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하나금융에 '경영유의' 통보…회추위 구성 등 공정성 문제 지적
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의 지배구조위원회나 회장후보추천위원회 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경영유의'를 통보했다. 두 지주사의 최고경영자 승계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행정적 지도 성격의 조치를 내린 것이다. 이에 금융사는 금감원 지도에 따라 자체적으로 개선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금감원이 이 정도로 개선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금융지주가 지배구조위원회 구조를 바꾸지 않고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며 "(금융사가 이에 따르지 않으면) 결국 금감원이 직접 움직이겠다는 뜻 아니겠나"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금융당국 수장들이 연이어 금융지주 지배구조를 지적하고 있다"며 "법에 따라 금융사 지배구조를 만들었음에도 개선할 부분이 있다고 하니 미비한 것을 찾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올해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지배구조에 대해 검사를 실시했으며 이 과정에서 CEO 승계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금감원이 내놓은 경영유의사항은 KB금융 5건, 하나금융 7건이다.
금감원은 KB금융지주에 회장 후보자군에 포함됐거나, 유력하게 포함될 수 있는 이사 등은 경영승계절차와 회장 후보자군을 선정하는 지배구조위원회에서 의결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B금융의 회장 후보군 이사 등이 지배구조위원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해 공정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아울러 사외이사 평가 절차에 독립성 확보가 미흡하다는 지적에 따라 직책과 조직 신설·폐지에 대해 이사회 검토를 거치도록 했다. KB금융의 현 회장이 포함된 간담회 방식을 통해 사외이사를 평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금감원은 사외이사 평가시 현 회장을 평가자에서 제외하고 평가권한을 이사회나 이사회 내 위원회에 부여하는 등 평가절차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 후계자 양성프로그램의 내실화, 주요 직책 및 조직 신설 필요성에 대한 사전검토 강화, 시너지 성과평가 관련 장기지표 반영 등을 요구했다.
하나금융에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운영과 관련해 개선을 요구했다. CEO 후보군에 포함되거나 유력하게 포함될 수 있는 이사 등은 회추위에서 관련 의결권을 제한하는 등 후보군 선정과정에서 배제하는 방향으로 회추위 운영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지주회사 회장이 회추위원으로 참여해 최고경영자 후보군을 관리하고 있고 일부 사외이사는 회추위에서 배제돼 있어 공정성이 훼손될 소지가 있다고 봤다.
아울러 금감원은 CEO 승계절차 운영에 있어 내부후보군이 그룹 핵심포지션 담당 임원과 핵심인재 후보군 중에서 탐색하게 돼 있어 자의적으로 운영될 소지가 있다고 봤다.
또 외부후보군과 관련해 이사회 지원부서가 회추위에 제시한 이들을 대상으로 후보군 포함 여부를 논의하고 있어 투명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는 만큼, 기준을 명확히 하고 다양한 경로를 통한 추천할 것을 지적했다.
사외이사 선임에 대해선 객관성·투명성 강화를 요구했다. 이 외에도 감사위원 자격 검증 강화, 리스크관리 기능 독립성, 경영발전보상위원회 운영 미흡 등을 지적했다.
금감원은 이런 지적사항을 KB금융과 하나금융이 자율적으로 개선하도록 했다.
최흥식 금감원장도 이와 관련해 지난 13일 언론사 초청간담회에서 "(금융지주사) 회장 후보 추천위원회 구성이 굉장히 비합리적이고 불공정한 방법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이 같은 승계 프로그램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검사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