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연구소 ‘2018년 산업전망’ 발표…중국發 공급 증가에 가격하락 가능성

지난 9월 18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산업부 ·반도체/디스플레이업계 간담회' 모습. 오른쪽 대각선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맞은편 왼쪽부터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 / 사진=뉴스1

국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이 최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부터 본격화할 중국의 물량 증대가 불황의 서곡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13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018년 산업 전망’을 통해 내년 하반기 반도체 공급물량이 급증해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현재 호황이 일시적 공급부족에 기인한 만큼 시장에 물량이 쏟아질수록 영향이 커지리라는 해석이다. 이 한복판에 중국 업체들이 있다.


이주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반도체 굴기를 앞세운 중국의 천문학적인 자본 투자가 내년 하반기부터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 시작한다”면서 “이때 완공되는 중국 기업들의 메모리 생산량은 월 26만장으로 삼성전자의 2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연구위원은 “아직은 글로벌 시장 대비 물량이 많지 않으나 내년 수급이 타이트한 상황에서 충분히 위력 발휘할 것”이라며 “반도체 시장 특성 상 5~10%의 과잉공급만으로도 메모리 가격은 급락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내년 완공 예정인 중국 메모리 공장은 칭화유니의 장쑤성 난징시 공장, 푸젠진화의 푸젠성 진장시 공장, 허페이창신의 안후이성 허페이시 공장 등 3곳이다.

다만 급작스런 하락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하나금융연구소 측 분석이다. 이 연구위원은 “최근까지 선행지표인 북미 반도체 장비 출하가 양호해 당분간 호황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보다 더 빠르게 위협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은 업종은 디스플레이다. 역시 원인은 중국발 공급증가다. 중국 기업의 증설로 공급과잉 전환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탓이다.

이 연구위원은 “내년에는 현재 건설 중인 국내외 LCD(액정표시장치)공장들이 순차적으로 완공돼 패널 가격이 약세로 전환할 것”이라면서 “신규 가동되는 LCD공장은 대부분 중국 기업들의 몫이라 공급과잉과 (국내 업체들의) 점유율 하락이 동시 진행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미 패널 가격 하락은 진행 중이다. 시장조사 업체 위츠뷰에 따르면 연초 200달러를 넘었던 LCD 패널 평균 가격은 현재 180달러 이하까지 내려앉았다.

LCD 시장이 ‘레드오션’으로 변모하자 국내 업계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로 이동하고 있다. 하지만 이 시장도 마냥 밝은 건 아니라는 게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측 설명이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9인치 이상 대형 디스플레이 패널(LCD·OLED 등) 시장에서 올해 3분기 중국 BOE가 21.7%의 점유율(출하량 기준)로 19.3%에 그친 LG디스플레이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이 연구위원은 “OLED 시장은 여전히 높은 성장세를 나타내겠으나 2018년 말부터 중국 OLED 물량이 출하되기 시작한다. 과거 LCD와 마찬가지로 OLED 역시 중저가 시장에서부터 중국 제품의 시장 잠식이 시작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과거 중국의 위협은 양적 확장에 따른 공급과잉 유발이 대부분이었는데 앞으로 다가올 중국의 위협은 양적, 질적 성장을 포함하고 있어 이전보다 리스크의 질이 더욱 안 좋다”고 우려했다.

최근 한국경제 반등이 반도체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발 불황’은 더 큰 리스크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갈수록 커지는 반도체 의존도는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지난 6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성장률이 3%대에 이르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며 반도체 위주 성장을 변수로 꼽았었다. 반도체가격이 하락하면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는 우려다.

이에 앞서 지난달 27일 산업연구원은 내년 국내총생산(GDP)이 3% 성장할 것이라며 KDI와 의견을 달리하면서도 반도체 수출 비중은 올해 17%에서 내년 19.9%로 증가하리라 예측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도 13일 “반도체붐이 한국경제의 취약성을 가리고 있다”면서 “반도체 지배력이 되레 한국경제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