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남겨둔 임시국회…5.18진상특별법·근로시간 단축 등 법안 지지부진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와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밀린 법안 처리를 위해 소집된 12월 임시국회가 14일 나흘째를 맞았다. 그런데 여·야의 날 선 신경전과 내년 지방선거 준비 등에만 매진하는 의원들 탓에 법안 처리는 흐지부지 되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임시국회가 아무 성과없이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찌감치 나오고 있다.

지난 11일 올해 마지막 임시국회가 시작됐지만 나흘이 지나도록 제 기능을 못 하는 상태다. 올해 내 처리 가능성이 비교적 높게 점쳐졌던 5·18 진상규명 특별법과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에 대한 연내 처리도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다음주 임시회 종료일(12월23일)까지 아무런 성과를 못 낼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11일 법안심사소위에서 통과된 5.18 진상규명 특별법은 이틀 후 13일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특별법 통과가 무산됐다. 특별법은 제정법이기 때문에 국회법상 공청회가 필요하다는 한국당의 주장 때문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제정법도 위원회 의결이 있으면 공청회를 생략할 수 있다”며 처리를 요구했지만, 김영우 국방위원장(한국당)은 법안 의결을 보류했다

공청회 개최를 주장한 김영우 위원장, 김학용, 경대수 의원 등 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13일 미국 하와이 태평양사령부와 일본의 유엔사 후방기지 방문을 목적으로 출국했다. 이들은 임시회 일정을 불과 나흘 앞둔 오는 20일 귀국한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해외시찰(일정)을 잡고 공청회를 주장하는 것은 법안처리를 지연시키려는 의도”라며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우리는 적법절차를 이야기한 것 밖에 없다”며 “(특별법 처리) 책임을 한국당에 전가하는 건 맞지 않다. 법안 처리를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은 하지 않고 다른 당에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은 상투적인 민주당 방식”이라며 반박했다.  

 

여야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도 12월 임시회의 주요 안건이다. 민주당은 공수처 법안 통과를 최우선 과제로 놓고있는 반면 한국당은 공수처 신설을 적극 막겠다는 입장이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야당에 공수처장 임명 추천권을 줘도 하부 조직은 전부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으로 채울 것”이라며 “검찰 개혁을 빌미로 좌파 전위대 검찰청을 하나 더 만들겠다는 음모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공수처 설치는 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는 제2 사정기관을 신설하는 청와대의 검찰개혁 1호 법안이다. 법무부가 지난 9월 내놓은 공수처법 권고안이 ‘슈퍼 공수처’라는 비판이 나오자 한 달 뒤 자체 개정안을 내놓은 바 있다. ​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14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개혁과제와 민생입법을 모두 가로막을 거면 왜 임시국회 소집에 동의했는지 한국당에 국민이 묻는다”며 “부패 의원 몇 명 구하기 위해 방탄국회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면 입법에 협력해야 할 것”이라며 야당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같은 날 김성태 한국당 신임 원내대표는 처음 주재한 원내대책회의서 “문재인 정권의 성공을 위해 화끈하게 협력할 용의도 있다”면서도 “우리 당은 강력한 제1야당으로 문 정권의 극단적 좌파 포퓰리즘, 무차별적 퍼주기 복지, 정치보복, 안보포기 등에 대해 강력히 저항하고 저지할 것”이라며 대(對)여 투쟁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 처리 예상됐던 ‘근로시간 단축’ 관련 법안도 발목 잡혀 

경제 관련 법안 중 하나인 근로시간 단축의 경우 여야가 잠정 합의를 도출하면서 비교적 수월한 처리가 예상됐다. 하지만 이에 대해 노동계와 경영계가 강력하게 불만을 제기하며수정안을 요청하고 나서 발목이 잡혀 있는 상황이다.​ 이에 근로시간 단축을 담은 법안도 올해 내 국회 문턱을 넘을지도 미지수다.


지난 11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여야 간사들은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기업 규모를 3단계로 나눠 내년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부터 근로 시간은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기로 합의한 바 있다. 대신 휴일근로 중복할증과 특별연장근로는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16시간 단축에 대해 큰 이견은 없다. 하지만 노동계는 노동시간을 단축할 경우 중복할증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주말 노동을 실시할 경우 휴일근로수당(50%)과 연장근로수당(50%)을 중복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반면 경영계는 해당 법안 시행을 1000명 이상 기업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8시간 특별 연장근로를 허용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한편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을 위한 논의도 이번 임시회에서 별다른 진척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개헌의 경우 핵심 쟁점인 권력구조 문제에 대해 의견이 당 내에서도 가지각색으로 갈리고, 선거구제 개편에 대해서는 각 당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헌은 여야 모두 대통령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다. 하지만 정부 형태에 대해 4년 중임 대통령제, 의원내각제, 혼합정부제 등 여러 안이 혼재돼 나오고 있다. 선거구제 개편과 관련해서 민주당은 아직 내부 의견을 통일하지 못했고, 자유한국당은 강한 반대표를, 국민의당은 적극적으로 개편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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