민들 사이에서 합의가 이뤄져 이동형 충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콘센트가 상당수 설치된 단지도 있다. 동작구에 위치한 한 아파트 단지에는 전기차 17대를 충전할 수 있는 콘센트가 설치돼 있었다. 충전용 콘센트 주변엔 이용방법과 사용 전기요금이 전기차 차주에게 부과된다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다.

다만 동작구 227개 아파트 단지 중 이동형 충전기가 설치돼 정상 운영되고 있는 곳은 9개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남구의 경우 656개 아파트 단지 중 9여개 단지만 이동형 충전기가 정상 운영되고 있어 전기차 차주들의 불편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종건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국내 아파트 문화 특성상 충전기가 순조롭게 설치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공공재산이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적극 개입하기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다만 아파트 인근 공공시설에 충전소를 설치한다든지, 노후 아파트 일부 재건축이 이뤄질때 충전소 설치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 듯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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